[누가누가 잘했나]어디든 좋아! 그대와 함께라면 -같이 휴가 떠나고 싶은 캐릭터 편-

기사 등록 2016-08-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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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바캉스 철이다. 기본 33도를 육박하는 무더위에 일이든, 공부든 될 턱이 있나. 1년 동안 가슴 속에 꽁꽁 안고 있던 비장의 ‘휴가 카드’를 꺼내들고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번 ‘캐릭터 랭킹’에서는 동행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완성될 것 같은 영화 속 인물들을 소환해 봤다.

‘열심히 일한 자, 상상으로도 좋으니 이들과 떠나라!’




1. ‘비포’ 시리즈 제시(에단 호크 분), 셀린(줄리 델피 분)

1995년 ‘비포 선라이즈’로 첫 선을 보인 영화는 이후 2004년 ‘비포 선셋’과 2013년 ‘비포 미드나잇’으로 꼬박 9년 마다 같은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시리즈로 여행기를 내놓았다.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 제시와 셀린의 매 순간 설레는 만남이 고풍스런 도시 비엔나, 낭만이 가득한 파리, 청량한 지중해가 펼쳐진 그리스의 이색적인 풍광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리라.

단시간에 서로를 향한 강한 이끌림으로 풋풋한 사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는, 밤새도록 지속되는 두 사람의 사랑의 속삭임을 현실의 시간과 조응시켜 롱 테이크로 이끌어 가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들과 함께 길을 따라 걷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비포’ 시리즈는 낭만적인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황홀하게 다가올 영화다. 이 영화의 영향으로 홀로 여행지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또 괜히 기차나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단 하루 만에 사랑에 빠지는 망상으로 들뜨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비포 효과’라고 볼 수 있겠다.

남자라면 제시의 시점에서 셀린과, 여자라면 셀린의 시점에서 제시와 함께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2. ‘김종욱 찾기’ 한기준(공유 분), 서지우(임수정 분)

첫 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와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가 만났다. 뮤지컬 무대 감독으로 일에만 매달려온 지우는 가슴 한 켠에 자리한 ‘김종욱’이라는 사람 때문에 프로포즈도 거절하고 기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김종욱 찾기’에 나선다. 오로지 단서는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 자 뿐이지만, 지우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 처음 만났던 인도로 향한다.

하지만 7년 전 김종욱을 이름 하나만으로 찾는다는 건 역시 무리였을까.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못지않은 인도에서 김종욱 찾기의 긴 여정은 실패로 마무리 되는 듯 싶었다. 그럼에도 기준은 ‘첫사랑 찾기 사무소’ 첫 고객감동 실현을 위해 필사적으로 특유의 치밀함과 꼼꼼함을 발휘하며 지우의 김종욱 찾기에 성공한다.

사실 지우는 결말을 두려워하던 여자다. 호두과자를 먹을 때 마지막 남은 한 개는 먹지 않았다. 소설책에서도 결말은 읽지 않았다. 그런 지우는 그간의 여정으로 변화했다. 김종욱과 재회 후 안녕을 고하고는 새롭게 다가온 사랑을 맞이한 것이다.

‘김종욱 찾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엔딩으로 마무리 되면서 흥미로운 로맨틱 코미디 전개와 함께 인도 특유의 이국적인 배경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 덕에 새로운 여행지로 인도행을 택하는 이들이 만만치 않게 늘어났을 정도니 말이다. 이전까지는 그저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나라로 여겨졌던 인도가 낭만과 환상의 나라로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게 됐다. 2010년에 개봉한 ‘김종욱 찾기’가 지금까지도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인도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김종욱 찾기’는 인도를 새롭게 찾는 결과를 낳았다.




3. ‘비긴 어게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

뉴욕의 거리를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그레타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 도시의 삭막함도 존 카니 감독의 감각이 덧입혀지면 감성적인 배경으로 재탄생 된다. 2006년 ‘원스’에서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를 ‘Falling Slowly’로 가득 메운 존 카니 감독은 ‘비긴 어게인’으로 ‘Like A Fool’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A Step You Can`t Take Back’ ‘Coming Up Roses’ 등 잔잔하면서도 인상 깊은 OST를 선보인다. 이 네 곡은 모두 극중 싱어송라이터로 출연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특유의 청량한 목소리로 직접 소화해내 더욱 의미 있다.

가수를 꿈꾸며 거대 도시 뉴욕에서 스타 음반프로듀서였던 댄(마크 러팔로 분)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는 그레타. 이들은 거리 밴드를 결성해 뉴욕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완성시켜 간다. 그렇게 그레타와 댄이 지나는 거리 곳곳은 곧 이들이 꿈을 펼치는 놀이터가 된다.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댄이 그랬던 것처럼, 그레타와 듀얼 잭에 이어폰을 꽂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어디든 느긋하게 거닐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풍경 속에서 흘러가는 대로 느림의 미학과 함께 감성지수를 상승시켜 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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