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의 도전, 새로운 지평 열까

기사 등록 2016-09-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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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그의 공백은 여느 누구의 빈자리보다 컸다. 그저 '4년'이란 시간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연출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까지 해내며 한국영화계의 전방위로 뛰었던 그였기에 그의 복귀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복귀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그 많은 작품 중 왜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였을까. 왜 강우석 감독은 그 작품을 해야만 했을까.

강우석 감독에겐 다소 아쉬운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는 '고산자' 이전에 두 가지 작품을 준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는 강철중 시리즈를 이어갈 '공공의 적' 신작이었고, 하나는 '투캅스'의 조선시대 버전인 '두 포졸'이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이 시나리오, 제작비 등의 문제로 미뤄지면서 강우석 감독은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고산자'는 애초 그가 계획하고 있던 영화들과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강우석 감독은 '한반도'에서 사극을 연출한 적이 있으나 장편 중 일부였고, 사극영화를 기획한 적은 있어도 연출한 적은 없다. 또한 '두 포졸' 같은 코미디도, 그렇다고 '공공의 적'처럼 스릴러일 수도 없는 작품이었다.

거기에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라는 소재 때문에 필연적으로 로케이션 촬영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어떻게 찍든 강우석 감독으로서는 고생과 도전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고산자'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대동여지도가 왜 목판이었는지, 김정호 선생이 그 시대에 목판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도를 공유하고자 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며 "그래서 여러 자료들을 접했고 그 과정에서 김정호를 영화로 꺼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고산자'에 담긴, 김정호라는 인물의 위대함을 전하기 위해 소설로서 인물에게 육체를 부여했다는 박범신 작가의 정신에 강 감독 역시 동의한 셈이다.

이후 강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드림팀'을 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최고흥행작 '실미도'를 함께 했던 이민호 프로듀서, 자신이 기획했던 작품 다수와 '용의자' '널 기다리며'로 스크린에 박진감을 부여한다고 호평받은 최상호 촬영감독, 사극 영화 속 의상이라면 단연 최고봉인 조상경 의상감독, '공공의 적' '이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영욱 음악감독까지 극장 안을 아름다움으로 채워줄 스태프들이 그와 함께 '고산자'를 위해 힘을 모았다.


또한 강 감독은 한반도의 사계절을 일절 CG 사용을 금하고 오로지 '발로 뛰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담아냈다. 실제로 방문한다고 해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장관'이란 말이 딱 맞는 백두산 천지는 '고산자' 속 미학에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여수 여자만, 마지막 최남단 마라도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강우석 감독의 '뚝심'이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강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시간'까지도 거침없이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철쭉이 만개한 황매산 촬영을 위해 5개월간 꽃이 피기를 기다렸고, 북한강의 정취를 위해 미리 배를 띄우고 강이 얼기만을 기다려 장면의 정서를 부각시켰다. 이 장면들을 통해 '고산자'는 단순한 화면에 '예쁜 것'을 그리는 것을 넘어 김정호 선생의 강단과 의지, 그의 정서까지도 함께 녹아내렸다.

김정호 선생과 닮았다는 이유로 차승원을 캐스팅할 정도로 강 감독은 '고산자'에서 과감한 선택과 일관된 방향성으로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건 이미 일반 시사를 통해 공개된 관객들의 반응이 보여줬다. 오늘(7일) 개봉하는 '고산자'가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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