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선의 영화원정기] '오피스' 고아성은 '계단형 배우'…그녀에겐 필름이 앨범이다!
기사 등록 2015-08-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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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9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가 ‘일상 속 공포’라는 주제와 함께 화제의 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주연인 배우 고아성의 연기 행보가 흥미롭다.
1992년생인 고아성은 지금껏 우리 주변에 한 명 쯤은 있을 법한 각종 친근한 캐릭터로 그에 맞게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어느덧 한국 영화계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인물로 거론되는 그만의 고유한 필모그래피를 다져왔다. 고아성은 지난 2004년 데뷔 이래로 매해 한 두 작품씩은 빠지지 않고 작업해 오면서 외적으로나 연기 면에서나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온 전형적인 ‘계단형 배우’이다.
4살에 CF로 데뷔하고, 2002년 뮤지컬 ‘피터팬’으로 몸을 푼 고아성은 2004년 ‘울라불라 블루짱’이라는 KBS2 어린이 드라마를 통해 13살에 공식적으로 연기 인생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여기서 그는 주연 노다지 역으로 외계인 소녀를 연기하며 파란색 분장과 파란 머리로 귀여우면서도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많은 어린이들이 막연하게만 품었던 환상들을 실현하며 첫 작품부터 또래의 마음을 대변했다.
금새 중학교 2학년이 된 고아성은 배우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영화 ‘괴물(감독 봉준호)’로 유명세를 떨치며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한강 매점에서 조촐한 삶을 사는 강두(송강호 분)의 딸 현서로 등장한 고아성은 실제 나이와 딱 맞는 중학생 소녀를 연기하며 철없는 아버지 송강호와 친구처럼 지내는 부녀간의 명콤비를 선보여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었다.
덕분에 고아성은 영화가 개봉한 그 해인 2006년 제2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마 대중들에게 지금까지 고아성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대다수가 ‘괴물’을 언급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고아성’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에 충분한 계기가 됐다.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하기라도 하듯, 고아성은 2013년 ‘설국열차’에서 또 한 번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당시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대부분의 외국인들 사이에서 그는 요나로 분해, 남궁민수 역인 송강호와 함께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22살의 성인이 된 고아성은 한층 성숙한 소녀를 연기했다.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온 지 17년이 된 상황에서 인류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탄 ‘설국열차’가 정처 없이 달리고 있다. 계급별로 나뉜 열차의 빈민굴인 꼬리 칸에서 송강호, 고아성 부녀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를 도우며 치열한 계급투쟁을 벌인다. 여기서 고아성은 빈민층 소녀의 남루한 행색을 불사하고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빛나는 신 스틸러 역할을 수행했다. 이름부터 독특한 요나는 그만의 오리엔탈 뷰티로 해외 관객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다.
이어 2015년 어엿한 여인으로 성장한 24살 고아성은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인상(이준 분)의 연인 서봄을 연기했다.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은 블랙코미디인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서민 가정의 딸 고아성은 같은 고3 수험생인 인상의 아이를 갖게 되는 인물로 등장하며 최상류층인 인상의 부모와 부딪히는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출산하는 모성애를 펼쳤다. 또 이준과의 뜨거운 키스신, 베드신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선보이며 그는 성인 연기자로 크게 발돋움했다.
고아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단계 발전된 성인 연기를 펼쳐 보였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남자 우진 역을 맡아 이수(한효주 분)의 아픔을 이해하는 고난이도 열연을 선보였던 것. 워낙 ‘우진들’이 많이 등장해 비록 짧은 시간동안만 고아성을 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이수의 상황을 감싸 안으며 위로를 건네는 태도로 잠깐의 시간이나마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히 어루만져 준다. 보호본능을 유발하던 어린 고아성은 이제 대중의 힐러 역할을 하고 나서는 중이다.
9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오피스’에서 고아성은 회사로 들어간다. 그가 맡은 인턴 ‘이미례’는 대기업의 정직원을 꿈꾸며 꿋꿋이 인턴 자리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다. 비정규직 인턴으로 항상 불안에 휩싸인 듯한 삶을 사는 ‘이미례’로 분해 현실 사회를 재조명할 고아성은 '오피스'에서 이번에도 성인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한 것은 물론, 특유의 오묘한 분위기로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할 것이다.
고아성은 지난 10여 년 간 자신의 실제 성장과정을, 작품들을 앨범삼아 고스란히 담아내왔다. 그는 튀려고 발악하지 않고 차분하고 꾸준히 관객들의 마음에 자신의 존재를 스며들게끔 하는 매력을 지녔다. 우리의 삶을 특히나 리얼하게 녹여내는 분야인 영화와 드라마에서 고아성은 그 나이대의 배우들과는 다른 인위적이지 않은 외모와 친근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공감을 안기며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중력 있게 전달함으로써 보다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주위에는 있을 법하지만 결코 배우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런 인물 또 없다. 특히나 20대 여배우 기근현상 속에서 고아성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20대까지 고아성은 은근하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충분히 잘 해왔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연기할 누군가의 연인, 아내, 부모, 할머니까지 어떤 일상을, 또 어떤 일생을 보이게 될 지가 궁금하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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