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두 개의 연애' 박규리 "연기자로서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
기사 등록 2016-04-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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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모두가 기억하는 그룹 카라의 박규리 모습은 없었다. 지난 14일 개봉된 영화 '두 개의 연애'로 관객 앞에 선 박규리는 조심스러웠고 예스러웠다. 아역배우로서 연기를 맨처음 경험했던 덕분일까. 영화로는 처음 관객과 만나는 일이었지만 신인 배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를 개봉시키고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일은 배우에게 언제나 떨리는 일이다. '두 개의 연애'에서 재일교포 기자 미나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 박규리를 최근 압구정동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개의 연애'는 사실 일 년 반 전에 촬영을 마친 영화에요. 반년 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도 했었고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빨리 개봉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조금이나마 많은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박한 마음으로 만들었어도 영화가 재밌게 나온 것 같아요."
박규리는 데뷔 이후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여태껏 딱 두 번, 청심환을 먹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번은 카라 활동 당시 도쿄돔에서 일본 관객들 앞에 와이어를 타고 등장했을 때 였고, 다른 한번은 지난 8일 있었던 '두 개의 연애' 언론시사회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앞서서였다. 그에게는 이번 '두 개의 연애'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던 순간이 지난 날 와이어를 타고 하늘을 날았던 기억과 버금되게 긴장됐던 것이다.
"카라 활동을 했던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어요. 새로운 시작이란 느낌이 들다보니까 긴장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 날 제가 어떤 정신으로 현장에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잘 봤다는 인사를 들으면 너무 고맙죠."
그가 '두 개의 연애'에서 맡은 역할은 재일교포다. 카라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 일본 무대에서 서기 위해 갈고 닦았던 일본어 실력을 이번 '두 개의 연애'에서 여과없이 발휘했다.
실제 '두 개의 연애' 속 박규리의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를 보다보면 실제 그와 닮은 일본 배우가 나와서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 그의 연기를 보다보면 우리의 눈에 이미 친숙한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내뱉을 때 드는 당혹감이 든다. 근데 그 당혹감이 작품에 묘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일본어는 따로 재욱 씨와 선생님에게 또 배웠어요. 카라 활동 때랑 억양과 발음이 분명 달랐어야 했거든요. 카라 때는 외국인이 하는 귀여운 일본어 정도만 해도 괜찮게 넘어갔는데 '두 개의 연애'에서는 제가 재일교포로 나오니까요. 그렇다면 네이티브 수준으로 일본어를 구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기존에 제가 사용하던 일본어를 하나하나 다 교정해나갔죠. 계속 해서 녹음해 놓은 걸 듣고, '두 개의 연애' 촬영 때는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일본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들도 많이 안만났죠. 그래야지 미나가 한국말을 사용할 때 어눌한 느낌을 살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로서 첫단추를 채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박규리를 기억할 때 카라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던 박규리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것은 또한 카라로서 지난 10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또 다른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또 다른 10년을 기약하고 있는 사람에게 카라라는 꼬리표는 부담감이 될 수도 있다. 박규리는 그런 부담감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카라 활동 때도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두 개의 연애'를 촬영할 때와 비교해서 집중도 자체가 달랐던 것 같아요.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했죠. 아무래도 앨범 활동을 하다보면 연기에 백 퍼센트 쏟아부을 수 있는 노력도 분배를 해야하니까요.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신력에도 한계가 있고. 카라 활동을 할 때는 하고 싶어도 못했었고 안했었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이제는 개인활동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조금 덜 부끄럽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박규리는 실제 자신의 성격을 '두 개의 연애' 미나와 비슷하다고 얘기했다. 방송에서는 왁자지껄한 모습에 상큼발랄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을 많이 했지만 실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은 혼자 산책하러 다니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집에서 술과 안주를 만들어 먹는 걸 즐긴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오히려 방송을 통해 많이 외향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두 개의 연애' 속 미나처럼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전 남자친구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저도 미나처럼 그런 상황이 우연하게 벌어진다면 최대한 담담하게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남자친구와 그의 현재 여자친구랑 그렇게 오랫동안 삼자대면을 하는 일은 힘들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지금이 굉장히 편안하다고 얘길하며 인상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 이상 무리를 하면서 까지 분위기를 띄우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서 나오는 자유였다.
"카라 때는 방송에 출연해서 억지로라도 말하는 톤이라던가 행동 자체를 굉장히 과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해도 되겠다란 생각이 들어요. 무리를 하지 않아도 이상해보이지 않고, 그래서 지금이 더 편해 보이고 마음도 더 편해요."
박규리는 배우로서 조급한 마음도 들지 않아 보였다. 그는 '두 개의 연애'를 연출한 조성규 감독과 벌써 차기작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성규 감독이 박규리를 퍽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조규성 감독의 새로운 작품은 '두 개의 연애'와 완전히 다른 사랑 영화라고 했다. 고양이를 사람으로 보는 남자와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가 벌이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박규리는 "카라 활동을 했었을 때 처럼 배우로서도 큰 업적을 지금 당장 이루겠단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기자로서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고도 말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아이돌 가수로 정점을 찍고 다시 성인 연기자로 돌아온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박규리의 30대 모습은 어떨까. 주변에서는 벌써 30대라고 걱정했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30대가 뭐 어때서. 꽃 피는 시기인데"라고 대답을 한다고. 이제 막 다시 배우로서 꽃봉우리를 맺기 시작한 박규리가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이슈데일리 사진팀)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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