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터뷰] 정인선, "기회가 되면 연출에 도전하고 싶어요"

기사 등록 2016-09-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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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조은정기자]‘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고운 한복을 입은 배우 정인선을 보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올랐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해사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연기를 얘기하는 그의 눈빛은 깊고 진지했다.

지난 5월 방영된 JTBC 드라마 ‘마녀보감’에서도 정인선은 한복 입은 모습을 선보였었다. 무녀 해란 역을 연기하며 다소 칙칙한 한복을 입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무채색을 좋아해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하는 그에게서 의외의 면을 엿봤다.

“처음으로 선보인 무녀연기는 많은 분들이 제게 가지고 있던 인상과 다른 톤의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의외의 모습이었다는 평을 많이 들었죠. 근데 사실 그게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보이시한 성격과 저음의 목소리에 놀라워해요. 이렇게 저에 대해 갖고 계시던 기존의 틀을 깨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즐거워요.”

정인선은 하나의 틀에 갇히는 게 두렵다고 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들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 20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들을 하려는 노력이 존재했다.


“최근에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요. 하나의 캐릭터로 굳혀지는 게 좋을까? 나쁠까?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과 대중들이 저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 둘 다 소화해내고 싶어요. 사실 제 욕심이긴 하지만 제가 바라는 모습이에요. 팬분들은 제가 웃을 때 예쁘게 봐주시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마녀보감’에서 했던 무녀연기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끊임없는 고민과 함께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정확히 보고 있는 그에게서 연기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졌다. 경력이 길었던 그가 또 어떤 배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을지 궁금해졌다.


“형용사적인 측면의 접근보다는 긴 호흡으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역이 아니어도 길게 연기를 하면서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 속에서 성장하며 매우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배역이요.”

정인선은 짧은 순간의 장면에서도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내공 있는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왔다. 그렇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금방 잊어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특정한 작품 하나를 고르기가 힘드네요. 작품을 관객으로 볼 때랑 배우로서 직접 참여할 때는 분명 또 달라요. 그래서 딱히 떠오르진 않지만 일단 빨리 전부 겪어보고 싶어요. 감독님도, 작품도요.”

배우가 아니었다면 학창시절의 끝 무렵과 새 출발의 경계에 있었을 나이 스물여섯. 정인선은 연기활동을 하면서도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며 대학생활을 끝마쳤다.

“저는 학교에 대한 애착이 커요. 스스로도 학교생활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대학생 때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공연을 하기 위해 학교에 나갔어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연기뿐만 아니라 직접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극의 메커니즘에 알게 돼서 좋았어요. 무대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무대에서 하는 연기가 새롭고 즐거웠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연기.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받는 과도한 관심이 때로는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워낙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큰 관심이 약간 겁이 날 때도 있었어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었을 때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때 단순히 좋다기보다는 저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이 다른 장소로 빨리 이동하지 못할까 봐 걱정됐어요.”

정인선은 어릴 적부터 받은 큰 관심에 갑작스럽게 이슈가 되면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습성이 생겼다며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에 예전보다 좋아졌다며 함께 온 스태프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았다.


“배우가 안 됐다면 여행작가나 사진작가가 됐을 것 같아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서점에서 책을 사다가 혼자 끊임없이 카메라를 실험하며 공부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바빠지면서 한동안은 카메라를 못 만졌어요. 아! 이건 아직도 조용히 혼자만 가지고 있는 건데, 연출도 기회가 닿으면 해보고 싶어요. 학교에서 연출을 배우면서 영화 연출을 생각해봤어요. 우연히 접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번 써본 작품이 있는데 교수님이 보시더니 빨리 연출을 시작해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내용이냐며 귀띔해달라 하자 정인선은 연출로 보여드리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연기에 이어 연출까지, 욕심도 많고 자신이 가진 생각들에 대한 소신도 분명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하며 내놓은 그의 답변들은 연기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묻어있었다.

“앞으로도 항상 연기 곁에 있을 것 같아요. 계속 연기를 하려 할 거고, 또 그렇게 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일적인 부분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많은 경험이 쌓인 후, 미래의 숙성된 제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지금까지 나쁘지 않게 해왔다 생각하고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서 다양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소제공=소란피다 컬쳐)

 

조은정기자 j_e_j@ 사진 박은비 기자 smart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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