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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이천희 “아내 전혜진, 내조의 여왕이죠”

기사 등록 2012-11-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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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원기자]배우 이천희. 많은 대중들은 ‘패밀 리가 떴다’ 속 천데렐라나 기존의 작품에서 선보인 착하고 털털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1985’에서 악랄하디 악랄한 김 계장으로 열연했다.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다. 극중 김종태(박원상 분)를 가장 지독하게 괴롭히는 인물을 연기한 그에게서 기존의 선한 이미지는 찾아 볼 수 없다. 그야말로 파격 변신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이미지 변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착한 이미지 또한 내 모습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사실 ‘남영동’도 그냥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이코도 괴물도 아니고 고문에 미쳐있는 사람도 아닌 그저 김종태와 이념이 다를 뿐이죠. 철저하게 나쁜 악인은 없다고 생각해요. 악역은 악역이지만 김 계장 역시 인간이잖아요. 종태 외에는 모든 캐릭터가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김 계장 역은 결코 주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희는 정지영 감독에게 ‘남영동1985’에 꼭 합류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 번쯤은 영화계의 ‘거장’과 호흡을 맞추고픈 마음이 컸다.

“감독님의 전작 ‘부러진 화살’을 참 좋게 봤어요. 여태 작품을 하면서 거장과 작업을 해본 적이 없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송강호, 설경구 선배님과도 해보지 않았고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제가 어떤 배우인지도 잘 모르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감독님과의 호흡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죠. 감독님은 젊은 심장과 젊은 눈과 젊은 마음을 가진 남자로 불리기를 원하십니다.”

극중 김 계장을 포함한 수사관들은 김종태를 고문하면서도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라디오 중계방송으로 야구 경기를 듣고 연애담을 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오직 김종태만이 삶의 끝에서 몸부림 치고 있을 뿐이다.

“김근태 의원님의 ‘남영동’ 자전 수기를 보고 그 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는지 알게 됐죠. 나는 이렇게 갇혀 있는데, 세상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잊혀질 것에 대한 공포가 세세하게 드러나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 정말 슬프더라고요. 김근태 의원님이 정말 많이 버티신 거죠.”

연기는 연기였지만 누군가를 고문한다는 설정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촬영을 하면서 우리끼리 늘 얘기했죠. ‘우리는 영화라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 이 사람을 고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요. 그래도 많이 힘들었어요. 한 신이 끝날 때마다 다들 밖에 나가곤 했죠. 감독님도 많이 미안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장면이 힘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촬영이 끝나면 매일 밤 술을 마시고 어울렸죠. 촬영장 밖에서는 굉장히 화기애애했어요.”

‘남영동1985’는 어느 정도 강한 정치색을 띈 영화기도 하다. 선거철에 맞춰 개봉되는 이 영화에 대한 사회적 파장 역시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서 논란과 파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그런 걸 걱정한다면 이민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을 뿐이죠. 대선후보 분들이 영화를 보러 와 주시는 건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힘과 권력을 가진 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때와 같은 아픔이 또 다시 있어서는 안되잖아요.”

극중 이천희와 유일한 또래 배우는 김중기 뿐이다. 이천희는 김중기를 “촬영장의 아내였다”고 표현했다.

“김중기와는 정말 많이 친해졌죠. 마치 마누라같은 존재였어요. 성격도 정말 좋고 착해요. 배우로서 가진 능력도 굉장히 많고요. 이계장 역을 많이 힘들어하긴 했어요. 워낙 선배들도 많고, 역할 자체가 힘들다보니까요. 그래도 힘들어한 것에 비해서는 너무 완벽히 잘 해냈죠. 중기와 저는 밤마다 술 마시면서 서로를 위로해줬어요.(웃음)”

그렇다면 촬영장 밖 실제 아내 전혜진은 어떨까. 지난해 3월 화촉을 밝힌 두 사람 역시 금슬 좋은 연예인 부부로 꼽히고 있다. 이천희는 “아내 역시 ‘남영동’을 강력 추천해줬다”며 환히 웃었다.

“김계장 캐릭터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같이 연기하는 선배님들 얘기를 하자 정말 좋다고 기뻐하더군요. 촬영장도 몇 번 오곤 했어요. 내조의 여왕이죠. 현재는 공부를 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아마 연기를 다시 할 것 같아요. 딸 소유는 이제 15개월 됐는데, 정말 너무 예뻐요. 이 조그만 애가 벌써부터 저랑 혜진 씨를 들었다 놨다 한다니까요.”

당분간 이천희는 한 달 여 정도 휴식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남영동1985’로 의미 있는 작품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진 그가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작품 수가 많은 것보다 의미 있는 작품들에 많이 출연하고 싶어요. 물론 로맨틱 코미디나 재미있는 작품들도 좋지만요. ‘남영동’이 저에게는 딱 맞았던 작품 같아요. 진정성이 가미된 메시지가 큰 작품들을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