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잘했나]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아’...‘잡초같은 생명력’의 영화 속 캐릭터들

기사 등록 2016-08-31 17:36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세상은 넓고 영화는 많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넘쳐난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하나의 주제에 놓고 선별해 볼 필요가 있었다. <편집자 주>

영화에서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무언의 공식이 존재한다.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할 주인공이 소멸해 버린다면 극의 흥미는 확실히 반감될뿐더러 더 이상 보여줄 이야기 자체도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화의 성립을 위해 주인공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말이 되지 않더라도 보통의 상황이라면 목숨을 잃을 법한 주인공이 좀처럼 죽지 않고 기적처럼 되살아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 뿐만 아니라 긴장감 조성을 위해 죽지 않는 악역을 등장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 중에서도 경악할 만큼 질기고도 질긴 잡초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 ‘터미네이터’ T-1000

당장에 OST가 떠오르는가. 그리고 금세 손발과 온 몸이 움츠러드는가. 그렇다면 T-1000이 선사한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를 제대로 느꼈다는 증거다.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쉴 새 없이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해온 ‘터미네이터’ 시리즈. 이 같은 연상에는 T-1000의 존재감이 단연 돋보인 탓이다. 2001년 ‘터미네이터2’에서 처음 정체를 공개한 액체금속 로봇 T-1000은 T-800이 15년 세월을 거치며 노쇠함과는 반대로 오히려 상상초월의 진화를 거듭한 압도감으로 존 코너를 추격해 공포감을 안겼다. 처음에는 차가웠을 지라도 이내 인간 못지않은 따뜻한 면모를 보이는 T-800과 대비돼 더욱 잔인한 존재로 기억된다. T-1000이 어떠한 총알과 타격에도 끄떡없던 이유는 형상을 기억하는 유동합체합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T-1000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극저온과 극고온, 그리고 분자구조를 붕괴시킬 수준의 강한 산성용액에 두는 것. 하지만 용광로에 빠지며 그가 남긴 한 마디 “I’ll be back”은 마지막까지 결코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없게끔 만든다.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휴 글래스

곰과의 사투로 사경을 헤매고 동료들이 그를 놔두고 간 사이, 피츠 제럴드(톰 하디 분)가 아들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오로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향한 복수의 집념을 안고 끝끝내 목숨을 부지한다. 곰에게 습격을 당한 후 뼈마디가 으스러지고 살이 다 벗겨져도, 땅에 묻힌 후에도 깨어나 극한의 추위, 배고픔과 싸워가며 무려 4천 킬로미터가 넘는 기나긴 여정을 지나 살아남는다. 당시 이 놀라운 실화는 여러 신문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전설이 됐다. 영화는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속에 인간의 존재란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생명력은 정신력에 달려있음을 교훈한다. 특히 이 처절한 과정을 표현하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역대급 신들린 연기로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 ‘그래비티’ 스톤 박사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복판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지구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된다. 유일하게 동행한 매트(조지 클루니 분)의 희생으로 간신히 우주 미아 신세를 면하게 됐지만, 이제 홀로 지구로 귀환하는 방법이 문제였다. 단 하나의 계산 오차라도 발생한다면 그대로 중국 우주정거장으로의 도달은 불가능. 자신도 몰랐을 정도로 잠재된 기민함으로 우주 유영을 한 스톤은 지구 대기권까지 진입한다. 대기권을 지나며 불타는 소유즈 속에서 무시무시한 중력가속도의 법칙까지 온 몸으로 받아낸 스톤은 괴물 같은 생명력으로 지상까지 도달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중력을 거부한 안식처를 찾은 인간이 택한 곳은 결국 지구였다.




# ‘지구를 지켜라’ 강사장

‘그래비티’가 지구를 벗어나려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지구를 지켜라’는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에 맞서는 한 범인(凡人)을 조명했다.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 병구(신하균 분)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백윤식 분)을 안드로메다 왕자라 확신하고 그를 납치한다. 물파스가 상처와 각막에 발리고, 달궈진 도구가 항문에 들어가기도 하며,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먹으면서 십자가에 양 손이 못 박히는가 하면, 도끼로 다리가 찍히는 온갖 기상천외한 고문을 당하고도 강만식은 살아난다. 과거 갑자기 발생한 화재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고 고통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회적 약자 병구를 관찰할 때까지는 강사장이 불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200볼트 전기고문을 한 후에도 죽지 않는 강만식의 정체가 진짜 외계인이었다는 충격적인 엔딩은 관객들을 전율케 만들었다.


(사진='터미네이터2'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래비티'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