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검사외전' 황정민, 믿고 보는 배우의 선택은 옳다

기사 등록 2016-02-0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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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작품 할 때마다 늘 두렵습니다. 관객들이 지겹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그 인물을 새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기에 어떤 인물로서의 매력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매력을 찾아내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부담도 있어요. 그러나 제 직업은 배우입니다.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죠. 배우로서의 의무감이 있어요.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황정민은 연기에 ‘미친’ 배우다. 세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그는 배우란 자기 역할을 다하게 됐을 때 빛을 발한다고 믿는다. 또 황정민은 어떤 영화든 허투루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더불어 그는 영화 외에도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배우로서 새로운 역할 변신에 대한 열망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마치 그는 자신의 작품만큼 배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만난 황정민은 영화 속의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섬세하고 진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설 연휴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검사외전’의 개봉을 앞두고 그와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작 ‘히말라야’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히말라야’로 올 한해 시작을 잘 끊은 것 같아요. 이번 ‘검사외전’은 일반 시사회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레드카펫 행사 후 느낀 건 ‘강동원은 넘을 수 없는 산이구나’(웃음). 강동원을 보시러 많은 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왔습니다. 순간 제가 아이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웃음).”

그는 순박한 면모와 함께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오락영화다. 그야말로 유쾌한 버디무비인 셈. 그에게 ‘검사외전’이란 작품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모니터 하면서 ‘됐다’는 감이 딱 왔어요. 이 좋은 느낌을 잊어먹지 말자고 강동원에게 얘기했습니다. ‘키득키득’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예요. 낄낄대고 까르르 웃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중 5분이라도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정말 좋지 않겠습니까. 살면서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게 좋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 영화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검사외전’의 주된 영화적 배경은 교도소다. 황정민은 교도소라는 공간의 제약이 있었기에 액션과 관련한 아이디어들로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실제로 몇 장면들을 바꿔내기도 했다. 그는 여태껏 법정 장면을 단 한 번도 찍은 적이 없었으나 궁금했기에 더욱 도전했다.



“어릴 때 영화를 보다가 법정 장면 같은 것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곤 하잖아요. 이 작품을 제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어요. 다만 법률 용어 등 자주 안 쓰는 말이 많아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후 연극하는 것처럼 컷을 나누지 말고 찍자고 제안 했습니다. 카메라 3대 정도 들어갔는데 밀도 있게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이처럼 ‘검사외전’은 유쾌한 케이퍼 필름이다. 하지만 그는 “평소 멜로를 좋아한다. 사랑 얘기를 하는 걸 감성적인 스토리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가을은 멜로 여름은 공포’라는 공식이 있었는데 가끔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말할 만큼 풍부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쩌면 그 감성이 끈적하고 거친 캐릭터들을 역설적으로 잘 표현케 하 는 방식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황정민은 배우로서 연기 자체를 즐기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차기작인 ‘아수라’도 그렇게 시작한 영화예요. 현재 촬영이 다 끝났습니다. ‘사생결단’ 이후 질퍽한 영화는 오랜만입니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서로를 잡아먹을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웃음). 저는 그게 재밌습니다. 역할로서 부딪히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황정민의 진지한 표정에서 배우로서의 삶과 신념이 느껴졌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그의 다작에 대해 '황정민 쌍둥이설'이 있을 만큼 감탄과 함께 관심을 보여왔다. 연이은 촬영 스케줄과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터. ‘국제시장’-‘베테랑’-‘히말라야’에 이어 ‘검사외전’까지 그는 어떻게 그 짧은 간극에도 각기 다른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을까.

“테크닉적인 부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기도 기술 기자가 들어가거든요. 인물을 대하고 연기할 때 영화 속 살아 숨쉬기 때문에 철저하게 분석을 합니다. 제가 그동안 맡은 캐릭터들이 다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 저도 그 다른점을 궁금해 하면서 합니다. 그렇다고 어떤 계산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비법이 있다면 작품을 끝나고 나서는 빨리 잊는 편입니다. ‘내가 할 역할이 끝났다. 누구세요?’ 할 만큼 빨리 잊는 편입니다(웃음).”



황정민은 솔직한 배우다. 은근슬쩍 회피하거나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다. 동시에 그는 섬세한 감성과 연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그의 차기작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황정민의 고유한 카리스마와 물러서지 않는 용기는 '검사외전' 곳곳에 묻어있다. 그는 배우로서의 꿈과 계획조차 순수하다.

“저도 아이가 있거든요. 배우로서 아이를 위한 영화를 꼭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키드영화나 후크선장이 나오듯이 우리나라도 그런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쫄바지도 입을 수 있습니다.”

황정민은 진중함도 유쾌함도 모두 어울리는 배우다. 그는 전작들을 통해 이를 증명해 왔다. 충무로에서 투박한 캐릭터와 애절한 인물상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극히 드물다. 그게 황정민의 특색이자 강점. 똑같은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안일하지 않다는 뜻이기에 앞으로 황정민의 행보가 한층 더 기대된다. 그의 설날 인사를 미리 들어보자.

“관객 여러분 설 연휴에 해외여행만 가지 마시고 가족과 함께 ‘검사외전’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계절도 ‘검사외전’과 함께 봄이 올 것 같아요. 작품이란 게 어쩌면 늘 똑같이 돌듯이 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게 뭐라도 있기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어쩌면 삶도 똑같은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삶을 돌아보시고 한해가 시작됐는데 큰 사고와 재앙 없이 올해가 잘 지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집에 있으면 전만 부쳐야 합니다. 극장으로 나오세요.”

황정민은 연기에 미친 게 확실하다. 연인은 작품에도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다며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받는다고 미소 짓기에 그렇다. 황정민은 뜨거운 배우지만 과유불급이 아니기에 아름답다. 그런 그가 이번엔 ‘검사외전’으로 돌아왔다. 황정민이 설 연휴를 맞은 극장가에 어떤 놀라운 활약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월 3일 개봉.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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