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옥중화' 김씨 부인, 죽음으로 정난정 잡다

기사 등록 2016-05-3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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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옥중화'에 윤원형의 정실부인 김씨 역으로 윤유선이 첫 등장했다. 윤유선은 인자한 미소와 말투로 기품있는 귀부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MBC 창사특집기획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명종 재위기를 다룬 사극인만큼 문정왕후를 비롯해 윤원형, 정난정 등이 등장한다. 윤원형의 정실부인인 김씨는 역사의 기록은 많지 않지만 윤원형, 정난정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인물이다.

김씨 부인은 김안수의 딸이자 윤원형의 정실부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역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아니다. 여성이 역사에서 소외되는 것은 당시에는 당연시 되던 일이었다. 다만 김씨의 친정은 왕실의 외척인 김안로와 친인척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친정 어른인 김안로와 남편인 윤원형의 악연은 김씨 부인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다. 윤원형이 1533년 문과에 급제했지만 4년 뒤 당시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안로에게 파직 유배됐다. 처가에게 시련을 받은 윤원형이 아내인 김씨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리 만무했다.

김안로가 실각한 뒤 사사되자 윤원형은 재기했고, 홍문관 수찬(정5품)·응교(정4품)·교리(정5품), 사헌부 지평(정5품) 등의 청요직을 두루 거친 뒤 좌승지(정3품)·공조참판(종2품) 등의 현직에 올랐다.

하지만 인종이 즉위하면서 소윤 일파였던 윤원형은 윤임이 이끄는 대윤 일파의 견제를 받아 파직됐다. 이 과정에서 정실부인 김씨는 남편의 정치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미 김안로가 실각하면서 김씨의 친정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윤원형은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간악하기만한 무뢰배는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 급제한 당시 조선의 엘리트였다. 조선 엘리트들의 필수 코스인 홍문관과 사헌부를 거친 윤원형은 자신의 권력을 뒷받침해줄 조력자가 필요했다.

윤원형이 선택한 것은 정난정이었다. 정난정은 당시 조선의 무인 정윤겸의 서녀였다. 정난정의 생부인 정윤겸은 성종 23년(1492년) 무과급제하고 중종반정에 참여하여 정국공신(靖國功臣)에 책록됐으며, 전라도수군절도사, 첨지중추부사, 오위도총부부총관을 지냈다.

중종 31년 세상을 떠났지만 정윤겸은 왜구를 섬멸한 공과 함께 명장의 성품으로 백성들과 병사들의 존경을 받았다. 어찌보면 정적에 가까운 김씨 부인의 친척보다는 서녀이긴 해도 정난정의 집안이 윤원형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윤원형은 정난정과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위해 적서차별을 폐지하는 서얼허통을 추진하며 정난정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첩의 자식인 서얼도 과거를 치르고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면 허균의 '홍길동전'은 다른 내용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정난정은 권세가의 첩으로 만족하지 않고 정경부인 자리까지 욕심을 냈다. 그러나 윤원형이 정실부인을 내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분으로만 따져도 권세가 집안의 여식인 김씨 부인과 무신의 서녀인 정난정은 애초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정난정은 김씨 부인을 독살하고, 자신이 정경부인에 오른다. 천출에 가까운 신분에서 정경부인의 자리에 오른 보기 드문 사례였다. 정경부인이 된 정난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문정왕후와 윤원형 뿐이었다.

하지만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고, 윤원형은 사림의 탄핵을 받아 실각한다. 그리고 정난정은 김씨 부인을 살해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받기전 남편 윤원형과 함께 음독 자결했다. 정실부인을 독살하고 정경부인에 오른 정난정의 최후였다.

'옥중화'에서 김씨 부인은 남편 윤원형의 서자인 윤태원(고수 분)을 친아들처럼 여기는 인자한 어머니로 나온다. 윤태원 또한 김씨 부인을 어머니로 모시며 지극한 효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난정이 김씨 부인을 살해하면서 윤태원은 정난정을 향해 다시 칼을 갈게 된다.

김씨 부인은 역사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김씨 부인으로만 기록되고, 비참하게 죽음까지 맞이했지만 결국 자신을 죽인 정난정에게 제대로 복수했다. 여자의 복수는 살아있을 때가지가 아니라 죽어서도 계속된다.

[사진=김종학프로덕션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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