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광대역엔터]'정도전' vs '기황후', 정통과 퓨전의 차이

기사 등록 2014-03-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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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 완벽한 동시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와 배경의 사극이다. 표현 방식이 다르다. 하나는 진중하면서 우직하고, 다른 하나는 밝으면서 경쾌하다. 바로 KBS 정통 대하사극 '정도전'과 MBC 특별기획 '기황후'다.

지난해 10월 28일 첫방송을 시작한 '기황후'는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극중 인물들의 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물론 '기황후'는 퓨전 사극임을 표방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해야하는 사극에서 왜곡 논란은 결코 긍정적인 징조는 아니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1.1%(닐슨코리아 조사)였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왜곡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기황후'는 매회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역사 왜곡 논란과는 별개로 출연 배우들의 열연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1월 4일 KBS 정통 대하사극 '정도전'이 시작됐다. 지난 2009년 9월 27일 종영한 '천추태후' 이후 약 5년만의 고려 사극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고려 시대 말과 비슷한 사회 분위기는 물론 고려와 조선 시대에 큰 영향을 미친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정도전'은 첫 방송에서 11.6%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폭발적인 시청률 상승 속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시간대 타 방송사 주말드라마들과 경쟁 속에서 평균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시대 배경과 등장인물이 나오는 '용의 눈물'과 비교하면 미흡한 성적이기도 하다.

'기황후'는 몽골에 패한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이다. 등장인물들 대부분 실존 인물들이다. 하지만 역사가 기록한 사실과는 다른 점이 많다. 고려인으로써 조국 고려를 핍박하는데 앞장선 인물인 기황후가 고려의 자존심을 지킨 여인이라는 설정은 역사 왜곡 논란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당초 설정된 충혜왕 또한 역사에 기록된 패륜 망나니라는 기록과 다른 인물 설정이었지만 이후 왕유라는 가상 인물로 설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사실성 여부와는 달리 현재 시대를 배경으로한 정치드라마를 능가하는 권력투쟁 드라마는 역사왜곡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원을 비롯해 지창욱, 주진모 등 주인공들은 물론 전국환, 백진희, 정웅인, 김정현 등 악역들, 이문식, 진이한, 김영호, 권오중, 서이숙, 김서형 등 조연배우들까지 모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정도전'은 역사왜곡이 판치는 시대에 진정한 정통 사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복장은 물론 검 패용양식까지 세심한 곳에서 고증의 흔적이 묻어난다. 중국과 일본 사극의 영향을 받아 갑옷부터 검 패용양식까지 확실한 고증을 하지 못했던 과거 사극과는 달리 '정도전'은 영상 역사교과서로 불리며 철저한 고증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조재현, 유동근, 안재모, 박영규 등 명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대결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박영규는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고려 말 권신 이인임을 정치 고수로 재탄생시키며 연기력 호평을 받고 있다.

'기황후'와 '정도전'의 시청자 계층은 다르다. 퓨전을 선호하는 청년층은 '기황후'를 선호하며, 정통 사극을 좋아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정도전'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두 드라마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권력투쟁'의 비열함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 낳은 인간의 추함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상향을 꿈꾸고 그 이상향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좌절하는 인간을 통해 연민을 느끼게 한다.

사극이라면 퓨전이든 정통이든 고증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사극은 역사교과서가 아니라 역사의 사실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예술 작품이다. 정통 사극은 퓨전 사극이 주지 못하는 재미를 줄 수 있고, 퓨전 사극은 정통 사극이 전달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기황후'와 '정도전'은 경쟁작이 아니라 상호보완작품이다.

 

여창용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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