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 이성민 "관객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줄까가 중요하더라고요."
기사 등록 2016-01-2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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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 “스케일이 더 클 줄 알았어요. 물에 빠지기 전까지 장면은 훨씬 더 크게 상상했었거든요. 막 도망가고 파도 덮치는 그런 걸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이렇게 됐죠.”
스케일이 큰 영화를 찍어서 어떠냐는 질문에 이성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삼청동의 한 카페에 만난 그는 그래도 다소 첫 주연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은 듯 여유있어보였다. 10년 간 실종된 아버지 해관 역을 연기한 그는 딸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즐거운 듯 대답했다.
“저는 딸과의 비밀 아지트는 없어요. 다만 제가 집에 있을 때 항상 딸을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그 때마다 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서 같이 듣습니다. 엑소 노래예요. 신나죠, 저는 좀 덜 신나고. 그래서인지 가끔은 딸이 아내가 있어도 저한테 데려다달라고 해요. 처음엔 이상한 눈으로 봤으면서. 특별한 장소 대신 특별한 시간이 있는 거죠.”
딸에 대한 사랑까지도 해관과 꼭 닮은 이성민은 그렇다면 영화 속 해관처럼 로봇을 만나면 쉽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손사레를 쳤다.
“저는 첨단과는 거리가 멀어요. 핸드폰 어플도 얼마 없는걸요. 문자도 가끔 귀찮아서 전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런 아날로그적인 해관이 어떻게 저 로봇과 소통하는지 표현하는 게 가장 신경썼던 부분예요.”
설득력. 그것이 이번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은 이성민이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란다. 그는 “누군가 보고 ‘말도 안돼’라고 하면 영화가 어그러질 것 같았어요”라는 설명으로 말을 이었다.
“해관은 사오십 대의 중년 한국 남자잖아요. 보수적이면서도 때로는 이기적인 평범한 사람, 중년 아저씨를 상징할 수 있는 해관이 쟤, ‘소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소통할까 고민했어요.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소리’랑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줄까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인터뷰 장소에 함께 한 로봇 ‘소리’를 가리키며 이성민은 ‘쟤’ 혹은 ‘저 친구’라는 말로 그를 지칭했다. 스태프가 없으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소리’를 그는 진심으로 대하면서 연기했겠구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소리’가 마지막 촬영하는 날, 배우가 마지막 신을 찍을 때랑 똑같았어요. 촬영 후 기술팀이 소리를 차에 실을 때까지 따라갔습니다. 손 흔들면서 안녕도 했어요. ‘정이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너무 새 거가 돼서 만나니 어색할 정도로.”
언뜻 듣기에는 꼭 농담처럼 들리는 이성민의 말은 영화 속에서 ‘소리’와의 연기 호흡을 생각하면 결코 장난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가 천문대에서 딸의 얘기를 ‘소리’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묘한 애잔함까지 드러났다.
“천문대 가서 ‘춥다, 들어가자’ 할 때까지 ‘소리’를 어떻게 상대하고 접촉을 해야 할까 신중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으니까요. 나중에는 제가 접촉도 많이 했어요. 막 때리기도 하고. 그런데 감독님께서 편집하셨더라고요.”
이미 드라마 ‘미생’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이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오빠생각’의 임시완은 배우 이성민을 ‘발상의 전환을 잘해서 현장에서 독특한 장면을 많이 만드는 선배’라고 평가했단다. 이성민가 생각하는 자신의 연기도 과연 그러한지 기자가 물었다.
“그때는 그냥 리허설 때 해봤어요.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왜냐하면 그때는 김원석 감독이 저한테 이렇게 물어봤거든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어떻게 생각하세요?’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많이 준비했고 리허설 때 다 해봤어요. 그게 대본에는 없는 지문, 액션이다보니 시완이가 봤을 때는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공감대 넓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 경험 때문이 아닐까. 이 말에 이성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사실 거절을 못해요. 거절 못하기로 유명해요. 매니저들이 저한테 그러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의리 같은 부분도 있고 어떤 사람들과 작업하는지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도 그렇죠.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계획하고 피땀 흘리며 쓴 것인데 허투루 볼 수도 없고 고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같이 연기하는 배우, 시나리오 등 복합적인 기준으로 고르다보니 비중과 상관없이 선택해요.”
차분하게 작품부터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성민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만일 ‘소리’가 실제로 있다면 어떤 소리를 찾고 싶느냐고. 그는 한 사람의 아버지답게, 한 사람의 존재답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 어릴 때 아버지가 녹음기로 녹음한 소리가 있다. 그 커다란 데크 같은 걸 있잖아요. 그걸로 할머니 잔칫날을 녹음했는데 그 안에 가족들의 목소리가 다 들어있습니다. 그걸 고등학교 때까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걸 찾고 싶습니다. 나의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의 젊은 목소리를 찾고 싶습니다.”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스케일이 큰 영화를 찍어서 어떠냐는 질문에 이성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삼청동의 한 카페에 만난 그는 그래도 다소 첫 주연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은 듯 여유있어보였다. 10년 간 실종된 아버지 해관 역을 연기한 그는 딸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즐거운 듯 대답했다.
“저는 딸과의 비밀 아지트는 없어요. 다만 제가 집에 있을 때 항상 딸을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그 때마다 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틀어서 같이 듣습니다. 엑소 노래예요. 신나죠, 저는 좀 덜 신나고. 그래서인지 가끔은 딸이 아내가 있어도 저한테 데려다달라고 해요. 처음엔 이상한 눈으로 봤으면서. 특별한 장소 대신 특별한 시간이 있는 거죠.”
딸에 대한 사랑까지도 해관과 꼭 닮은 이성민은 그렇다면 영화 속 해관처럼 로봇을 만나면 쉽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손사레를 쳤다.
“저는 첨단과는 거리가 멀어요. 핸드폰 어플도 얼마 없는걸요. 문자도 가끔 귀찮아서 전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런 아날로그적인 해관이 어떻게 저 로봇과 소통하는지 표현하는 게 가장 신경썼던 부분예요.”
설득력. 그것이 이번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은 이성민이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란다. 그는 “누군가 보고 ‘말도 안돼’라고 하면 영화가 어그러질 것 같았어요”라는 설명으로 말을 이었다.
“해관은 사오십 대의 중년 한국 남자잖아요. 보수적이면서도 때로는 이기적인 평범한 사람, 중년 아저씨를 상징할 수 있는 해관이 쟤, ‘소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소통할까 고민했어요.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소리’랑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줄까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인터뷰 장소에 함께 한 로봇 ‘소리’를 가리키며 이성민은 ‘쟤’ 혹은 ‘저 친구’라는 말로 그를 지칭했다. 스태프가 없으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소리’를 그는 진심으로 대하면서 연기했겠구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소리’가 마지막 촬영하는 날, 배우가 마지막 신을 찍을 때랑 똑같았어요. 촬영 후 기술팀이 소리를 차에 실을 때까지 따라갔습니다. 손 흔들면서 안녕도 했어요. ‘정이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너무 새 거가 돼서 만나니 어색할 정도로.”
언뜻 듣기에는 꼭 농담처럼 들리는 이성민의 말은 영화 속에서 ‘소리’와의 연기 호흡을 생각하면 결코 장난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가 천문대에서 딸의 얘기를 ‘소리’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묘한 애잔함까지 드러났다.
“천문대 가서 ‘춥다, 들어가자’ 할 때까지 ‘소리’를 어떻게 상대하고 접촉을 해야 할까 신중했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으니까요. 나중에는 제가 접촉도 많이 했어요. 막 때리기도 하고. 그런데 감독님께서 편집하셨더라고요.”
이미 드라마 ‘미생’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이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오빠생각’의 임시완은 배우 이성민을 ‘발상의 전환을 잘해서 현장에서 독특한 장면을 많이 만드는 선배’라고 평가했단다. 이성민가 생각하는 자신의 연기도 과연 그러한지 기자가 물었다.
“그때는 그냥 리허설 때 해봤어요.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왜냐하면 그때는 김원석 감독이 저한테 이렇게 물어봤거든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어떻게 생각하세요?’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많이 준비했고 리허설 때 다 해봤어요. 그게 대본에는 없는 지문, 액션이다보니 시완이가 봤을 때는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공감대 넓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 경험 때문이 아닐까. 이 말에 이성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사실 거절을 못해요. 거절 못하기로 유명해요. 매니저들이 저한테 그러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의리 같은 부분도 있고 어떤 사람들과 작업하는지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도 그렇죠.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계획하고 피땀 흘리며 쓴 것인데 허투루 볼 수도 없고 고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같이 연기하는 배우, 시나리오 등 복합적인 기준으로 고르다보니 비중과 상관없이 선택해요.”
차분하게 작품부터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성민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만일 ‘소리’가 실제로 있다면 어떤 소리를 찾고 싶느냐고. 그는 한 사람의 아버지답게, 한 사람의 존재답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 어릴 때 아버지가 녹음기로 녹음한 소리가 있다. 그 커다란 데크 같은 걸 있잖아요. 그걸로 할머니 잔칫날을 녹음했는데 그 안에 가족들의 목소리가 다 들어있습니다. 그걸 고등학교 때까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걸 찾고 싶습니다. 나의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의 젊은 목소리를 찾고 싶습니다.”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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