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부산행’, 한국 좀비 영화의 희망을 보다

기사 등록 2016-07-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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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부산행’이 한국형 좀비 영화 역사에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뗐다. 이 작품은 국내 재난영화의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출중한 연출력과 통렬한 메시지를 필두로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행’은 이 같은 장르가 더 이상 외국 영화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 중 답습할만한 기준이 열악했음에도 주체적으로 새로운 틀을 만들며 획기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렇다면 ‘부산행’이 풀어낸 강점과 진취성은 무엇이었을까.

1. 한국 최초 ‘웰메이드 좀비 영화’


- 어설프지 않은, 사실적인 좀비 구현

‘부산행’을 볼 때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좀비(이하 감염자)의 모습이다. 그 기괴한 얼굴과 사지가 꺾이는 것 같은 동작이 원초적인 공포감을 주기도 하지만 연출의 측면에서 이렇게 ‘리얼’하게 감염자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놀랍게 다가온다.

영화 속 최초 감염자였던 심은경의 소름 돋는 연기는 이후 수십, 수백 등장하는 감염자들에 의해 이어진다. 어설프지 않은 CG와 사실적인 메이크업, 배우들의 열연까지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덕분에 인물들은 실제 감염자가 돼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 한정된 장소의 무한한 활용

‘좀비물’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존자들을 압박해 오는 감염자들의 위협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좀비 영화에서도 비행기, 쇼핑몰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했다. 그러나 ‘부산행’은 외국 영화의 수많은 시도 중에서도 흔하게 찾아보기 힘든 열차라는 장소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게다가 감독은 자칫하면 지루하고 답답할 수도 있는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열차의 큰 이동경로는 서울에서 부산이지만 그동안 다른 지역의 역을 거치며 지루할 틈 없는 사연을 만들어낸다. 여러 칸이 이어진 열차 안에서의 이동, 역사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 등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최대한의 규모를 이끌어내 ‘대형 블록버스터’라는 박진감을 준다.

2. 놓치지 않은 메시지


- 휴머니즘을 통한 감동 코드

‘좀비물’은 장르적 특성 때문에 열광 받지만 반대로 그 특성 때문에 외면받기도 한다. 감독은 그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았다. ‘부산행’은 쫓고 쫓기는 빠른 전개 속에도 한껏 살린 감동 코드로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약자를 먼저 보호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인간성이 상실된 아비규환 속 더 극명하게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특히 오직 딸을 위한 사랑으로 좀비에 맞서는 부성애는 이기주의가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도외시됐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 사회 비판을 통한 반성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대규모의 국가 재난 사태. 여기에서 감염자에 대처하는 것은 개인만은 아니다. 영화 내내 정부도 나름의 방식으로 감염자에 대응한다. 그 대응의 옳고 그름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초기 대처는 분명 비판받을 요소가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론을 호도한다. 감독은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연출을 통해 그동안 국가 재난 위기 상황시 우리가 취해왔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부산행’은 심상치 않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의 사전 예매량은 개봉일을 이틀 앞두고 2016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관객들의 관심에는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 이름 있는 배우들과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이 한 몫 했을 것.

사실 좀비물은 외국 영화의 범주까지 포함했을 때 그리 특이한 장르는 아니다. 이미 국내에도 ‘좀비물 마니아’가 꽤 생겼을 정도로 ‘새벽의 저주’, ‘28주 후’, ‘월드 워Z’ 등 유명하고 완성도 높은 외국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 영화 중 기억에 나는 좀비물을 꼽으라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 ‘해운대’, ‘연가시’, ‘더 테러 라이브’ 등 흥행한 다른 재난영화는 많은데도 이렇다 할 좀비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산행’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해 볼만 하다. 또한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의 본격적 시도뿐만 아니라 한국 좀비영화의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이 올 하반기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개봉.

(사진=NEW 제공)

 

양지연기자 jy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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