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 ‘특별수사’, ‘베테랑’과는 또다른 청량감 영화의 등장

기사 등록 2016-06-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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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한국산 사이다’가 다시 극장가를 찾아온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 이하 특별수사)’가 바로 그 작품이다.

배우 김명민이 전직 경찰이자 브로커 필재로 분한 ‘특별수사’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부조리의 끝자락에 서있는 권력자를 쫓는 수사극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스토리라인 때문에 ‘특별수사’는 공개된 후 곧바로 ‘베테랑(감독 류승완)’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등의 작품과 비슷한 매락에서 서술되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수사’는 주연배우 김명민이 직접 언급했듯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김명민은 “다른 작품들이 ‘대립’ 구도가 큰 틀이라면, 우리 작품은 ‘관계’에 중심을 뒀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쉽게 떠올려도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와 조태오(유아인 분)는 정의감과 돈으로 응집된 인물이다. 한쪽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내뱉을 만큼 자신의 신념을 공고히 한다면, 다른 쪽은 420만원이란 돈에 코웃음을 치는 거물이다. 두 사람의 대립에서 관객들은 당연히 올바른 쪽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별수사’ 속 필재는 다르다. 첫 장면부터 범죄 현장을 기웃거리며 명함을 나누는 모습에서, 직후 고생했다며 선배 항주(박수영 분)에게 회식하라며 돈 봉투를 쥐어주는 모습에서 다소 비겁하면서도 정이 있는 기묘한 이중성을 대놓고 드러낸다.

필재뿐인가.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여사님(김영애 분)은 아예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모든 면에서 ‘철옹성’ 같은 이 인물은 최소한 겉으로는 완벽한 선인이다. 조태오와는 다르게 행동부터 조근조근한 말투까지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치열한 ‘악’을 품고 있다.

이 둘의 만남에서 과연 관객은 단번에 어느 한 쪽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특별수사’는 이 대립을 성사시키기 전에 인물들의 관계를 더욱 탄탄히 쌓아둔다. 필재를 중심으로 판수(성동일 분), 양용수(박혁권 분), 항주 등의 관계와 동현(김향기 분), 순태(김상호 분) 모녀의 관계가 얽히는 순간 서로 다른 관계처럼 보이던 것들이 닮은꼴로 변화돼 필재와 동현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다.

부제 ‘사형수의 편지’가 주는 감정적인 느낌은 바로 이 관계에서 시작된다. 누명을 쓴 아버지를 찾아가지 못하는 딸과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필재의 이야기는 ‘특별수사’를 단순히 통쾌한 복수극 이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두 사람은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유사가족’이 아닌 진정한 ‘동질감’으로 맞닿으며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관계로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전한다.



대한민국의 명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토대로 인물들의 생생함을 구축하고 그 관계를 형상화해낸 ‘특별수사’는 그래서 여타 다른 ‘사이다 영화’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청량감과 함께 속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온기를 담아낸 영화 ‘특별수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사진=NEW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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