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의 영화이야기]'곡성', 해와 구름 그리고 나그네
기사 등록 2016-05-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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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영화 '곡성'으로 6년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이 달라졌다. '곡성'을 보고 감히 그의 전작인 '추격자'와 '황해'를 떠올릴 수 있는 관객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지난 2010년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는 이전 '추격자'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작품이다. '황해'는 심지어 '추격자'에서 연기를 펼쳤던 배우 하정우와 김윤석이 역할을 바꿔 그대로 출연했을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은 영화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진 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곡성'은 앞서 두 영화에서 자유롭다. 이것은 단지 '곡성'이 갖고 있는 소재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영화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본질적인 영화의 감상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의 존재'에 물음을 던졌기 때문일까. 확실히 이전 나홍진 감독의 작품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사건과 사고들을 어지러이 나열하며 현실에 두 발을 우직하니 뻗었었다. 그러나 '곡성'은 사람의 논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곡성'에서 종구(곽도원 분)는 구박은 받지만 한 아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남편이었고 딸 아이의 없어서는 안될 아버지이며 가족을 지키는 가장이자 마을을 수호하는 경찰이다. 그러나 마을에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등장하면서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의 단서가 될만한 것을 목격한 무명(천우희 분)이 나타난다.
'곡성'을 다 보고서 떠오른 것은 오히려 한 편의 우화였다.
정확한 제목도 지어지지 않은 이 우화에 등장하는 해와 구름은 한적한 거리를 지나고 있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한다. 구름은 있는 힘껏 바람을 날려 나그네의 옷을 날려버리려 하고 해는 자신의 햇빛을 이용해 나그네에게 더위를 먹여 스스로 옷을 풀어헤치게 만든다.
'곡성'과 상당 부분 오버랩 되는 이 우화 속 나그네는 당연 '곡성'의 종구다. 그렇다면 해와 구름은? 사실 무명과 외지인 중 누가 해이고 누가 구름인 것은 상관 없다. 무명과 외지인은 종구가 우화 속 나그네처럼 옷을 벗는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지만 애초에 왜 그의 옷을 벗겨야 하는 지에 대한 정확한 의중은 알지 못한다. 우화 속 해와 구름이 처음 내기를 벌였을 때 처럼 어쩌면 그들의 눈에 띄어서가 그가 두 사람의 내기에 끼게 된 이유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화를 빗대어 표현해보니 영화 속 무명과 외지인이 어느 절대자 혹은 첨예한 대립을 두고 있는 양측의 신적인 존재란 사실이 더욱 더 확고해졌다. 애초에 '파리 같은 목숨'을 달고 있는 인간에게 자비란 내려지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파리를 잡는 이유에는 음식을 부패하게 한다거나 성가시게 한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곡성'의 종구의 주변 사람들이 당하는 '개죽음'에는 아무 설명도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에 미치면 '곡성'은 끝내 섬뜩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통상 이 같은 영화들이 '그러니깐 진짜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교훈 아닌 교훈들을 손 쉽게 전해준 사례들을 우린 많이 봤다. 이에 반해 나홍진 감독은 '곡성'이 "위로를 전해주는 작품"이라고 자체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혹자는 그의 그런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피칠갑 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그러나 절대 악(惡)이라고 믿었던 악마에게서 악의가 없단 것을 확인했을 때 느껴지는 평온감은 있더라. 늘 그렇듯, 그렇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사진=폭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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