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당]‘럭키’ 예고편 보고 유해진과 이준의 ‘2가지 미래’ 예측해보기
기사 등록 2016-10-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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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영화무당’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작들의 예고편을 장면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제작진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기자들의 시선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코너다. <편집자주>
‘영화무당’ 열여섯 번째 작품은 오는 13일 개봉하는 ‘럭키(감독 이계벽)’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럭키’의 영문명은 ‘Lucky’가 아니라 ‘Luck, Key’. 목욕탕 ‘키’에 두 사람의 운이 달려있음을 제목으로써 함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이 바뀌는 두 주인공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킬러 형욱(유해진)과 죽음을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이다.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진 형욱의 열쇠와 자신의 열쇠를 바꿔치기하는 재성과 기억을 잃은 후 손에 남겨진 열쇠 하나만을 단서로 자신이 재성이라 믿게 된 형욱. 이처럼 뒤바뀐 두 인생의 끝은 어디일까.
사고가 나기 전 형욱은 악명 높은 킬러로 알려지며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활동을 해왔다. 눈만 마주쳐도 죽여 버린다는 전설의 킬러 형욱이 목욕탕 사건을 계기로 전혀 다르게 변한다. 비누를 밟고 넘어지는 그는 거의 천장에 닿을 만치 붕 뜨는데, 이 장면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잃지 않은 모양새다.
그런 형욱을 보고 있던 재성은 조심스레 자신의 열쇠를 형욱에게 준다. 두 사람이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결정적 계기인 셈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재성이 형욱의 기억상실을 어떻게 예상했느냐이다. 목욕탕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채 들것에 실려 가는 형욱이 깨어난 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여간해서 쉽게 할 수 없는 추측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주변 사람들은 형욱이 지닌 열쇠가 당연히 그의 것이려니 생각해 봉투에 짐을 싸서 함께 보낸다.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형욱은 설마 짐이 바뀌었을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하며 본인을 재성이라고 철썩 같이 믿게 되는 것이다. 또다시 의문점 하나. 재성의 짐 중에 신분증 등 사진이 들어간 물건이 없었을까? 분명 형욱은 재성의 나이인 32세를 자신의 나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형욱이 재성의 생년월일을 알고 있음에도 사진은 보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재성이 무명배우였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보자. 게다가 재성은 미래에 더 이상 답이 없다고 생각해 죽기를 결심한 상태다. 죽은 후 본인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도록 신분이나 사진에 관련된 것들을 미리 없앴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의 짐에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납득할만한 전제가 된다.
자신의 칼 솜씨와 운동신경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형욱은 기억을 잃기 전 직업이 배우였으리라 믿는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킬러보다는 배우가 좀 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가 생기기 시작한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배우인 유해진이 ‘발연기’를 연기하다니. 이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 자체가 폭소의 근간이 된다. 한술 더 떠 유해진은 체계적인 연기 훈련 계획까지 세운다. 전지적 형욱 시점에서 배우에게 필요한 네 가지는 체력, 발음, 발성, 감정. 그 중 감정의 하위 항목에 있는 사랑에 시선이 간다.
유해진은 작품 속에서 두 명의 여배우와 키스를 나눈다고 밝혔다. 전혜빈과 하는 키스는 형욱이 배우로서 영화 촬영을 하며 나누는 것이니 진짜 키스일 것 같지 않고, 정말 마음을 나누는 키스는 조윤희와의 키스가 아닐까. 존재 자체가 거짓이 돼버린 남자가 펼치는 사랑이 얼마만큼 진실 되게 표현되는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렇다면 계속 강조되는 초특급 반전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영화의 두 가지 결말을 예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이 영화가 반전이 가미된 감동 코미디라고 생각해보자. 형욱과 재성은 지금껏 살아보지 못했던 다른 인생을 겪음으로써 한평생 만나보지 못했던 상황과 사람들을 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두 사람 모두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시키게 된다.
우선 형욱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해치던 과거를 돌아보고 진정한 꿈을 찾는다. 재성은 제 인생을 대신 살아나가는 형욱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 예를 들면 배우를 향한 열정이나 노력, 성취감 등을 다시 발견한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배우로서 더욱 정진할 형욱과 재성은 훗날 어떤 작품의 두 주연배우가 돼 만날 수도 있겠다.
그런가하면 조금 더 스릴러에 입각한 ‘궁예’도 해볼 수 있다. 단순히 짐이 바뀌었다고 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기는 쉽지 않다. 사실 이것은 모두 형욱의 속셈이었던 것이다. 재성의 행동에 형욱이 작정하고 판을 맞춰준 것이든, 아니면 두 사람이 애초에 짜고 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형욱은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가정이다.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킬러가 이번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썼던 수단 중 하나가 인생 바꾸기인 것. 형욱은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의뢰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 원작이 있는 만큼 결말을 미리 알고 싶다는 유혹도 상당히 컸지만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터.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동 코미디로서 막을 내리게 될지 아니면 스산한 여운을 남기는 스릴러로서 끝맺음 될지, 혹은 모든 예상이 틀리고 이번에도 진정한 ‘영화무당’이 되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해야할지. 그 결과는 약 일주일 뒤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연기자 jy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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