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 '대박' 속 조선의 뒷골목 풍경 2. 검계, 조선의 밤을 지배하다
기사 등록 2016-05-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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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지난 [여창용의 사극돋보기]에서는 '대박' 속 조선의 뒷골목 풍경 1. 투전판과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기존의 왕과 대신을 중심으로한 사극들과는 달리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극중 주인공인 대길(장근석 분)이 조선 뒷골목을 누비는 인물인만큼 도박은 물론 폭력조직과도 연결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도박과 폭력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대규모 도박장의 뒤에는 폭력조직이 관계하고 있다. 역시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야쿠자, 마피아, 삼합회 등 폭력조직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에 도박장이 빠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도박 못지않게 폭력조직의 역사도 유구하다. 흔히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불리는 조선왕조와 폭력조직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 역사에서도 폭력조직에 대한 흔적은 남아있다. 조선의 낮을 지배하는 것은 왕이었겠지만 밤을 지배하는 것은 다른 힘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폭력조직을 검계라고 칭했다. 검계에 대한 기록은 '숙종실록'과 '조야회통' '연려실기술' '화해휘편'에 남아있다. '대박'의 시대적 배경이 숙종(최민수 분) 시대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숙종실록'에는 서울(당시 한성) 시내의 무뢰배가 결성한 검계가 습진(진법 훈련을 익힘.)을 해 서울 시민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으니 처벌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군인이 아닌 무뢰배 조직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으니 백성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숙종은 포도청에 명령을 내려 검계 조직을 소탕한다. 체포된 검계 일당들 중에는 자신의 몸에 칼자국을 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준 흉악한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검계 소탕을 주장한 좌의정 민정중은 우두머리를 엄히 처벌하고, 따르는 무리는 차등을 둬 처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좌의정 민정중은 숙종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검계의 기원을 분석했다. 검계는 향도계에서 출발했으며, 향도계는 당시 장례를 치르기 위해 결성한 계다. 장례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계가 결성됐다.
향도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향도계의 내부에 불손한 무리들이 향도계의 성질을 변형시킨다는 점이다. 당초 장례를 돕기 위해 조직된 향도계는 어느 순간에 죄를 짓고 숨어든 사람을 지켜주는 비밀조직으로 변질이 됐다.
검계는 군사 훈련으로 백성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이들은 살주계를 조직해 양반들을 살해하고, 양민의 재산을 강탈하며, 부녀자를 겁탈하는 짓도 자행하기도 했다. 당시 양반 사회가 검계 조직을 경계한 이유가 기존 양반체제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숙종이 검계 소탕을 명령해 대규모 토벌이 이뤄졌음에도 검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숙종의 아들인 영조 시대에 다시 검계가 말썽을 피웠고, 포도대장 장붕익이 검계들을 토벌했다. 18세기 문인 이규상이 쓴 '장대장전'에는 검계 소탕에 공을 세운 장붕익에 대한 이야기가 잘 묘사돼 있다.
조선시대 검계는 도박장, 기방과 아주 밀접한 커넥션을 이루고 있었다. '대박'의 배경이 도박장과 함께 기녀들과 왈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대박'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 어쩌면 조선의 제대로 된 모습일 것이다.
[사진=SBS 제공, 참고문헌=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저, 푸른역사)]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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