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케치]‘커튼콜’ 유쾌한 에너지와 짠한 페이소스의 만남

기사 등록 2016-12-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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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인생은 때로 연극에 비유된다. 각자 자신의 배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커튼콜’은 그래서 한 편의 영화이기보다 우리의 인생을 축약시킨, 재치와 연미늬 작품이다.

영화 ‘커튼콜’(감독 류훈)은 2일 오후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상영 직후 연출을 맡은 류훈 감독과 배우 장현성, 박철민, 채서진, 유지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류훈 감독은 “새 영화가 6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첫 작품보다 몇 배는 더 떨린다”라고 소가소감을 밝혔다. 그는 ‘커튼콜’을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최근영화들에서 느끼는 갈증이 있었다. 외면으로나 직업적으로나 멋진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가 많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저로서는 루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들이 끝까지 뭔가를 해내는 이야기였다. 우리의 삶이 원하지 않았던 일들의 연속인데 그걸 맞닥뜨리면서 이겨내는, 끝까지 살아내는 그런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커튼콜’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장현성은 연극연출가 민기 역을 맡아 코미디와 진지함을 오가는 진중함을 선사했다. 그는 민기 역에 대해 “자유인 장현성이 살아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직업 연극인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고단함, 그게 대학로에서는 지금도 겪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너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며 “연극인들 상대로 했던 시사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는 저에게 익숙하고 제가 굉장히 표현하고 싶은 욕심을 만들었다”고 연기에 임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연극 프로듀서인 철구 역은 박철민이 소화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과거 영화의 대사를 언급해 영화와 현실의 벽을 허물기도 했다. 그는 이것에 대해 “원래는 개그맨 출신 설정이라 다른 유행어가 있었다. 촬영 이틀 전쯤에 감독님이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 이 대사를 쓰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런 인물들의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 박철민은 “거기에 동의해 대사를 바꿨다. 제가 까불대고 감초 역할 조연을 많이 하다 보니 전형적인 모습에 지치시는 관객들도 있고”라고 말을 하다가 자신의 연기 인생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린 그는 “그걸 느끼면서 제가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악역, 진지한 것을 하고 싶었다. ‘약장수’나 ‘구르미 그린 달빛’ 그런걸 할 때 더 신나기도 했다. 악역으로서의 저를 발견하면서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철구는 저에게 아주 소중한 캐릭터 같다”라고 좀 더 폭 넓은 연기를 선사하고 싶은 배우의 마음을 내비쳤다.


12월 개봉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도 출연하는 채서진은 아이돌 출신으로 에로 연극에 뛰어든 슬기 역으로 먼저 스크린을 찾았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촬영할 때 정말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채서진은 “막내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다. 집에서도 세 자매 중 막내이고 좋은 현장에서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면 막내라서 잘 모르고 궁금한 걸 많이 도와주신다. 그래서 현장에서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했다”고 끈끈한 팀워크를 전했다.

연극 배우 유지수는 이번 작품에서 지연 역으로 처음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시나리오를 받고 너무 좋았다. 제가 15년 동안 연극을 했던 만큼 작품 배경이 좋았다”며 “긍정적으로 살자는 제 모토가 있는데, 그게 힘들지 않나. 실수를 할 때마다 남탓이나 좌절하게 되는데 민기 역이 그런 걸 잘 이겨내는 모습이 ‘웃펐다’(웃기면서 슬프다)”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작업을 하면서도 영화 촬영이 아닌 선배님들과 함께 연극을 올리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또 전무송 선배님의 ‘햄릿’ 연기 같은 걸 영화로 보는 것이 굉장한 경험이다”라며 “다른 훌륭한 시적인 대사를 관객들이 어떻게 가져가실 수 있을까 궁금하다”라고 ‘커튼콜’ 만의 장점을 설명했다.

연극을 올리는 도중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은 ‘커튼콜’. 배우들에게 연기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던져지자 장현성은 “저는 촬영시작할 때 ‘끝날 때까지 연극 연습실을 마련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소동극 같은 것이 정말 쉴새없이 우당탕 지나가는 거 같지만 장인의 정신으로 한땀한땀 따서 세공한 장면이다. 개인적인 실수담보다는 그런 장면들이 모두가 회의를 하면서 고민하고 만든 장면들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채서진은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때 무대에서 있던 우유를 엎은 적이 있었다. 너무 당황했는데 경력이 많은 선배님들이 도와주셔서 넘어간 적이 있다”며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에게 에피소들을 들었던 것이 다 재밌었다”고 말했고 이에 유지수는 “웃음이 터져서 한바탕 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적도 있고,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는데 앞줄 관객이 배우에게 화장실을 물어봐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적도 있다”고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세트 문으로 들어와서 세트 문으로 나간 관객분도 계셨다. 하필 그 문이 분장실로 이어진 곳이라 두 시간동안 못 나오셨다”라는 사연으로 현장의 폭소를 자아냈다. 박철민은 “‘늘근 도둑 이야기’라는 3인극을 하는데 하루는 닭볶음탕을 먹고 저녁공연을 해야 하는데 설사가 났다.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점차 신호가 와서 수사관님한테 ‘화장실이 어딨냐’고 물어봤다”며 “애드리브인줄 알고 받아치셔서 10분 동안 볼일을 본 적이 있다. 하필 화장지도 없어서 분장실에 대고 ‘화장지~~’하고 요구했는데 객석에 들려서 관객들이 뒤집어지기도 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언급했다.

예상 관객수를 묻는 질문에 류훈 감독은 “아까 100만으로 맞추기로 했다”고 대답했고 박철민은 “다들 50만 넘으면 춤 출 거 같고, 100만 넘으면 기절할거라고 했다. 같이 개봉하는 ‘판도라’가 1000만 드는 거랑 비슷할 거다”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박철민은 이어 “다같이 가슴에 담은 공약을 해보자고 했다. 우울하고 분노의 계절이지 않나. 100만이 되면 촛불을 백만개 사자, 그걸 집회 때 오시는 분께 드리자고 제안했다”고 말했고 유지수가 “노점상에서 파시는 분들이 걱정되더라”라고 말하자 “그래서 남으면 그분들한테 싸게 드리자, 넉넉하게 다시 파실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100만이 넘었는데 집회를 안 하게 되면 시민단체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리고 류훈 감독의 힘든 인생을 사는 이들을 향한 연민이 느껴지는 ‘커튼콜’은 오는 12월 8일 개봉 예정이다. 희극과 비극, 그 절묘한 경계선에서 탄생한 라이브코미디 ‘커튼콜’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그 행보가 궁금해진다.

 

성찬얼기자 ent@ 사진 김혜진 기자 hyejin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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