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양산을 든여인'

기사 등록 2011-06-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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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jpg

[박정은 미술전문 객원기자] '감정과 느낌의 기록' 인상주의 모네의 '양산을 든여인'

따사로운 햇살을 가리기위해 치켜든 양산,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치맛자락의 절묘한 조화, 정숙하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경괘한 야외 나들이 풍경속으로 .....

1. 모네와 인상주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9세기 이전의 그림들은 성서와 신화 등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20세기 이후의 현대 미술은 초현실적 이거나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더욱 난해해 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인상주의 계열의 작품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와 인물화가 많은데다 화풍 자체도 밝고 화사해서 대중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주의 작품들은 자연과 일상을 선 굵은 붓질로 표현하고 있어서 보다 친숙하게 '그림'으로 인식됩니다. 르네상스 시기를 포함 바로크 계열의 작품들은 주로 문학적 주제를 다룬 탓에 회화에 앞서 이야기나 신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인상주의 작품들은 주로 인물이나 야외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어서 좀더 회화의 본질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인상주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상주의 작품들은 흔히 빛과 색채로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은 순간의 빛을 포착해 빛에 색채를 입힌 것입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 탓에 빛을 포착하여 그 것을 화폭에 담는 것이 주요 과제의 하나였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사물보다 빛이 중요했던 것은 시간을 초월하여 불변하는 사물의 형상을 묘사하기 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인상을 어느 순간 포착하는데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고전적 아카데미즘에 따르면 하늘은 하늘 고유의 색이 있고, 물은 물 고유의 색이 있는데, 인상주의자들은 이런 틀에 박힌 색채에는 생명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풍경이나 사물은 그 자체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인상을 재현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살아 숨 쉬는 회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기반으로 순간에 포착한 시각적 인상이 중요해 졌습니다.

결국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인상의 재현을 회화의 본질이자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인상주의 화풍입니다. 그러다보니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대신 빠르고 강렬한 붓 터치로 일상을 속도감 있고 활기차게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인상주의자들에게 사물은 정밀하게 모사해야 할 대상이라기 보다는 붓을 들었을 당시의 감정이자 느낌에 대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2. 산책, 양산을 든 여인 (1875년)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 중에는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같이 인상주의계열의 화가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고갱도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후기 인상주의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서 모네와 르누아르는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인데, 그 중에서도 모네는 오늘날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상주의라는 말도 실은 그의 유명한 '인상, 해돋이'를 조롱하고 폄하하기 위해 나왔다고 합니다.

1860년대부터 노르망디 해안가에서 작업을 해온 모네는 1870년대엔 르누아르, 시슬레 등과 더불어 아르장퇴유에서 작업을 했습니다. 돛단배, 요트, 정원 등은 그가 즐겨 다루던 소재들입니다. 이렇듯 모네는 아틀리에를 벗어나 야외로 나가 그림을 완성한 최초의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인물화를 많이 그린 르누아르와 달리 모네는 풍경화를 즐겨 그렸는데, '양산을 든여인'은 야외에서 작업한 그의 대표적인 인물화입니다. 딱히 계절을 특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화사한 봄 날, 햇볕을 쐬러 야외로 산책을 나온 여인의 모습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여인은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이고, 왼편에 작게 그려진 아이는 그녀의 아들 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가리기 위해 치켜든 양산과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치맛자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숙하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참으로 경쾌한 야외 나들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일듯 말듯 약간은 설레이며 상기된 듯한 여인의 표정은 상향 구도 속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초록색 양산과 흰색 스커트는 더할나위 없이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양산을 든 여인'은 맵시 있는 여인을 모델로 삼아 인물과 소도구, 그리고 인물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모네의 흔치 않은 야외 인물화입니다.

같은 인상주의 계열이라고 해도 개개 화가들의 개성과 특징은 뚜렷합니다. 모네는 모네의 눈으로 본 세계를 그렸고, 르누아르는 르누아르가 본 세계를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좁은 아틀리에를 벗어나 자연과 풍경, 그리고 그 속의 인물을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본 자연과 풍경은 빛이 존재하는 밝은 세상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인식한 색감으로 빛을 표현하고 사물을 재현해냈습니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상주의 화풍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박정은원장.jpg작은철학자와 그림이 만나면 연구원 원장 www.grimnbook.com

 

평론가 박정은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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