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극적인 하룻밤' 한예리, 연애는 '을(乙)' 영화를 향한 열정은 '갑(甲)'인 여배우

기사 등록 2015-12-11 23:15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배우로서 ‘로맨틱 코미디’ 기회가 많은 건 아니잖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고 좋은 시나리오와 의미있는 영화였기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객 분들이 ‘극적인 하룻밤’ 보시면서 따듯한 연말 보내셨으면 하는 게 저의 작지만 큰 소망입니다"

배우 한예리는 우아하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하는 그의 면모에는 신중함이 느껴지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는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에선 저돌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지닌 시후 역으로 상반된 모습을 선보였다. 이는 한예리의 내공이 그 만큼 폭넓다는 지점을 드러내는 대목. 지난 3일 개봉된 ‘극적인 하룻밤’의 한예리와 최근 삼청동 한 모처에서 만나 ‘극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전작들에선 어떤 주어진 임무 같은 게 있었다면 이번 ‘극적인 하룻밤’에선 상대적으로 편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르적으로는 어려움을 느꼈어요. 시후는 어떻게 보면 닭살스럽고 엉뚱하지만 끝내 사랑스러운 캐릭터인데 제가 그런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소화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요. 자칫하면 여성 관객들에겐 비호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웃음)”

한예리는 극중 전 남친에게 복수하려고 찾아간 그 남자의 결혼식장에서 정훈(윤계상 분)과 뜨거운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훈은 전 남친 신부의 전 남친. 꼬일 대로 꼬인 두 사람은 희한하게도 인연이 계속됐고 그 필연 같은 우연이 모여 ‘몸친 쿠폰’을 공유하는 사이까지 나아갔다. 그렇지만 정훈도 시후도 사실은 전 연인들에게 버려진 상처 많은 ‘연애 乙’. 게다가 시후는 밀당이라고는 전혀 못하는 헌신적인 여자이자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닌 솔직한 인물이다. 만만찮은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무엇보다 윤계상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항상 촬영장에서는 정훈의 모습으로 있어주시려고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후라는 캐릭터는 경험에서 나온 것 같아요. 남녀 사이에 친근함이라든지 서로의 눈을 보면서 받았던 느낌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연기했습니다. 관객들이 시후와 정훈을 보면서 설렜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중시했던 것 같아요”



시후-정훈 커플은 영화 속에서 초반부터 달린다. 제목처럼 그야말로 ‘극적인 하룻밤’을 갖게 된다. 이는 여배우의 입장에선 배드씬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캐릭터에 몰입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난점이 있다. 그러나 한예리는 보란 듯이 당돌하고 현실감 넘치게 이 장면을 소화해냈다. 독특한 사연과 슬기로운 해결법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전일 수 있지만 배드씬 준비 과정은 딱히 없었어요. 의외로 부담이 없었다고 해야 될까요. 외형적으로는 너무 마르게만 안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잘한 뼈가 드러나서 혹시 보기 안 좋을까봐 그런 부분을 걱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살이 좀 찌었을 때 촬영했습니다. 봄에 찌는 편인 거 같아요(웃음). 다이어트 할 때 제일 먹고 싶었던 건 떡볶이. 맵고 자극적인 게 그렇게 땡기더라구요. 평소에 술과 함께 먹는 야식도 좋아합니다. 닭발도 좋고 해물탕이나 해물찜 풍성한 그런 느낌.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

‘극적인 하룻밤’은 동명의 연극이 있다. 한예리 역시 “연극 원작을 봤어요. 시나리오 받기 전에 봤습니다. 재밌었어요. 2009년도에 쓰여진 소설로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일찍 영화화 됐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극적인 하룻밤’은 탄탄한 스토리를 확보하고 있다. 연극이 원작이란 목소리와 함께 한예리가 ‘한예종’ 출신이란 점이 문득 떠올랐다. 앞서 배우 김고은-임지연 등이 ‘한예종’ 출신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바 ‘한예종’은 한예리에게 어떤 곳이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연기 전공은 아니지만 ‘한예종’에서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영상원의 졸업영화 작품들. 그런 단편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배우로서 첫 작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극원 출신은 아니지만 저 역시 ‘한예종’ 출신이라는 점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보통은 실기 실력을 중시하지 않는 학교들도 많은데 ‘한예종’은 뭐랄까 돈이 안 아까운 독보적인 학교인 것 같아요. 커리큘럼이 워낙 최고라서”

한예리는 이번 ‘극적인 하룻밤’에 대해 “시후와 정훈이 싸울 때 가장 공감이 됐습니다. 너무 슬펐어요”라며 “극중 캐릭터에 대입해서 그런지 혈압이 올랐습니다. 삼포세대로 표방되는 모습들. 연애조차도 제대로 용기를 낼 수 없는 캐릭터들이 애처롭기도 또 그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화가 나기도 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을 만큼 따듯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또 그는 다음 촬영이 끝나면 “추워서 하와이를 가고 싶어요”라고 밝힐 만큼 귀여운 면모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한예리는 실제 연애에 있어서도 비슷할까.

“실제로 정훈같은 남자와 결혼은 무리일 것 같아요(웃음). 연애는 아마도 포기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시후가 용기를 먼저 냈기에 달라진 그 다음의 정훈은 괜찮을 것 같지만 제가 실제로 먼저 다가가는 타입은 아니기 때문에 극중 자포자기한 정훈같은 남자를 구원할 만큼 당차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좀 실제 연애에 있어 순리대로 이끌려가는 소극적인 편이랄까요”



영화 속에서 보여 준 한예리의 연기력이 한층 더 놀라웠다. 실제 연애에 있어서 수동적인 여인이 영화 속에서는 당돌하게 정훈을 완벽하게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기호 감독에게 “어떤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 되나요?”라고 물을 만큼 연애에 있어서 소극적이나 “시후 역을 일부러 가볍거나 무겁게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영화에 있어선 적극적이다. 참고로 하기호 감독은 한예리의 질문에 “습관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해야 된다”라며 첨언했다고.

“이번 영화에서 촬영감독님이 목숨 걸고 찍어주셨어요. 그래서 실제랑 달리 진짜 예쁘게 나온 것 같습니다(웃음). 배려를 많이 해주신 거죠. 감사했습니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건 갈등이 펼쳐지는 장면에서 진지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의 실수로 상대 배우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일부러 날카로워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한예리는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그는 겸손한 면모와 함께 연기적 열정이 가득한 배우라는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촬영하는 순간마다 힘에 부칠 때 “힘든 상황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럴수록 더 사람들과 ‘아이컨택’ 하면서 대화하고 즐거운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 증표를 확인할 수 있다. 배우로서 한예리의 최종적인 꿈과 목표는 무엇일까.



“이번 ‘극적인 하룻밤’ 작업을 끝내면서 이상형이 무엇인지보다 어떤 사람과 만나야 할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저의 배우로서의 방향도 아마도 마차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각자의 ‘좋음’이란 게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좋음’에 들어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배우로서의 목표입니다”

‘극적인 하룻밤’에는 그런 한예리의 꿈과 노력이 듬뿍 담겨있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매력과 그의 연기에 대한 애정과 함께. ‘극적인 하룻밤’의 한예리가 자신의 다양한 장점들과 긍정적인 면모를 통해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상아 사진기자]

 

소준환기자 akasozo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