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당]‘걷기왕’ 소녀의 걸음, 빛나는 순간을 위해

기사 등록 2016-09-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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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영화무당’은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작들의 예고편을 장면마다 꼼꼼히 살펴보고, 제작진이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를 기자들의 시선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코너다. <편집자주>

영화무당 열네 번째 시간은 백승화 감독의 작품 ‘걷기왕’으로 선정했다. 선천적멀미증후군을 가진 소녀가 오로지 걷기 하나만으로 자신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심은경이 주연을 맡아 천하태평한 만복 역으로 분했다.

‘걷기왕’이란 제목이 ‘족구왕’을 떠올리기도 하고, 심은경의 ‘깨방정’넘치는 연기는 ‘써니’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다. 과연 ‘걷기왕’은 어떤 작품이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 소녀, 걸음을 시작하다

예고편 처음부터 경악할 만한 만복의 특기가 공개된다. 만복은 "걸어다닌다고 들었는데"라며 걱정하는 담임선생님(김새벽)에게 "걸어다닐만 해요"라고 안심시킨다. 능청스럽게 사탕까지 까먹으면서 "한 두시간"이라고 말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도리어 깜짝 놀라고 만다.

알고 보니 만복은 선척적멀미증후군으로 차에서 봉투가 필수인 체질이다. 만복의 가족이 타는 자가용으로 보이는 차 안이 비닐로 꽁꽁 매져있는 건 새 차라서인지, 만복의 멀미 때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그를 붙잡고 담임선생님은 "중요한 건 꿈을 향한 열정하고 간절함이야"라고 말하지만 그 다음엔 만복이 엎드려 자고 있는 장면이 붙는다. 만복의 태평한 성격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이후 그는 육상부 코치(허정도)로부터 다소 기묘한 테스트를 받고 "딱 맞는 종목" 경보를 제안받는다. 깜짝 놀라며 경악하는 장면이 들어오지만 이후 그는 아주 즐거운 모습으로 경보를 시작하고 소순이에게 밥을 주면서도 춤까지 추는 등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차를 탈 수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위축됐던 만복이 '경보'라는 걷기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 "걷기만 해서는 안된대"라는 말을 들어도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경보 역시 운동이기에 만복은 점차 고된 훈련 속에 녹아나고 만다. 거기에 운동부 선배 수지(박주희)는 코치에게 선수 출신이냐고 물었다가 "걷는 걸 잘한대"라는 말을 듣고는 만복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더 최악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스스로 멀미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돈(안승균)의 오토바이에 탄 건 아마도 만복 역시 그에게 호감이 있다는 증거일 터. 그러나 정돈의 "오빠가 꿈을 향해 스트레이트한 사람을 좋아해, 만복이 너처럼"이란 작업멘트에도 눈동자가 돌아가면서 "고맙습니다"라고 억지 인사를 건네는 건 소녀에게는 끔찍한 기억이지 않을까. 결국 그는 연습 중에 쓰러져버리기까지 한다.

어쩔 수 없는 멀미가 만복의 스트레스였을 텐데도 그의 아버지(김광규)는 "멀미 하나도 못 참으면서 뭘 하겠다고 그래?"라고 만복을 타박하고 자신에게 '경보'라는 꿈을 줬던 담임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꿈'을 심어주는, 결국 만복이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만다.


# 뛰거나 걷지 않아도 이대로 괜찮아

그래서 천하태평이었던 만복도 결국 폭발한다. 펑펑 울음도 터뜨리고 "다들 그렇게 한다고, 너만 빼고"라는, 아마도 주희가 했을 법한 말에 슬그머니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지금 참고 이겨내야 나중에 더 크게"라고 말하는 담임선생님한테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참아야 해요?"라고 반박하는 것도 만복답지 않은 행동이다.

대신 그는 그래도 걷는다.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듯한 한 번의 '일탈' 뒤로 다시 운동화 끈을 매고 신난 모습으로 교문을 지나 운동장에서 달린다. 걷기부터 경보와 뛰기까지, 만복은 그렇게 달라져갔고 마지막은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남긴다.

1분 30초라는 짦은 시간에도 '걷기왕'은 특유의 유머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발산했다. 심은경의 여고생 연기는 그 표정에서부터 기쁨과 심란한 마음이 모두 드러나 그 속의 희노애락을 예비관객들에게 전한다. 전원을 배경으로 '힐링' 풍경과 드라마로 관객들을 찾아올 '걷기왕'이 을씨년스러운 가을을 따스한 온기로 채울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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