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밀정’ 김지운② “공유, 여림 감추고 강하게 보여야 할 리더 어울려”

기사 등록 2016-09-1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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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송강호의 한계는 어디인가”라고 감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밀정’을 지켜본 관객이라면 그의 연기 못지않게 배우 공유의 연기력에도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을 터. 의열단의 핵심 멤버로 흔들림 없이 독립에 몸바친 김우진 역을 훌륭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은 어떻게 공유를 캐스팅하게 됐을까.

“의외의 캐스팅이란 건 감독이 가지고 있는 로망 중 하나예요. 배우를 완벽하게 변화를 시킨다는 것이니까요. ‘장화, 홍련’의 염정아씨나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씨가 그랬죠. ‘놈놈놈’은 그 자체였지만. 그런 묘미를 살리는 게 감독이 영화를 하면서 시도해볼만한 거고, 배우 역시 그렇죠. 지금의 20대보다 성숙한 세계관을 가진 의열단원들이겠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가 있잖아요. 나이브한 용맹성, 담대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공유씨가 가지고 있는 외형과 느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림을 감추고 강하게 보여야 하는 리더에 어울렸어요. 평소 광고 등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를 보다가 ‘용의자’ 속 들짐승 같은 순간을 봤거든요. 결단할 때 생각하고 수집하는 방식으로 직선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생각을 가지고 하는 인물이 김우진이었죠. 자신을 뛰어넘으면서 수행하는,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공유씨가 과정을 거쳐서 해내는 역할로서, 아까 얘기한 의외의 캐스팅으로 성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나 배우에게도 작은 이미지라도 가져올 수 있는 거죠. 공유씨로서도 송강호, 이병헌과 대적하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로망이자 두려움인데 스스로 문을 통과해야하는 것이었을 거예요. 여러 가지 영화에서 시도하고 모색하고 모험을 걸만한, 생산적인 모험이었어요.”

이처럼 김지운 감독은 탁월한 시선으로 ‘배우 공유’의 재발견까지 해냈다. 또한 그는 루이 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과 라벨의 ‘볼레로(Boléro)’를 사용하며 영화의 극적인 무드를 극대화하는 시도도 성공시켰다.

“‘밀정’의 주조, 톤, 리듬, 무드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가장 밀착시킬 수 있는 음악을 수집해 플레이 리스트에 뽑았는데 모두 영화에 쓰였습니다. 두 곡은 모두 1920년대, 30년대에 나왔던 음악들인데 일종의 감각적으로 반어적인 아이러니, 비극적인 장면에 아름다운 선율로 사용했어요. ‘When You`re Smiling’은 20년대, 30년대 가장 성공적으로 풍미했던 장르의 곡이죠.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런 걸 편안히 즐기는 시대에 우리의 선조는 비참한 상태였던, 온전히 즐길 수 없던 상태였던 겁니다. 그래서 장면 위에 올려놓으면 시대의 비극성이, 동시대의 문화를 즐길 수 없는 선조들의 처절함을 더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볼레로’는 발레곡으로 쓰이던 곡으로 그동안의 클래식이 변화를 발전시켰다면 이 곡은 계속 반복적이고 제의적인, 의식적인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정출은 바로 그 행사를 그렇게 봤던 것이죠.”

이렇게 다층적인 텍스트를 포괄한 ‘밀정’이지만 2시간 19분이란 시간 내에도 등장인물의 풍부한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인 ‘밀정’의 이야기가 다소 모자라다는 일부 관객들의 평에도 김지운 감독은 “밀정이 누구냐가 아닌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영화”라고 말하며 이유를 밝혔다.


“원래는 인물의 드라마가 있었어요. 하지만 상영시간의 압박, 주제에 집중하는 이유로 거둬냈죠. 인물마다 사연을 주면 주제에 몰입하는 과정이 흐트러지고 방해될까 봐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고 동시에 밀정이란 소재도 사실은 맥거핀에 가까운 느낌인 거죠. 밀정이 누굴까 쫓다보니 갑자기 ‘밀정이 누구냐’가 아니고 ‘밀정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모순, 분열’을 얘기하는 걸 아는 영화가 되길 바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밀정은 맥거핀이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들어내면 더 큰 부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밀정’은 김지운 감독의 말대로 ‘시대’의 영화였다. 때문에 그의 전작들보다 캐릭터성은 적지만 진중한 매력의 인물들이 가득한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 ‘반칙왕’ 등으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가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같은, 점차 독특한 세계로 빠져든 건 어떤 연유일까. 그에게 그 이유를 묻자, 김지운 감독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떻게 봐야하나”라고 나지막이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은 장르를 선택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결정돼요. 장르와 이 얘기를 어떻게 풀면 좋을까 하는 부분인 셈이죠. 당시에는 코미디에 대한, 인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었습니다. 정색하고 보면 사회극이 되는 것이니까요. 측은지심의 시선을 페이소스로 전달하려다보니 코미디, 아이러니를 유발하게 되고, 그래서 대상이 소시민으로 향했던 겁니다. 느와르, 호러, 웨스턴 액션, 복수극 같은 장르를 거치다보니 그 대상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악마를 보았다’의 경우 그 시기에 그런 시민의 복수극이 많아졌고, 범인을 쫓는 과정도 다르기에 월등한 육체와 무술을 겸비한 인물이 필요했죠. 장르를 먼저 생각하니 그런거 같아요. 유머를 발생하는 영화, 멜로를 한다면 또 달라질 테죠.”

김지운 감독은 ‘밀정’ 속 한 편의 시와 하나의 문장으로 그 시대의 선조들을 위로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위대함을 담아낸 ‘밀정’, 그 마지막에 아로새겨진 그의 의도를 직접 들어보기로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다녀가다’라는 문장은 과연 현재까지 그 싸움이 계속됨을 말하는 것일까.

“그 부분은 계속 여기서 머무는 것이라는 관점이에요. 실패의 역사, 실패한 작전을 다루지만 더 나아갈 것이고. 여기를 딛고 나간다는 의미에서 ‘다녀간다’라는 말을 썼지요. 중의적으로는 우리의 선조들이 무참히 빼앗긴 나라를 위해 그걸 견뎌냈다, 형무소를 다녀간다는 것도 품고 있구요. 견뎌냄에 대한 얘기, 그 과정이 있기에 이루어진 것들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사진 조은정 기자 j_e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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