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위태로운 전쟁의 틀에서 피어난 완벽 트로이카 ‘얼라이드’

기사 등록 2016-12-28 17:48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전쟁에서 만난 남녀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벌어지는 첩보작전을 담은 ‘얼라이드’가 2017년 초 강렬한 한 방을 선사한다.

28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의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얼라이드’는 언론시사회로 국내 첫 공개됐다. 까만 배경에서 키스 직전의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 그리고 “키스해줘요,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어요”라는 대사가 담긴 포스터로 이목을 끄는 ‘얼라이드’는 전쟁이란 위태로움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의심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빽 투 더 퓨쳐’(1985) ‘포레스트 검프’(1994) 등을 연출했던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선택한 이 시나리오는 세계 2차대전의 영국 중령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이 자신의 아내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를 독일의 스파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 진상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4분의 러닝타임동안 맥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떤 것이 진실인지 관객들조차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은 ‘폴라 익스프레스’(2004) ‘베어울프’(2007) ‘크리스마스 캐롤’(2009) 등을 연출하면서 비주얼과 기술에만 매달린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모션 캡쳐라는 기술이 그의 영화에 탁월하게 활용됐지만 그것이 곧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플라이트’(2012)로 호평을 얻고 ‘하늘을 걷는 남자’(2015)에 이어 ‘얼라이드’를 연출했다. 작품 내내 클로즈업이나 빠른 편집 대신 미디움샷과 배우들의 진중한 연기를 신뢰한 그는 맥스가 느낄 심리적인 요인들을 관객들에게 긴장감으로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브래드 피트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명품 연기’가 존재한다. 처음 카사블랑카 비밀 임무에서 만난 두 인물의 사랑과 그럼에도 전쟁 속에서 의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은 브래드 피트의 시선과 마리옹 꼬디아르의 우아한 동작들에게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었던 아이러니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이다. 특수임무를 맡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그들은 파티와 연회,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전전한다.

전쟁으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에는 이런 식으로 일상 속의 아이러니가 곳곳에 묻어난다. 두 사람의 집에서 파티를 벌이는 순간, 저 멀리에서 폭격기가 떠올랐을 때 마치 관객들이 영화를 보듯 “저기 한 대 격추된다”라고 외치는 소리는 장기화된 전쟁이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것을 은연중에 지적한다.

‘얼라이드’가 담고 있는 건 사랑이란 순수한 감정이 과연 편을 가르고 목숨을 빼앗아야 하는 전쟁 속에서도 가능한지이다. 맥스가 자신의 인생을 내걸고 마리안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통해 ‘얼라이드’는 사랑조차 목숨 건 전장에 내던져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얼라이드’가 뛰어난 건 그런 지점을 첩보전의 긴박함 속에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맥스가 하는 행동은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경계선에서 관객들을 긴장감에 몰아넣고, 그의 시점으로 보이는 마리안은 가장 사랑스러우면서도 의심을 접을 수 없게 한다. 마침내 영화가 엔딩으로 막을 내릴 때, 관객들은 그때야 이 영화가 전쟁이 가진 특수성을 두 남녀의 사랑으로 치환시켜 표현했음을 느낄 수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브래드 피트, 마리옹 꼬띠아르라는 트로이카가 만든 우직한 심리전은 그래서 더욱 여운이 짙다. 서로에게 본심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사랑이란 진심조차 위장으로 둔갑하는 비극은 처연하되 과격하지 않다. 절실한 로맨스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배합된 ‘얼라이드’는 오는 1월 11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