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사냥’ 한예리,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좋은 배우

기사 등록 2016-06-27 15:24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이혜언기자] 한예리를 오래 봐왔다. 물론 작품을 통해서 말이다. 꽤 여러 편의 독립영화에서부터 탄탄히 입지를 다져온 그였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영화 ‘코리아’ 속 순복 역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그 작품에서 한예리를 처음 본 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진짜 북한 사람 아니야?” 그만큼 한예리는 작품 속 캐릭터를 자신과 동화시키는 데 서슴없었고, 이미 프로인 배우였다.

영화 ‘사냥’의 개봉을 앞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예리는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가 됐고, 그만큼 한 결 편안해 보였다. 직접 만나니 더 사랑스럽고, 더 맑은 그로부터 한예리가 밟아온 캐릭터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시간이었다.

경력을 더해갈수록, 그리고 최근 들어 점점 더 미모가 피어나는 그에게 “예뻐졌단 말 많이 듣지 않냐”고 첫 마디를 건넸다. 그는 “카메라 마사지가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커다란 눈에 눈빛을 빛내는가 싶더니 “좀 더 여성적으로 부각되는 작품들을 해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이전에는 소녀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해무’를 기점으로 좀 더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더 성인 여성의 얼굴로 비춰지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작품 속 이미지 노출로 인한 요소도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더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사냥’은 그토록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는 작품은 아니다. 극중 한예리는 무척 맑고 순수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조금 더딘 양순 역을 맡았다. 그간 그가 해왔던 것처럼, 결코 연기하기 만만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렇듯 늘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딱 그걸 도전하고 싶어서 했다기 보다는, 늘 그런 작품들이 들어왔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내게 왔고, 감독님도 누구보다 잘 할 것이라 믿어줘서 그 점에 대해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물론 한예리는 우려의 여지없이 맡은 바를 완전히 소화해냈다. 그는 지난 ‘사냥’ 제작보고회에서 촬영 당시 가장 집중력이 좋고 성실한 배우라고 타 연기자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예리는 수줍어하며 “집중력이 높은 건 잘 모르겠는데… 그냥 성실하게 차근차근하는 걸 잘 하는 것 같다. 빠르게 한 번에 하는 건 잘 못하는데 지구력이 좋은 편인 것 같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그의 성향 때문일까, 그간 한예리는 드라마보다는 영화 출연이 훨씬 잦았다. 그런 그에게 2016년은 브라운관에서의 활약이 아주 두드러진 해였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한 그에게 느낀 바를 물었다.

“기회가 된다면 둘 다 꾸준히 병행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차이가 있기도 하고, 드라마는 확실히 직접적으로 피드백이 오고 바로바로 진행이 된다는 걸 느꼈죠. 그러나보니 조금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기엔 드라마가 좋은 것 같고. 영화는 촬영하고서 후반 기간이 있고, 또 홍보하는 시간도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이 직접 돈을 지불해 본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며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성향 중 하나를 굉장히 날카롭게 쭉 뽑아내는 작업’인 것 같다고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그래서 연기할 캐릭터가 자신과 백퍼센트 다르면 연기하기가 정말로 힘들다는 그에게 ‘사냥’의 양순은 어땠을까. 한예리는 “양순은 건강하고, 산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어떤 밝은 기운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모를 중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했고, 나로부터 뽑아내려고 한 부분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냥’이란 작품이 자신에게 남긴 것에 대해 “좋은 배우”라고 답하며 선배 배우 안성기에 대한 칭찬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옆에서 선배님과 시간을 보내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지 알 수 있다. 나도 나이 들고 있지만, 나이를 잘 먹은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나이를 멋지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데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선배님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선배님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훌륭한 분이다. ‘사냥’을 통해 안성기라는 사람에 대해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시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 감사하다”라며 넘치는 진심을 감추지 못했다.

한예리와 오가는 말을 귀담아 들으며 그 역시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으리란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좋은 사람이자 배우, 그래서 더욱 오래 두고 보고 싶은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래 서른 살까지만 연기를 할 생각이었다’고 밝힌 전적(?)이 있다. 천만다행히도, 연기를 하며 서른을 넘긴 그에게 인터뷰 마무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독립 영화를 하던 시절, 서른 살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시절에는 무용과 연기를 병행하는 게 버거워서 좋아하는 영화는 서른까지만 하고, 그 후로는 무용을 계속 잘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스물여덟에 만난 대표님이 제 배우로서의 능력치나 미래에 대해 배우로서 자질이 충분한데 해봐도 좋지 않겠냐고, 확고하게 믿어준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보다도 더 내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 믿고 해 봐야하지 않나,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바꾸게 됐습니다. 지금은요? 누가 불러줄 때까지 하고 싶고, 나이 먹고 육십, 칠십 살 돼서까지 소소하게 이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어요.”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이혜언기자 pgirl_@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