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환의 감독 초이스]'아가씨'로 돌아온 박찬욱, 깐느에서 사랑받는 이유
기사 등록 2016-04-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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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제69회 깐느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박감독은 지난 2004년 제57회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9년 제62회 ‘박쥐’(심사위원상)에 이어 세 번째로 깐느를 찾는다. 뿐만 아니라 ‘아가씨’는 2012년 제65회 ‘돈의 맛(감독 임상수)’,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 이후 한국 영화로서 4년 만의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와 함께 ‘아가씨’가 쟁쟁한 출품작들을 제치고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찬욱이 깐느 영화제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팬들 사이에는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이라는 말이 있다. 그의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를 일컫는 표현인 것. 세 작품은 모두 ‘하드보일드’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하드보일드’란 감정을 드러내지 않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담한 태도를 뜻하는 용어로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하드보일드의 뚜렷한 특색은 비정함에 있다. 여기서 비정함의 속뜻은 캐릭터나 사건의 비정함이 아니라 감독(=작가)의 표현이 건조하고 냉정하다는 의미다.
박찬욱은 앞서 ‘복수 3부작’을 통해 '한국형 하드보일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하드보일드'의 본질이 나타내듯 그의 ‘복수 3부작’엔 부조리한 세계의 단면을 응시하는 냉소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이는 깐느 영화제를 비롯해 예술계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산낙지를 씹어 먹는 장면은 유럽 관객들에게 그로테스크한 충격을 선사했다. 영화 속 오대수란 캐릭터를 구구절절한 대사로 표현하는 방식 보단 살아있는 낙지를 무덤덤하게 손으로 집어먹는 면모가 훨씬 더 그를 극명하게 피력했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견해를 덧붙이지 않은 건조한 어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그 사라진 감정과 도덕적인 판단은 관객에게로 이행된다. 이는 쇼크, 신선함, 카타르시스, 비통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깐는 영화제는 바로 이런 ‘박찬욱식 하드보일드’에 깊은 매력을 느낀 것으로 평가된다. ‘올드보이’와 ‘박쥐’의 수상은 이를 입증시킨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을 통해 감독의 시선과 방향을 극명하게 표출했다. 말하자면 ‘복수는 나의 것’은 인물들의 슬픔과 희망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보단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은 무감각함으로 캐릭터들의 언행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무감각함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현대인들은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 대부분 무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드보일드는 이 같은 현대인의 모순과 병폐를 역설적으로 대비시켜 더욱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꼭 눈물을 흘려야만 아픔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무표정할 때 오히려 그 아픔이 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
이처럼 박찬욱 감독의 큰 강점은 ‘한국형 하드보일드’의 구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무미건조하게 툭 내뱉는 “너나 잘 하세요”가 지닌 파급력을 통해 한층 더 공감될 수 있다. 만약에 “너나 잘 하세요”가 박찬욱의 스타일이 아닌 휴머니즘극에서 사용됐다면 전혀 다른 반응이 생성됐을 터. 의미는 사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신작 ‘아가씨’.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들처럼 하드보일드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일까.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구축한 또 다른 도전일까. 분명한 건 ‘아가씨’의 행보를 통해 박찬욱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감독이든 전작을 철저히 무시한 채 사유할 수는 없기 때문이며 전작을 확장시키든 뛰어넘든 신작을 통해 나아가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기에 그렇다. 박찬욱의 복귀작 '아가씨'가 그동안의 숙련에 힘입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스틸컷)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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