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남과여' 공유 "작품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리움을 채우게 돼 기대되요"

기사 등록 2016-02-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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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넓게 펼쳐진 설경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걷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기홍. 아내와의 불화 때문에 딸과의 대화조차 거의 단절돼있는 가장이다. 그는 타국에서 상민이란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한국에 와서도 상민을 찾아 나선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에서 배우 공유는 새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다가온다. 다소 쾌활하고 능청스런 이미지의 그가 이 작품에서는 저돌적이면서도 결단력이 있는 기홍을 소화해 보다 깊이 있는 눈빛을 선보였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바쁜 일정에도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금은 김지운 감독님과 ‘밀정’을 작업하고 있어요. ‘남과 여’ 후 ‘부산행’에 바로 ‘밀정’까지. 제가 양띠인데 작년이 양띠였잖아요. 운이 좋았나봐요. 저도 다른 배우들처럼 ‘작품 많이 하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그게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작품 후 곧바로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보다 묵직한 연기를 선사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동시에 한 여자에게 이끌리는 남자라는 양면성은 공유의 눈빛을 통해 이율배반적인 매력으로 거듭났다. “저는 기홍처럼 저돌적일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공유는 그렇기에 기홍이란 인물에게 흠뻑 빠진 듯 보였다.

“저라면 아예 시작도 못했을 사랑인데, 기홍은 그걸 해내요. 저는 연기로 그런 사랑을 해볼 뿐입니다. 그래서 희열을 느끼기도 해요. 현실에서의 나, 내가 아는 나. 그 변할 수 없는 범위를 연기로서 넘어서기도 하는 거니까요.”



영화 속 당당한 기홍의 태도와는 달리 공유는 그런 기홍의 사랑에 대해 최대한 연기적으로 언급했다. 기홍의 사랑이 불륜이기에 그는 그 사랑을 표현한 당사자지만 결코 그의 사랑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 사랑에 대해선 뭐라고 말 할 수가 없어요. 어쨌든 영화고 저는 배우니까요. 다만 저는 이렇게 말할게요.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느냐고. 느껴지는 감정 자체는 사람으로서 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거라고 느낍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공유는 ‘남과 여’를 직접 선택해 연기의 폭을 넓혀나갔다. 아직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할 수 있는 그였는데도 굳이 ‘남과 여’라는 작품을 선택한 건 다름 아닌 이윤기 감독과 전도연 때문이었다.

“이윤기 감독님의 화법과 여백이 좋아요. 생활적인, 절제된 대사 속에서 애절함이 있고 가슴을 치는 순간들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실 흔히들 말씀하시는 ‘멜로의 여왕’ 전도연 선배도 제가 관객입장에서 이토록 많이 동요됐던 여배우가 있을까 싶었을 정도로 동경하는 배우고요. 신기한 건 도연선배하고 상의하지 않아도 잘 맞았어요. 그분 연기를 보면서 자라서 그런가봐요. 보통 서로 불편할 때도 있고 그렇다고 해도 그걸 맞춰가는 과정이 영화인 건데 이번에는 정말 서로 잘 맞았어요.”

공유는 전도연과의 연기를 얘기하며 다소 들뜬 소년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도연은 정작 공유를 향해 “중심을 잡아준 배우”라고 언급했다. 그 말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건 공유는 이 작품에서 홀로 남겨진 가장의 모습까지도 묵묵히 소화해내며 등장하는 장면에 무게감을 실었기 때문이다.



“많이 계산하면서 연기하지 않아요. 배우마다 자기만의 철학이 있지만 저는 과장되거나 많이 극화된 느낌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물론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모든 작품이 허구라도 조금은 현실과 닿아있는 작품과 인물이 좋아요. 연기를 할 때도 스스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없는 게 좋습니다. 어떤 분들에겐 이게 틀린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가장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남과 여’는 그래서 전혀 다른 공유와 기홍이 묘하게 하나로 겹쳐보였다. 스스로 결정한 작품이기에 공유에게 특별한 공감대를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공유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님이 감정을 과잉으로 보여주지 않아요. 오히려 절제된 스타일이시죠. 몇몇 장면에서는 울고 매달리기도 했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펑펑 울기도 했어요. 그런 장면들을 아예 거둬내기도 하시고 짧게 쓰시기도 했어요. 제 생각이지만 감독님께선 ‘사랑영화’라는 걸 더 강조하고 싶으셨나봐요.”

이번 ‘남과 여’를 시작으로 배우 공유의 2016년이 시작된다. 그가 출연하는 ‘부산행’도 후반작업 중이고 ‘밀정’ 역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장르별로 하나씩 개봉하는 그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에는 촬영이 계속되면서 현장에 계속 있으니까 관객들의 피드백이 없었어요. 정말 2년 동안 현장에만 있으니 그런 것들이 그리웠거든요. 이제 ‘남과 여’를 시작으로 관객분들의 소감이나 피드백이 나올테니 기대되요. 작품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리움을 채울 수 있을 테니까요.”


(사진제공=쇼박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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