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남궁민 "새로운 도전과제가 생긴 것 같아요"

기사 등록 2016-02-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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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수정기자]"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전에 몰랐었던 즐거움을 느끼고 있죠."

데뷔 18년차 배우 남궁민. 그는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 이어 인기리에 종영한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를 통해 악역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악랄한 남규만역으로 안방극장을 섬뜩하게 만든 남궁민은 "화 한번 신나게 냈다"라며 속시원한 듯 웃어보였다.

정갈하게 세운 머리에 깔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역대급 악역 캐릭터의 표본을 선보였던 남궁민. 최근 본지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935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남규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는 차분해진 머리와 수수한 차림의 인간미 넘치는 남궁민을 만났다.

남궁민이 연기한 '리멤버'의 남규만역은 악인 중의 악인이었다. "지상파에선 이보다 더 악하긴 힘들것 같다"라는 남궁민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악행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캐릭터다. 남규만으로 분한 남궁민은 매회 소름돋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했던 악역과는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남규만은 이유없이 화를 많이 내요. 외적인 표현력이 중요했죠. 여태껏 내면적인 요소들이 중요한 역을 많이 해왔는데,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화를 낸다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자엽스럽게 화가 나더라구요. 화내고 있어도 화나는 기분?(웃음)."

남궁민은 남규만으로 제대로 녹아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새로운 배역을 맡았을때, '자유롭고 가장 릴렉스한 상태에서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빙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는 남궁민.

"이 연기를 하고나서 3주정도 많이 힘들었어요. 대사가 입에 잘 붙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발끝의 때만도 못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과한 액팅을 해야하잖아요. 그런 뉘앙스의 연기를 하기 위해선 그런 마음을 먹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데, 그런 게 많이 힘들더구요. 보통 연기를 할 때보다 버퍼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13회 정도부터 '남규만이 나이고, 내가 남규만이다'라는 느낌이 왔어요. 그 이후부턴 대사도 편하게 나오고, 워밍업 없이도 잘 표현할 수 있었죠."

'남규만이 나이고, 내가 남규만이다'라는 그의 말대로 남궁민은 남규만 그 자체였다. 완벽하게 그 캐릭터로 녹아들었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들진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될 정도다.

"남규만에서 빨리 빠져 나오게 됐어요. 아무리 연기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몰입을 하긴 했죠. 그래도 가지고 있기엔 힘든 캐릭터잖아요. 최대한 빨리 놓으려고 노력했고 생각보다 빨리 빠져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남궁민표 악역'이 탄생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됐다는 이창민 감독. 그는 "여태까지 함께했던 감독님 중 가장 최고였다"며 이감독에 대한 남다른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님이 항상 '남규만' 옆에 있어줬어요. 악역을 하다보면 비난이 쏟아질 때도 있고, 배우가 중심을 잃을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요. 감독님은 저에게 '니가 좋을 대로 해라'라고 늘 이야기 해주셨고, '내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을 할 틈을 안 주셨어요. 제가 연기를 하고 있으면 항상 웃어주셨죠. '남규만 팬이야'라며 저를 믿어주시고 좋아해주셨어요. 감독님하고 작업하는 거 자체가 행복이었어요. 어떤 역할이라도 감독님과 함께라면 무조건 콜입니다(웃음)."



그의 탄탄한 내공으로 만들어진 악역 연기 덕분이었을까. '리멤버'는 20%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궁민은 "18% 시청률이 넘는다면 300명과 셀카를 찍겠다"고 제작발표회에서 약속했던 시청률 공약을 지키게 됐다.

"시청률이 20%를 넘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시청률이 잘나와서 기분이 좋았죠(웃음). 시청률 공약을 지키게 됐는데, 300명과 셀카를 찍는다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았어요. 그래도 한분한분 너무 고마웠기 때문에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죠.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 다 전하고 왔어요.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는데, 다 못해드려서 아쉬워요."

남궁민은 팬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배우다.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남궁민은 틈만나면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깨알같은 남궁민표 '리멤버' 현장사진들은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했다.

"제가 연기한 남규만은 그 드라마 속 캐릭터로, 남궁민은 그냥 남궁민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남규만이 아닌 남궁민으로도 팬들과 이야기하려 했죠. 요즘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을 팬들도 고맙게 생각해주셔서 즐거워요."

남규만은 연기뿐만 아니라 '남규만 패션'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매회 세련된 '남규만표 슈트'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남규만표 슈트'의 탄생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남궁민의 섬세한 노력 덕분이었다.

"남규만이 입은 슈트들은 거의 다 스타일리스트와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한 형과 3명이서 의논을 해서 탄생한 것들이에요. 예전부터 슈트들은 맞춤으로 입는 편이에요. 슈트는 핏이 중요하잖아요. 자기 몸에 잘 맞아야 잘 살릴 수 있고, 색감같은 것도 잘 조합해야하구요. 이번에 남규만 패션을 보고 '고급스럽게 잘입더라'라고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기분 좋더라구요.(웃음)."

'리멤버' 마지막회까지 남궁민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메소드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19회, 20회까지 놓치고 가는 건 없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이 열정을 계속 유지하면서 앞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남궁민.

"예전에는 '남궁민이 착한 역할만 해서 나쁜역할을 어떻게 하겠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 역을 하고 난 후 지금은 '남궁민이 웃기만해도 저렇게 무서운데 어떻게 착한 역할을 하겠어?'라는 말을 들어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연기자 뿐 아니라 감독 남궁민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남궁민은 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하는 게 좋아요. '더 이상 보여드릴게 없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끊이지 않고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쌓아놓은 게 있고,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다른 모습들도 보여드릴 자신있어요."

최근 2015년 자신이 연출에 나선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파이'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모델 겸 배우 진아름과 열애를 인정한 남궁민. 그는 일과 사랑,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궁민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열정 가득한 그의 새로운 날개짓이 기대된다.

[사진제공 = 935엔터테인먼트]

 

박수정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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