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부산행’ 공유가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방법은?

기사 등록 2016-07-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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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또 한 번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에는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희귀 장르를 통해서다. 배우 공유는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으로 극한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는가를 표현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니 그의 매력은 한층 돋보였다.

작품은 개봉 전부터 일찍이 높이 평가돼 지난 5월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영화 상영 후에는 10분 이상의 기립박수가 이어졌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은 공유를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듦이 확실해 보였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층 내공이 쌓인 배우 공유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산행’, 그리고 그가 가진 생각들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굉장히 만족스럽게 봤어요. 칸에서 처음 접했을 때는 흥분돼서 제대로 못 봤다가 언론시사회 때 한 번 더 객관적으로 감상했죠. 초반에는 감독님이 워낙 작품성을 중시하는 분이라 알고 있었는데 결국 절충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대사 양은 훨씬 많았어요. 캐릭터 개개인도 각자 더 많은 양의 대사와 사족이 있었는데, 그걸 덜어내는 작업들이 결과적으로 영화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과잉되지 않았죠. 타겟을 확장하면서 감독님이 현시적으로 절충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잘 버무렸다고 생각합니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에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좀비를 소재로 했다는 점과 애니메이터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이기 때문에 공유에게는 이 영화가 일종의 도전작이 될 수도 있다.

“예전부터 좀비물에 흥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어요. ‘자칫 웃기게 나오면 안 될 텐데’라는 우려도 있었고요. 기획이 좋고 시나리오가 좋아서 일단 하겠다고 덤볐는데 현실적인 고민이 따라오는 거죠. 하지만 연상호 감독도 도전했을 때 같이 싸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장르적 통쾌함도 있고 첫 좀비물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기도 했어요.”




“연상호 감독님의 전작을 다 봤거든요. 사회 비판적 영화 ‘돼지의 왕’을 연출한 그 분이 우리 영화를 연출한다는 말을 듣고 그저 팝콘무비가 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이미 공포와 서글픔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감독님이 자신감에 차 있더라고요. 그런 자신감이 불쾌하다기 보다 유쾌했어요. 그래서 ‘남과 여’ 촬영도 들어가기 전에 바로 작품을 하겠다고 했죠.”

공유는 극중에서 증권사 펀드매니저 석우 역을 맡아 딸 수안(김수안 분)과 부산행 열차에 오른다. 직업부터 예사롭지 않은 석우는 평소에도 일에 쫓겨 가족을 등한시하기 일쑤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는 좀비 앞에서 역시 개인의 목숨을 우선시한다. 이 가운데서 부성애가 피어난다. 그리고 변화한다.

“수안이가 촬영장에서 에너지 발산을 해주더라고요. 아역임에도 계속 뭔가를 던져 주더라니까요. ‘남과 여’ 때도 느낀 건데, 좋은 상대를 만나면 내가 백번 궁리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주어진 상황들 자체가 저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수안이는 저에게 보배였어요 시나리오도 처음부터 뼈대가 굉장히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흘러가도록 짜여 있었거든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아버지 역할을 해왔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하지만 간접 경험일 뿐이고 아직은 미지의 세계인 것 같아요. ‘부산행’을 찍으면서 나중에 내가 결혼한 후의 모습, 육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됐어요. 과연 내 자식에게 세상의 어떤 부분까지 보여주고 알려줘야 하는지를요.”

“석우라는 인물에 애정이 있죠. 석우 이전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컸어요. 기획과 참신함에 대한 호기심이 컸죠. 저는 여러 편의 영화를 찍잖아요. 그런 가운데 이 기획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영화가 호평을 받는 게 제 공이라기보다는 같은 배에 탄 배우들과 제작진의 덕이라 생각해요. 감독님도 저에게 고맙다고 하는데, 저는 그저 제가 역할을 빨리 잡았을 뿐이라 생각해요. ‘내가 돋보여서 가져 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올해 들어 가장 다작을 하며 ‘열일 배우’로 등극한 공유는 아직도 한창 욕심이 있다. “제가 달려든다고 해서 다 되지만도 않는다는 것도 경험해봤고, 확실히 운이나 복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토로하는 그는 이전 1년에 한 작품씩 참여하는 느린 호흡의 배우였다. 휴식기를 가진 직후여서일까. “올해는 다작을 하는 게 ‘나에게 그런 해인가 보다’라고도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작품 섭외가 들어왔거든요. 다음 드라마 ‘도깨비’까지 저에게 기운이 온 것 같아요. 힘들어도 일 복 터졌을 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에요.(웃음)”

이후 공유는 올해 9월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또 한 번 스크린 점령에 나선다. 11월에는 ‘태양의 후예’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tvN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도깨비’(가제)로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기도 하다. 올해만 해도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부산행’까지 총 네 편을 선보이는 그는 대형 차기작의 공개를 앞두고 솔직한 속내를 터놓았다.




“‘부산행’, ‘밀정’을 통해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사실 많이 부딪히고, 깨지고,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었고, 상실감에 빠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 걸 연속적으로 겪다보니 뭔가 내가 어떠한 선을 두고 소극적으로, 너무 안정적으로 작품을 해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를 다시 북돋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찬사와 믿음을 보내주시는 아주 유명한 작가와 감독이 저에게 애정을 쏟아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고,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좀 더 뻔뻔하고 자신감 있게 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가장 마음이 갔던 이유는 김은숙 작가의 이해였어요. 현재 제가 안고 있던 고민을 모두 알아주시더라고요.”

2001년 KBS2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해 어느덧 15년차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배우로서의 고민을 여전히 안고 있던 그는 2011년 영화 ‘도가니’로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보였고, 2013년 ‘용의자’로 묵직한 액션드라마를 소화해 내며 연기의 전환점을 거쳤다. 올해 작품들로는 일종의 매너리즘을 완벽히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멜로, 좀비 블록버스터 스릴러, 역사극, SF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도 다양하다.

“어느 순간 제가 찍은 영화를 마주하기 두려워지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왠지 제 단점만 부각돼 보이는 것 같고 사소한 부분에 점차 집착하게 되요. 요즘의 제가 딱 그랬죠. 전도연,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했을 때, 연상호, 김지운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음에도 구르고 깨지면서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채찍질이 된 것 같아요. 좋은 시기에 찾아온 채찍질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갈 날이 많은 것 같아요. 스스로 잘 버텨준 것에 대해 감사해요. 저에게 칭찬하는 게 인색했는데, 이제 감사함을 느껴야할 것 같아요.”





(사진=NEW, 매니지먼트 숲)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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