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옥중화', 조선 명종 시기 치안 상황을 말하다
기사 등록 2016-05-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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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MBC 주말특별기획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그동안 사극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체탐인이라는 직업과 기존의 사극 배경으로는 생소한 전옥서(오늘날의 교도소)를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극이다.
어째서 '옥중화'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 중종~명종 시기이며, 장소적 배경이 전옥서가 됐을까. 조선의 중종-명종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 반정 이후 공신과 외척들의 권력 암투가 치열했고, 또한 연산군 때부터 착취를 당한 백성들의 피폐한 삶 때문에 도적들이 들고 일어나 치안 상황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피의 숙청을 통해 아들 세종의 선정 기반을 만들어놓았고, 세종은 조선왕조는 물론 우리 민족 역사의 최고 황금기를 이뤄냈다. 여기에 성종은 조선왕조의 기틀을 완벽하게 다져놓았다. 하지만 연산군이 세종, 성종이 이룩한 조선왕조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연산군의 실정은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사냥과 유흥을 즐겼던 연산군의 사치 때문에 백성들은 농토를 잃고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삶의 터전을 잃은 백성들은 도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임꺽정이 중종-명종 시기 대표적인 도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도를 허용하는 법률을 가진 나라는 없다. 하지만 절도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때문에 사회적 금제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절도를 향한 욕망은 거침없이 드러난다.
삶의 터전을 잃은 백성들은 모여 도적 집단을 이뤘으니 이들을 군도라고 한다. 지배층이 백성을 가혹하게 수탈하면 피지배층인 농민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토지를 떠나게 된다. 지주의 토지 침탈, 과도한 세금으로 인한 농민층의 이탈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이러한 조선 백성들의 한과 울분은 홍길동, 임꺽정, 일지매, 장길산 등 소설 및 설화 등을 통해 구현됐다. 군도의 조직과 규율은 매우 체계적이고 엄격했다.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힘없는 백성들을 약탈하는 것을 철저히 금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지음, 푸른역사)'에서는 군도의 조직은 우두머리인 별유사를 시작으로 별유사를 보조하는 부유사, 제반 사항을 지휘하는 영감, 유사 영감의 지휘에 따라 활동하는 중년, 조직의 회계 사무를 맡아보는 만사, 졸병급인 종도로 이뤄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윤종빈 감독의 연출한 영화 '군도'에서도 잘 그려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철종 재위기이며, 장소는 호남 지리산 인근 지역이다. 영화에서도 군도의 일원인 땡추의 활약과 함께 목단설, 추설이라는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후세 사람들에게 소설 속 영웅으로 추앙받는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이 과연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의적일까라는 질문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이들은 부정직한 체제와 지배자에 대한 저항만으로 아름답게 이름을 남겼다.
명종실록은 "저 도적이 생긴 것은 도적질하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기한이 절박하여 부득이 도적이 되어 하루라도 연명하려고 하는 자가 많기 때문이니, 그렇다면 백성을 도적으로 만든자가 과연 누구인가. 권세가의 문전이 시장을 이루어 공공연히 벼슬을 팔아, 무뢰한 자제들을 주군에 나열하여 백성들을 약탈하게 하니 백성이 어디로 간들 도적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당시 백성들을 수탈하는 권력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실록 속 백성들을 수탈하는 인물은 바로 윤원형(정준호 분)과 심통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명종실록은 이들을 "물욕을 한없이 부려 백성의 이익을 빼앗는 데도 못하는 짓이 없는 대도(큰 도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결국 도적들을 만드는 것은 더 큰 도적이라는 말이다. 그 큰 도적은 권세를 갖고 백성들을 수탈하는 권세가들이다. 오늘날에도 이같은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수백년 전 조선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MBC 공식 홈페이지, 참고문헌=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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