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의 '잼있게 미술읽기'ㅡ클림트의 '사랑'

기사 등록 2011-08-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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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사랑],1895년,캔버스에유채,빔 미술사 박물관.

[박정은 미술객원 전문기자]하얗다 못해서 창백해 보이기까지한 얼굴과 그녀의 애잔한 표정, 연인을 안고 있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떨림, 그런 그녀를 보다듬어주듯히 꼬옥 끌어 당기는 남자. 애틋해 보이는 연인들 위로 보이는 환영같은 얼굴들....
왼쪽에는 죽음을 맞이 하는듯한 시선없는 눈빛의 늙은 여인과 바로 옆으로 그로데스크한 나이든 여인들,그 가운데에 빛을 발하는 아이의 얼굴과 함께 오른쪽엔 젊은 여인의 미소가 보입니다.

마주보며 포옹하는 연인들...
사랑의 기쁨으로 행복해 보여야 되는데 사랑의 기쁨보다는 그 뒤에 오는 헤어짐의 기운들이 연인을 가득 에워 싸고 있으며 연인들의 표정은 안타까움과 애절함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포옹하는데 충만한 사랑보다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별이 느껴지는건 왜 일까요?

연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그로데스크한 환영같은 얼굴들 때문입니다. 지나간 시간과 세월이 다 담겨져 있습니다. 아이.젊은여인, 그리고 그녀의 행복한 미소, 나이든 여인과 죽음을 연상 시키는 노인의 얼굴 .... 강한 삶의 의지와 그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세월의 흔적들, 추함과 아름다움,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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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키스],1907ㅡ1908년,갠버스에유채,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이 그림은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키스' 와는 전혀 다른 사랑하는 연인들의 표현입니다. '키스' 에서는 화려한 금장문양과 연인들 발밑에 있는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 만큼이나 그들은 사랑에 도취되어 있으며 '키스'를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짜릿한 행복감으로 세상의 그 어느것 에서도 벗어나서 오로지 둘만의 사랑에 집중 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건만 같으며 이보다 더 이상의 황홀경은 없어 보입니다. 연인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헤어짐의 아픔이나 죽음은 전혀 찾아 볼수 없으며 무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녀는 행복에 도취 되어 온몸을 자신의 연인에게 내 맡긴체 시간과 공간도 잊은체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믿으며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키스' 와 비슷한 또 다른 연인은 클림트의 '충만'이라는 작품에서도 찾아 볼수 있습니다. '사랑' 에서 보여지는 연인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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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궁정 배우 르빈스키의초상],1895년,갠버스에유채,빈 오스트리아 박물관.

클림트가 '사랑' 과 비슷한 느낌으로 그린 작품으로 '궁정 배우 르빈스키의 초상'이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젊음과 늙음. 추함과 아름다움이 서로 대비되고 있습니다. 르빈스키 오른쪽 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 뒤로 보이는 그녀의 손에 들린 늙은 여인의 가면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에서 보여지는 애틋한 연인들도 영원할 것만 같은 '키스' 의 연인들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누구나 무기력 할수 밖에 없습니다.사람들은 열정적인 젊은 청년의 시기를 지나서 나이든 노년기를 맞이하고 얼굴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됩니다.클림트는 어쩌면 '키스'의 연인들에게는 정지된듯한 영원함을 부여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행복한 순간을 맞이 하게되면 '이 시간이 영원히 정지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영원한것은 없으며 원하든 원치않든 이별과 죽음을 받아 들여야합니다. '사랑'의 연인들이 포옹의 기쁨보다 그 뒤에 찾아올 이별을 받아 들이듯이 말이죠.

오늘도 우리는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제각기 다른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 인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어떤 시간들을 보냈느냐에 따라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이별과 죽음을 받아 들이는 마음은 서로 다 다를것입니다.

 

박정은 pyk73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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