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태양의 후예' 김지원 "비련의 여주인공도 연기해 보고파"
기사 등록 2016-04-0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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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받고 읽었을 때, '정말 재미있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구원커플'의 멜로 장면이 너무 만족스웠고 애절해서 몇 번 씩 읽었었던 기억이 있네요.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의 감정을 잘 표한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드라마의 시청이 TV로만 국한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스마트폰과 VOD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이용한다. 시청률도 자연스럽게 분산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 속에 '태양의 후예'는 지난 3월 31일 방영된 12회에서 3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간 지상파에서 방송된 드라마들의 시청률과 비교해 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다.
시청률의 수치는 자연스럽게 피부에 와닿는 인기의 온도차로 귀결된다. 김지원은 "방송 초반에는 드라마의 인기에 대한 실감을 잘 못했었어요."라며 "그런데 회차가 더해 갈 수록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주변에서 이런 저런 관심들을 주시는 것 같아서 이제는 많은 사랑을 주시는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라고 현재 '태양의 후예'가 낳고 있는 신드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엉뚱소녀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선보인 차도녀 연기로 김지원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윤명주 중위 캐릭터를 만났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김지원이 출연한 이번 '태양의 후예'는 전작 '상속자들'의 극본을 쓴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김은숙 작가가 누구인가. '스타작가'부터 시작해서 '로코의 여왕' '언어의 연금술사'로까지 불리는 작가다. 김지원은 그런 김은숙 작가의 두번째 선택을 받은 것이다.
"'태양의 후예' 제작진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 저도 너무 감사한 마음에 바로 하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김은숙 작가님은 전작 '상속자들'에서 제게 유라헬이라는 인물을 주셔서 많은 시청자분들이 김지원이라는 사람보다 유라헬로 기억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이번에도 '태양의 후예'라는 굉장한 대본을 받을 수 있게 돼서 고맙단 마음이 커요."
김지원이 '태양의 후예'의 대본을 받아든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해본 군인 연기에, '똑단발'이 이리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마치 김지원의 분신처럼 느껴질 정도다. '태양의 후예'를 시청하는 이들이라면 김지원 아닌 윤명주는 이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윤명주라는 캐릭터는 여자로 보나 군인으로 보나 여러모로 멋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윤명주라는 인물이 예쁘고 사랑스럽게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점이 김은숙 작가님의 대본에 그대로 쓰여있어서 윤명주 중위를 연기할 때 대본에 많이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태양의 후예' 촬영 전 윤명주 중위를 연기하는 부면에 있어서 김은숙 작가가 사전에 부탁했던 것을 회상하며 "김은숙 작가님은 제게 군인이란 것과 상관없이 여자인 지점이 있어도 될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다"고 얘기 했다.
"아무래도 군인 역할이다 보니까 연기의 톤을 잡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김은숙 작가님이 얘기해주신 그 부분이 참 맞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여군이란 직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괜한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자가 군인인 직업을 갖고 있는 것 뿐인데 꼭 남자 목소리 처럼 바꿀 필요는 없잖아요."
김지원이 연기한 윤명주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서대영 상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진구의 '구', 김지원의 '원', 서로의 이름 마지막 한 글자 씩을 따서 팬들이 이름을 붙인 '구원커플'은 문자 그대로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견인하는 '구원'투수와도 같다.
"진구 선배님하고는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대부분의 연기 호흡을 맞췄어요. 처음에는 나이 차이도 있고, 처음 뵙다 보니깐 걱정도 많이 했었어요. 드라마 촬영으로 만나기 전에 제가 진구 선배님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조금 무서운 느낌에 말씀도 없으실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전혀 반대시더라고요. 너무 유쾌하시고 농담도 잘 던지시고 기분좋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특히나 제가 연기적으로 고민이 있을 때 조언과 응원도 아낌없이 해주셨어요. 호흡이 잘 맞을 수 밖에 없는데 모든 게 다 진구 선배님의 노력 덕분이죠."
'구원커플'을 연기한 한 사람으로서 두 사람의 최고의 장면은 무엇일까. 김지원은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으로 1회에 등장했던 병원 복도 씬을 꼽았다. 그는 "그 장면은 '태양의 후예' 방영 전 티저로도 공개된 적 있어요.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 봤을 때 부터 '이 씬 진짜 장난 아니다'라고 느꼈던 장면이었고 잘 표현해내고 싶어서 고민도 많이 했죠"라고 말했다.
"사실 그 장면은 재촬영까지 하게 된 장면이에요. 맨 처음 촬영했을 때는 두 사람이 사랑했던 모습들, 윤명주의 서운한 마음들을 조금 더 많이 표현하고 눈물도 흘리고 그랬거든요. 재촬영을 했을 때는 그보다 감정을 좀 더 죽이고 연기를 했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고려했을 때 재촬영한 장면이 조금 더 애절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보셨던 장면은 당연히 재촬영 된 장면이랍니다."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를 연기하기 이전에도 일상 속에서 '다나까' 말투를 사용했다는 김지원의 말을 들어보니 문득 윤명주와 김지원이 얼마만큼 닮아있을까란 궁금증이 들었다. 김지원은 "그렇게 많이 닮은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솔직하게 답했다.
"윤명주 중위는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약간은 판티지가 가미된 캐릭터니까요. 그래서 윤명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굳이 비슷하단 점을 찾자면 조금 털털하단 것? 제가 작품 속에서 연기했던 인물중에서 그나마 닮은 캐릭터를 찾자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연기했던 지원이란 인물인 것 같아요. 지원의 정적인 부분들이요."
앞으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도전해 보지 않은 장르를 가진 작품들에 출연해 보고 싶다는 김지원은 이제 막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라고 연기의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비롯해, 더 진한 멜로, 공포 영화는 물론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생의 시련 앞에 온몸을 던져버리는 비련한 여자 주인공까지. 윤명주 중위를 벗어던진 그의 색다른 모습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연기를 할 때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하이킥'의 김지원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상속자들'의 유라헬로 불러주시는 분도 계시고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로 불러주시는 분도 계신데, 그런 이미지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나중에 저라는 연기자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사진=킹콩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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