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청춘시대’ 지일주, “저는 고두영과 180도 다른 남자에요”
기사 등록 2016-09-0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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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나쁜남자,’찌질남’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원불멸의 캐릭터. 지일주는 2달여의 시간 동안 드라마 ‘청춘시대’의 고두영 그 자체로 분했다. 강렬하다 못해 소름 돋는 그의 연기를 본 이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일주라는 이름 석자를 머릿속에 확실하게 새겼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까칠한 고두영과는 다르게,부드럽고 위트가 넘쳤던 지일주. 지난달 30일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배우 지일주와 인간 지일주의 삶,그가 꿈꾸는 미래를 자세하게 들어봤다.
2.1%의 시청률. 실제 수치와는 다르게 ‘청순시대’의 체감 인기는 훨씬 높았다. 사실적이고 공감을 일으키는 캐릭터와 자연스러운 연출은 ‘힐링 드라마’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자연스럽게 시즌2를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제가 출연한 드라마라서가 아니라,객관적으로 봐도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아쉬운 점은 12부로 끝났다는 것 외에는 없어요. 시즌 2가 제작된다면 당연히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두영이 너무 센 악역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와 상황이 나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쯤에서 고두영은 떠나 보내는 걸로 하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작가님이 불러주신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네요(웃음)”
5명의 여배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몇 안 되는 남자 배우들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고 특별했다. 지일주는 다른 배우들과 환상의 팀웍을 선보이며 무더위 속에서도 즐거운 촬영을 이어왔다.
“여자 배우들이 많이 나왔지만,제가 남자라고 해서 딱히 소외 받는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너무 즐겁게 촬영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죠. 혜수,승연이랑은 자주 통화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고, 조만간 한 자리에서 모이기로 했어요. 이번 작품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처음 만났는데 좋은 인연을 맺게 되서 기쁘고 감사해요.”
‘역대급 캐릭터’ 고두영이 탄생하기까지에는 치열한 오디션 과정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들어온 기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확실히 보여줬고,이는 이태곤 PD의 출연 제의를 받게 되는 감격의 순간으로 이어졌다.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직접 작품을 고르기보다는,감독님이나 작가님들이 먼저 접촉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드라마 오디션 미팅을 보게 된 후에도 PD님이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대본을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꼭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박은선 작가님의 팬이고, ‘연애시대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봐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금,폭행,다른 여자에게 한눈 팔기. 드라마 속에서 고두영이 정예은에게 저지른 만행들은 수 없이 많다. 언제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고구마 캐릭터’의 대명사. 지일주는 그런 고두영의 심리와 자신의 간극을 최대한 붙잡아 두기 위해 인물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고두영은 굉장히 1차원적이고 감정적인 인물이에요. 욱하는 면도 있고요. 일단 고두영과 저의 비슷한 점이 뭐가 있을지 찾아보면서 접근하려고 했어요. 고두영 자체가 생각이 많이 필요한 캐릭터가 아니라서,그때 그때 반응하고 상대방의 액션에 즉각 맞출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을 살리는데 더 주력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두영을 받아들여야 되는 입장이니까 제 스스로 타당성을 가지고,모든 부분을 그 친구의 편에서 합리화려고 했죠”
“고두영으로서 바라 봤을때는 그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지 몰라도,지일주라는 사람이 고두영을 관찰했을때는 대부분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기념일 선물로 샘플 향수를 준다거나,여자친구 몰래 다른 여자의 번호를 물어본다든지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죠. 그 중에서도 때리는 신은 정말 심했다고 봐요”
“또, 고두영이 정예은을 납치 한 후에 ‘내가 잘해주면 날 떠날 것 같아서 못되게 굴었다’는 대사가 있었잖아요. 제가 봤을때는 그건 핑계 밖에 되지 않아요. 상대방이 잘해줄수록 내가 점점 그 사람의 위에 있다고 느끼게 되고,깔아 뭉개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을 찾게 될거라고 본다는 건데…일명 ‘갑’의 연애라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예은이를 더 하대하지 않았나 싶어요. 고두영은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한테 보여주면, 쉬운 사람처럼 보여질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건 굉장히 얕은 판단이죠”
너무나 인상적었던 그의 연기 덕분에 ‘실제 지일주도 그렇지는 않을까?’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인간 지일주는 고두영과는 천성 자체가 다른 훈남&매너남이었다.
“저는 정말 다정다감한 성격이에요. ‘청춘시대’를 보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웃음) 데이트도 자주 하고 약속 시간에도 절대 늦지 않아요. 고두영과는 180도 다르다고 보시면 되요. 여자한테 최대한 선택권을 주고 뭐든지 맞춰주려는 성향이 강해요. 이별할때도 만나서 헤어지자고 이야기 하고 좋게 풀어서 끝을 맺으려고 하는 편이죠. 그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극중 행복한 시간보다는 싸우고 울었던 순간들이 더 많았던 두영과 예은 커플. 하지만 드라마와는 다르게 지일주와 한승연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똘똘 뭉치며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승연이가 많이 도와줬어요. 먼저 연기톤과 대사를 어떻게 가져갈건지 물어봐 주고,자기는 제가 하는 것에 맞춰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내내 저를 배려 해주고 존중해줘서 정말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성격이 워낙 착해고 순해서 같이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정말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 같아요”
나를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 내가 더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어떤 경우가 더 좋은것일까? '청춘시대’는 여러 커플들의 관계를 비추면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이상적인 남녀관계의 지형도를 떠올리게끔 했다. 지일주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사랑보다는 수평적이고 친근한 사랑을 추구했다.
“정예은과 고두영처럼 어느 한쪽의 격차가 너무 심한 것 보다는 서로 좋아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호감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그런게 좋아요. 함께 가는 연애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정도와 순서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최대한 같은 곳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걸 추구해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낼 수 있는,편안하고 재미있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들 중에 이상형에 가까운 이는 박은빈이에요. 실제 박은빈씨는 아니고,캐릭터요.(웃음)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평소에는 까불기만 하고 생각이 없어보일때도 있지만(웃음),간혹 은재랑 이야기 할 때 보면 의외로 깊은 면모를 볼 수도 있고,그런 점들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송지원 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과 만나면 즐겁고 유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지독한 악역일 수록, 그것을 잘 소화했을 경우에는 주인공 이상의 호응과 지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매력적인 악역이 주는 장점은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지일주는 고두영 역으로 인해 한단계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보다 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간혹 나쁜 남자 역할을 맡아서 이미지가 안 좋게 비춰지는 부분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오히려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저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설령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진다고 해서 평생 그런 역할만 하지는 않겠죠.(웃음)”
‘동네의 영웅’,’대박’,’청춘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일주는 올해에만 벌써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그는 그때 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발휘했다. 아직은 휴식보다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 외에 다른 일을 대입시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다작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제가 먼저 회사에 일을 잡아달라고 조르기도 해요(웃음). 많은 분들이 휴가 안가냐고 물어 보시는데 저는 아직까지는 촬영 현장에 나가는게 더 재미있어요, 집에 가면 혼자 있는데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도 볼 수 있고 여러가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잖아요. 굳이 어디를 가겠다고 계획한 다음에 놀러간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그냥 소소한 일상생활을 즐기는게 좋아요. 동네에서 즐기는 맛있는 안주와 소주 한잔. 정말 좋지 않나요?”
“작품에 새로 들어갈때마다 다른 역할을 해봐야겠다고 의식을 하지는 않는데,희한할 정도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전에 어떤 분이 저를 보고 얼굴에 많은 인물이 담겨져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게 맞아 떨어지나 봐요. ‘동네의 영웅’ 촬영 당시 감독님한테 칭찬을 받았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게 있었죠. 연기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건 정말 뿌듯하고 기쁜일이에요.”
지일주는 드라마,영화 외에도 연극까지 출연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나 아직은 주인공 보다는 조연이라는 자리에 더 익숙했던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차근 차근 기회를 기다리며 본인을 갈고 닦는데 집중했다.
“주연을 맡아서 더 부각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죠. 그렇지만 그건 제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라고 봐요. 주변의 상황과 저의 실력,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맞아 떨어졌을 때 가능한 것 같아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고,시기를 타지 못한 걸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배우로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해요. 묵묵히 제가 할 일을 해낸다면 그런 기회는 반드시 찾아 올 거라고 믿어요”
“연극,영화,드라마는 각각의 매력이 많은 것 같아요. 연극이나 드라마는 실시간 피드백이 바로 오는 반면에 영화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집중할 수 가 있다는 게 차이점이죠. 최근에는 드라마를 위주로 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그렇겠지만, 같이 밤새고 고생하는 느낌이 전 그렇게 좋더라고요. 동거동락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끈끈한 분위기는 한번 경험해 보면 잊을 수 가 없어요”
신뢰와 믿음.재치와 따뜻함. 32세의 지일주가 품고 있는 배우의 모습은 원대하다기보다는 소박했다. 하지만 그 담백한 이야기 속에 담긴 꿈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가 그려낼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 지는건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차태현 선배님이나 박해일 선배님처럼 위트 있으면서도 진중함을 가진 분들을 좋아하고,저 또한 그렇게 되고 싶어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는게 목표에요. 영화표 가격 9,000원과 드라마가 방송되는 1시간을 투자 하는게 아깝지 않은 신뢰를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이슈데일리 이승규 기자)
김상록기자 honjk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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