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영화]'스플릿' 관람 후 연상되는 영화는?

기사 등록 2016-11-14 13:56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박은비기자] ‘시선을 이끄는 이 영화, 내 취향은 어느 정도 저격할까.’ 문득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볼 것인지 거를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당신을 위해 이슈데일리 기자들이 유사한 성격의 작품들을 꼽아본다. 연결고리가 흡족한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지칭하는 말 '슬리퍼 히트'. 이에 요즘 가장 걸맞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14일 오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스플릿'은 개봉 일주일만에 누적 관객수 43만 9428명을 기록하며 한국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굳건히 지키고있다. 특히 '스플릿'은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당시 관객들로부터 평점 5점 만점에 4.4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같은 입소문으로 개봉 후에도 10점 만점 중 9점 대의 평점을 이어가고 있다.

‘스플릿’은 한때 전설적인 프로볼러였으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철종(유지태 분)과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볼링천재 영훈(이다윗 분)의 이야기다. 한국 최초로 도박과 볼링을 결합한 신선한 소재 속 두 남자의 진한 우정을 그리며 재미와 감동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캐릭터를 심도있게 구축해낸 유지태, 이다윗, 정성화, 이정현 등 극중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단순히 도박 스포츠 속 스릴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극중 인물간의 우정, 성장, 인간애 요소를 적절히 더해 마냥 무겁지않게 그려낸 '스플릿'. 이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한해선 기자 – ‘레인 맨(1988)’



‘스플릿’을 처음 접한 이들은 대부분 박진감 넘치는 도박볼링판 자체에 시선이 사로잡힐 것이다. 필자는 이 퍼포먼스보다 등장인물과 관계, 전개 방식,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레인 맨’을(1988, 감독 베리 레빈슨) 떠올렸다. ‘레인 맨’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한 후 자동차 중개상으로 살던 주인공 찰리(톰 크루즈)에게 어느 날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유산 3백 만 달러가 자폐증 환자인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에게 상속된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가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레이먼드의 존재가 자신의 숨겨진 형이었다는 비밀을 알고 여행길에 오르다 형이 서번트 증후군으로 숫자를 모조리 외울 수 있는 천재적 재능을 보유한 것을 알고 라스베가스에서 그를 이용, 카드도박으로 떼돈을 벌게 된다. 오로지 돈을 위해 접근한 찰리는 형에게서 자신도 몰랐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고 점차 가족으로 느끼며 진정한 우애를 쌓는다.

‘스플릿’ 역시 철종(유지태)이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천재적 볼링 실력을 보이는 영훈(이다윗)을 이용해 도박볼링을 펼치다가 그와 함께한 과정에서 형제애 비슷한 감정이 생기며 보호자를 자처하게 된다. 처음에는 가짜 삼촌 행세로 거짓 친절을 베풀지만, 영훈의 안타까운 사연에 점차 동정이 커지는 철종이다. ‘레인 맨’처럼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피보다 진한 땀’으로 유사 관계가 맺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스플릿’이 신파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분위기가 몰아갈 때쯤 영훈의 돌발 행동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레인 맨’ 또한 눈물샘 자극에 치중하기보다 담담하게 형제를 그리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 성찬얼 기자 – ‘꽃피는 봄이 오면 (2004)’



'스플릿'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도박'이란 소재다. 그래서 대개 '스플릿'과 비슷한 영화라고 하면 '신의 한수(2014)'나 '타짜(2006)'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플릿'이 인상적인 건 도박이 아니라 '판'에 뛰어든 사람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그린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볼링과 도박의 쾌감보다 오래 남은 건 철종과 영훈의 '케미'였다.

그런 점에서 이 '스플릿'을 떠올리면 이상하리만큼 '꽃피는 봄이 오면'이 함께 맴돌았다. 거기에는 철종처럼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우(최민식 분)가 있고, 영훈 같이 순진한 아이들이 있다. '볼링'처럼 '지휘'와 '트럼펫'이란 희귀한 소재가 있다. 아쉽게도(?) 도박 같은 대결구도가 있진 않지만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다.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스플릿'과 '꽃피는 봄이 오면'은 한 중년과 소년의 만남,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빚어내는 화합이 있기에 진심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스플릿'은 그보다 좀 더 역동적이고 때로는 '더러워서 피한다' 싶을 정도의 치열함도 있지만 그 중심에 자리잡은 성장은 관객들에게 유효할 것이다.


# 유지윤 기자 - '전설의 주먹 (2013)'



'전설의 주먹'은 고교시절 주먹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던 세 친구가 25년 후 리얼 액션 TV쇼에서 다시 만나 당시 끝내지 못했던 마지막 승부를 펼치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 평범한 국수집 사장으로 살아가던 덕규(황정민)도 전설 대전에서 2 억원의 자금을 약속 받고 승부조작 제안을 받는다.

여기에서 두 가지 갈등이 야기되는데 돈과 챔피언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하나만을 취해야 하는 덕규다. 돈을 받으면 딸 수빈의 교육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있지만 내면 깊숙히 못내 이루지 못한 챔피언이란 꿈을 접어야 하고, 딸에게 떳떳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챔피언을 취하면 경제적으로는 힘들 수 있겠지만 "꿈을 포기하자 말라"고 수빈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승리를 바라던 딸의 눈망울을 외면하지 못한 덕규는 과거 의리의 사나이 답게 승부조작을 거절한다. 이후 또 한 번의 갈등은 친구 상훈(유준상)과의 싸움이다. 고교시절 친구였던 상훈과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지만 덕규는 친구와의 우정을 다시 한 번 택한다.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이 연기를 잘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안투라지'에 출연 중인 박정민과 구원, 그리고 박두식이 이들의 아역으로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링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잘 버무려진 '전설의 주먹', '스플릿'과는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천한다.

 

박은비기자 smarteb@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