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TV]'결혼계약' 모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남다르게 하는 방법

기사 등록 2016-03-07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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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결혼과 계약이라는 상반된 두 단어를 엮은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결혼계약’은 좀 더 차갑게 우리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길 희망하는 듯하다. ‘인생의 가치가 돈뿐인 남자와 삶의 벼랑 끝에 선 여자가 극적인 관계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정통 멜로’라는 설명처럼 누구나 생각할 순 있지만 한동안 누구도 그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세심하게 담고 있다.

‘결혼계약’ 2회에서는 두 사람이 결국 계약 결혼을 성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한지훈(이서진 분)과 강혜수(유이 분)는 몇 번의 계약 직전과 계약 파기를 오가는 도중에 결정적인 인생의 난관에 봉착하면서 서로 필요에 의해 만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들이 조롱하되 끝내 버리지 못하는 ‘막장’ 요소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어머니를 위해 ‘서류 며느리’를 만들자는 한지훈은 도도한 귀공자이고 아이 때문에 계약 결혼을 선택한 강혜수(유이 분)는 기어코 암 판정까지 받고 만다.

‘결혼계약’이 돋보이는 건 이 과정들을 결코 극 중 갈등 유발을 위한 요소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문제점은 곧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필연으로 귀결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인물에 대한 설득력을 불어넣어줬다.

“어쩌면 이게 그쪽이 밑바닥에서 탈출할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지훈을 단순히 ‘나쁜남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줘 앞으로의 변화를 넌지시 제시한 것도 ‘결혼계약’의 묘미이다.

앞으로 ‘결혼계약’은 제작진이 암시했듯 두 사람의 입장이 서서히 변화하면서 사랑이 싹트는 전개를 택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을 사람들이 상상하는 만큼 보편적이면서도 남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이다. 모두에게 뻔한 내용을 다룬다면 결과적으로 통속극 이상의 작품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뻔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건 사실 이서진과 유이가 아니라 바로 주변인물들의 활용이다. 이미 전형적 인물의 차용에서 시작한 지훈과 혜수는 본격적인 갈등 궤도로 오르기 전까지는 큰 성격 변화를 보여주기 힘들다. 때문에 드라마에 활력을 넣어줄 수 있는 건 한정훈 역의 김영필, 박호준 역의 김광규이다.

한정훈은 언젠가 한지훈과 크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결혼상대인 서나윤(김유리 분)이 지훈의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복 형인 정훈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전개가 시작될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박호준은 시종일관 지훈의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며 다소 무겁고 냉소적인 지훈 주변에서 끊임없이 분위기를 환기시켜줬다. 김광규의 독보적인 비주얼처럼 그가 연기하는 박호준도 ‘결혼계약’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극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했다.

'결혼계약'은 첫 방송한 5일에도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가 17.8%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7일 공개된 닐슨코리아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6일 방송된 2회 역시 18%로 동시간대 1위를 지켜냈다. 0.2%포인트라는 소폭 상승으로 '내 딸 금사월'의 인기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각 인물들의 활약 속에서 두 사람의 계약 결혼이 어떤 식으로 풀어질지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마치 예상은 되는 무언가를 직접 마주했을 때 오는 어떤 긴장감이 ‘결혼계약’에서 느껴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아직 2회까지였지만 이야기를 공감가게 풀어낸 ‘결혼계약’이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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