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덕혜옹주’ 한 여인의 비극을 미술로 풀어낸 아름다움

기사 등록 2016-07-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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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많은 사극 작품들이 있지만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최근 ‘해어화’‘귀향’등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있었지만 ‘덕혜옹주’는 그와도 차별화된 미학이 있다. 전통 왕족들의 문화와 서양식 문화가 융합돼있기 때문이다.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왕녀였던 이덕혜의 인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때문에 1919년에서 1960년대까지의 대한민국의 사회상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보다 이덕혜라는 개인사에 집중한 ‘덕혜옹주’는 이 사회상을 서브플롯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미술과 의상이란,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한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전한다.

영화가 먼저 1960년대로 시작한 이후 다시 1919년대로 교차될 때, 거기에는 사진사가 “전하, 셋을 세겠사옵니다”라고 말하는 독특한 이질감을 마주하게 된다. 고종이 을사오적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상상을 많이 했더라도) 다소 생경한 대비가 이뤄진다. 양복을 입고 왕에게 ‘막말’하는 신하나 곤룡포를 입고 아이를 안은 왕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덕혜옹주’는 개인의 의상과 시대적 배경의 간극을 끊임없이 유발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더한다. 기모노를 선물하며 정치적인 방향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한택수(윤제문 분)의 모습이나 ‘암살(감독 최동훈)’의 작품에서 먼저 보여줬었지만 이 작품에서 코트 입은 독립투사들은 의상에서부터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한다.

의상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를 창출하는 미술의 화려함도 '덕혜옹주'의 완성도에 한몫한다. 4년에 걸쳐 고증에 매달린 만큼 해당 영화에는 시대를 아우르는 미장센이 확고하게 세워져있다. 왕족들의 공간이었던 덕수궁 석조전은 그 일상성과 조선 왕조의 위엄을 배합하기 위해 자료들을 토대로 세트와 실제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완성했다고.


또한 '덕혜옹주'에서 인상적인 장면인 '다이토 중공업 연설 장면' 역시 세세하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그 공간이 주는 압박감, 즉 조선인 강제 징용의 한이 고스란히 형상화돼있다. 로케이션 촬영이었지만 공간의 현실감을 위해 정원부터 2층 방 곳곳까지 미술을 가미한 '영친왕 저택'까지, 영화 속 공간들은 특유의 묵직하고도 세심한 손길이 스며들어있다.

이처럼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지만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까지 포착해낸 '덕혜옹주'는 오는 8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왕녀로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이덕혜의 삶이 관객들이 발길을 극장가로 이끌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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