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환의 영화 초이스]'검은 사제들', 강렬한 메시지와 몰입감... '믿음의 힘'

기사 등록 2015-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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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시한폭탄이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에서 행하는 엑소시즘(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필두로 숨 막히는 전개와 섬뜩한 순간들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

둘째, '검은 사제들'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소재와 과감한 장르적 변이를 통해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놀라운 파급력을 내포하고 있다.

5일 개봉된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구마의 증상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주된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나 사실 '검은 사제들'의 진정한 강점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장르적 기발함에 있다.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 필자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라신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앎이 논리의 영역이라면 믿음은 심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검은 사제들’의 신부들 역시 상당수가 구마의식을 통해 마귀를 내쫓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는 사람은 김신부(김윤석 분)를 비롯한 극소수일 뿐이다.

영화 속에서 김신부는 악귀에 지배된 자신의 오랜 제자이자 여고생인 한 소녀(박소담 분)를 도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를 (극 중) 가톨릭 주교회에서는 믿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흐지부지 덮으려고 한다. 이는 한 사건을 바라볼 때 믿음의 차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극명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검은 사제들’은 구마 의식의 성패에 대한 여부보다 구마로 표방되는 ‘인간의 두려움’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최부제(강동원 분)인 것.



그렇기에 ‘검은 사제들’에서 소녀의 몸 속의 들어있는 ‘악귀’는 일종의 은유다. 영화 속에서 ‘악귀’는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나약함과 고통, 피하고 싶은 마음과 포기하고 싶은 좌절감 등으로 상징된다. 이를 통해 ‘검은 사제들’은 관객들에게 한 가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실 악귀를 내쫓는 건 구마의식이 아니라 ‘용기’이며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같은 뜻의 다른 표현,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과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용감함과 믿음의 힘이다. 그렇다면 ‘검은 사제들’을 접한 관객들은 ‘악귀’를 바라볼 때 자신이 지닌 두려움과 나약함을 직시해야 한다. 이와 물러섬 없이 싸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승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나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성서에도 나오 듯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선물했다. 그러므로 ‘악귀=두려움’ 따위는 인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사람의 의지와 믿음이 훨씬 더 고귀하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또 이는 신의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더불어 ‘검은 사제들’은 공포스릴러라는 외국식 장르를 철저하게 한국식으로 변형시키는데 성공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무속신앙, 길거리, 삼겹살집, 한강, 여인숙 등이 그 증명이며 무엇보다 배우들의 기도문을 비롯한 한국어 대사들이 극의 긴장감을 폭발시키고 있다. 하물며 중국어와 라틴어 대사들조차 심층적으로 생각해보면 ‘한국 관객들’의 몰입도를 몇 십배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에 ‘검은 사제들’은 완벽하게 한국형 공포스릴러로 평가된다. 이는 ‘검은 사제들’이 지닌 최고의 강점인 셈.



이처럼 ‘검은 사제들’이 무서운 영화라는 기존의 담론은 편견에 가깝다. ‘검은 사제들’은 무섭기보단 통렬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섬뜩함을 재료로 장르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까지 더해졌다. 그러므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도 두려워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동시에 ‘검은 사제들’이 올 하반기 극장가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 영화 스틸컷, 포스터)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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