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육룡이 나르샤' 이성계와 최영, 함께 갈 수 없었던 고려의 마지막 영웅

기사 등록 2015-12-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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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이성계와 최영은 정녕 함께 세상을 이끌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을까?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고려 조정을 움켜쥐고 백성을 핍박한 간신 이인겸(최종원 분), 홍인방(전노민 분), 길태미(박혁권 분)는 제거됐지만 이성계(천호진 분)와 최영(전국환 분)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방원(유아인 분)은 장인인 민제의 마음을 움직여 해동갑족의 지지를 받아냈고, 정도전(김명민)과 함께 이인겸 일파에 일격을 가했다. 이방원의 허를 찌르는 일격에 이인겸 일파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홍인방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길태미는 이방지(변요한 분)의 칼에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인겸도 권력을 잃고 유배를 떠났다.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고려는 권문세족의 나라였던 것. 이인겸이 조정에서 물러났어도 여전히 고려 조정은 그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최영마저 이인겸을 두둔하자 이성계는 망연자실했다.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간신들을 몰아내고 고려를 다시 일으키려 했던 이성계의 충심은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최영은 새롭게 중원의 지배자로 떠오른 명나라에 맞서기 위해 요동정벌을 이성계에게 명했다.

이성계와 최영은 고려 말기 희망을 잃은 백성들에게 슈퍼히어로와 같은 명장이었다. 북방 민족과 왜구의 침입으로 백성들이 생명과 재산 잃어가는 와중에도 이성계와 최영의 연전연승이었다. 전장에서 매일 승전보를 가져오는 두 사람의 말 그대로 고려의 영웅이었다.

북방 지역 장수였던 이성계는 북쪽 국경 지대부터 남쪽 해안가 마을까지 외적이 침입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적을 무찔렀다. 최영 또한 전장에서 패배를 모르는 명장이었기에 고려 백성들은 두 사람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북방 변경 지역 출신 이성계와는 달리 최영은 고려 귀족이었다. 그가 비록 청빈한 삶을 살았다해도 기본적으로 그는 귀족 출신이었다. 이인겸 등 권문세가들보다 정도는 덜해도 귀족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려 우왕은 자신을 왕위에 올려준 이인겸을 더 신뢰했다. 때문에 이인겸의 복귀는 시간문제였다.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꿈을 가진 정도전에게 최영은 무너져가는 고려를 홀로 지탱하는 늙은 나무에 지나지 않았다.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최영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비록 전장에서 존경과 신뢰를 나눈 사이여도 이성계와 최영은 함께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지점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요동정벌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대립을 보였고, 이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끝이 난다. 이 과정에서 정몽주를 비롯한 사대부들은 이성계를 선택한다. 그들 또한 최영을 고려를 망친 권문세가의 한 사람이라고 본 것이다.

고려 왕조 마지막 두 영웅은 극과 극 결말을 맞았다. 최영은 패장의 신분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왕이 됐다. 하지만 영원한 충신으로 추앙받는 최영과는 달리 이성계는 말년에 자식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같은 길을 함께 갈 수 없었던 두 영웅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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