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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

기사 등록 2011-07-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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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이슈데일리 편집위원]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시인 출신 유하 감독이 연출한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crazy marriage’는 결혼한 뒤에도 결혼하기 전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지 않고 성 관계를 지속하는 한 여자의 이중적인 생활을 보여준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주인공 연희(엄정화 분)는 전형적인 ‘나쁜 여자’다. 한 달에 10명씩 맞선을 보는 그녀는 남자 5명을 놓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조건’을 찾아서 선택하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너 같은 스타일이 결혼하면 신랑 하나만 바라보고 평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네 결혼은 그 자체만으로 간통 미수죄야”라고 말을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결혼을 실행한다. 그러나 남편 한 사람으로 만족 못하는 그녀는 애인에게 옥탑방을 얻어주고 수시로 드나들며 그와 성 관계를 유지한다.

그녀는 남편과 애인을 오가면서 ‘정숙한 의사의 아내’역할과 ‘대학 시간강사의 애인’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한다.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그녀는 이러한 두 가지 상황을 철저하게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행위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바쁘게 사는 느낌이야”라고 말할 뿐이다. 결국 애인과 헤어지기로 결정하는데, 그것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주인공의 행동에 한국 남성이라면 대부분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면, 정부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수시로 드나드는 장면은 우리들이 익히 인식하고 있었던 사회적 풍경이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남성의 역할에서 여성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마녀의 이중생활

영화 표를 예매하고 시간이 남아서 포스터 사진 [사진1]을 바라보았다. 포즈가 굉장히 관능적 이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남녀 주인공이 서로 밀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과 얼굴의 표정이 썩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수상했다. 왜 시선이 마주치지 않고 서로간의 공감대가 결여되어 보일까? 라는 궁금증은 영화를 보고 나서 해소되었다.

영화관을 나오며 연희에 대한 느낌을 어떤 의미로 표현해야 할지 적당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마녀(魔女)’라는 표현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사전적 의미로서 일반적으로 마녀는 한 악마의 총칭으로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저주하여 농작물을 말라죽게 하거나, 인형에 바늘을 찔러 누군가를 죽게 하는 ‘검은 주술사’라는 네거티브한 모습과, 주문이나 약초로써 병을 고치고, 농작물의 증산을 위해 비가 오기를 천신께 비는 따위의 일을 하는 ‘흰 주술사’라는 포지티브한 행위를 하는 여자 등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과는 달리 마녀가 단순히 나쁘거나 혹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연희의 태도는 봉건주의적인 시각에서 생각을 해보면 정말로 '나쁜 마녀의 모습'이다. 마녀라는 표현이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마녀는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의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남자를 선택하는 입장도 그러하다. 개인적인 호감의 정도로서 측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학력, 경제력과 같은 ‘지수적(指數的)’인 가치에 의해서 판단하는 태도가 무엇이 나쁜가? 개인적으로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 한다. 물론 결혼을 하게 되면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 일부일처제의 구속력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사진2.jpg

더군다나 선택한 사람과의 사랑과 행복이 영원히 유지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 점에서 연희가 취한 태도는 결혼의 상대와 즐기는 상대를 구별하는 것이었다. ‘프라하의 봄’ 이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사용하였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오히려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아마도 연희의 입장이라면 자신의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 모두 다 적합한 남성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대학 강사인 준영과는 결혼에 대해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편하게 생각을 하고서는 자기 합리화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이유에서 ‘나쁜 마녀’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 장면에서 준영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한 후에, 미련이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얼마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하얗게 눈이 내리는 겨울에 옥탑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장면[사진2]이 나오는 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적인 정서로 미루어봤을 때 미련이나 아쉬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 이 장면은 1959년 칸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이란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는 프랑스 여배우와 일본인 건축가의 단 하룻밤 사랑이란 설정을 기초로 하는데, 두 사람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밤새 거리를 활보하면서 헤어지자고 말을 해놓고 다시 만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정서가 다르기는 하지만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은 동서양의 구분이 없어 보이는 것 같다.

어쨌든, 연희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현재의 남편이 아니라 준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중적인 연희의 태도가 얄밉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연민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녀 착한 마녀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연희의 태도가 ‘착한 마녀’로서 절대적인 태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감정의 표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점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지만.
김석원(문화 평론가/ 미디어 아트 박사, ksw5053@naver.com)

정리= 황용희기자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