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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사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너의 쿨한 얼굴을 벗어던져라

기사 등록 2011-07-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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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석원 객원위원] 너의 쿨한 얼굴을 벗어던져라.

이 영화는 ‘오아시스’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여주인공이 질병에 시달린다는 점, 남자와 여자가 연결되게 된 계기가 남자의 어리숙한 부분 ‘오아시스’ 와 여자의 음식 솜씨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때문이라는 점, 가족이라는 장벽을 만난다는 점, 그것을 해결할 환상을 꿈꾼다는 점인데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면, ‘오아시스’는 코끼리까지 등장하는 오아시스의 환상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는 바다 속 심연에서 끌어 나오는 물고기의 환상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의 극적인 소통은 섹스(Sex)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객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 만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제목은 첫 번째, 두 사람이 연결되는 인연은 조제란 단어인데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선물한 사강의 소설 주인공 이름이며, 두 번째 두 사람의 사랑은 호랑이로 표현되는데, 여자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 했던 소망을 생각하면서 찾아간 것이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무서워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두 사람의 이별은 물고기들에서 나타난다. 쿠미코는 그동안 어두웠던 내면의 세계를 고백하면서 물고기의 환상을 얘기해 주었으나 츠네오는 듣지 못한 채 잠이 들었고, 그 여행은 마지막 이별 여행으로 상징한다.

그 제목을 뽑아낸 이유를 찾아낸 본인의 생각이 구차해 보일 정도로 이 영화는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아시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츠네오가 쿠미코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츠네오는 신세대적인 표현을 한다면 ‘쿨(Cool)한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ool(쿨)‘하다의 뜻은 멋지고 근사하다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쿨하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Cool(쿨)한 것’과 ‘Cool(쿨)하지 않는 것’에 대한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생각을 해본다. 대부분 ‘쿨하기’를 열망하지만 ‘진짜 쿨한 것이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라는 어떤 실체를 모르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은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를 읽어주며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학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그녀가 헤어지자고 할 때 자신은 깨끗이, 즉 쿨하게 헤어졌다는 것이다. 그 시구처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뒤돌아섰기에 그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그 선생님이 참 멋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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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번 안 되는 연애경험을 쌓으며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하고, 헤어진 후에도 그녀가 보낸 이메일을 열어본다거나 핸드폰에 남긴 음성을 듣는 나 자신을 볼 때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쿨하게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솔직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우리들이 사실은 단순히 남에게 폼을 한번 잡아 보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비추어 지기를 원하는 심리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마치 우리들이 거울 속에 비추어 졌을 때 항상 단정하게 보여야 된다는 것과 같다.

영화얘기로 돌아가 보면, 쿠미코의 예감처럼 1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이별을 한다. 츠네오는 회고한다. “정말 담백한 이별이었다.”고. “헤어지고 난 후 친구로 남는 사이도 있지만 자신은 평생 쿠미코를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비겁함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자신이 도망침으로 해서 동거가 끝났음을 고백하는 츠네오의 목소리에는 죄의식이 묻어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쿨(Cool)’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건강하게 들린다. 소란스러운 길 한복판에서 왈칵 눈물을 쏟는 츠네오의 모습도, 그런 츠네오의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카나에(우에노 주리 분)의 모습도 그리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연적에게 사랑하는 대상을 빼앗기고 그 충격으로 진로까지 포기했던 카나에의 방황이나 그런 카나에의 곁에서 쏟아 낸 츠네오의 눈물은 일종의 ‘성장의 아픔을 겪는 고통’일까? 아니면 츠네오는 쿠미코에 대한 연민 때문에 가슴 깊숙한 곳까지 ‘쿨(Cool)’하지 못한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번째의 질문에 무게가 더 실리는데, 실제의 모습을 감추고 ‘쿨(Cool)’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더 ‘쿨(Cool)’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츠네오에게는 ‘Take off your cool face(너의 ‘쿨(Cool)’한 얼굴을 벗어 던져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김석원(문화평론가, 미디어아트박사, ksw5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