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대작들의 맞대결 '밀정' VS '고산자'

기사 등록 2016-09-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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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약 3주동안 호흡을 돌린 한국영화계가 다시 움직인다. 7일 함께 개봉하는 '밀정(감독 김지운)'과 '고산자: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이하 고산자)'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밀정',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 제작기를 담은 '고산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게 될까, 그리고 관객들은 두 작품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 워너의 첫 한국감독 선택은 김지운 '밀정'

'밀정'은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지만 워너브라더스의 '도전작'이기도 하다. 이십세기폭스에 이어 한국영화 제작에 뛰어든 워너브라더스는 첫 작품의 감독으로 김지운을 선택했다. 이는 김지운 감독이 이미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의 제작시스템을 이해하고 있고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 최근 작품들을 모두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외적인 요인들을 제하더라도 김지운 감독이 만들어내는 비주얼과 작품마다의 특색은 워너브라더스의 선택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걸 시사했다. 그는 그동안 배경이나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밀정' 역시 일제강점기 시기의 상하이를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장르 '첩보물'로 스크린에 담아낼 예정이다.

또한 화려한 출연진의 면면도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사도' 이후 2년 만에 복귀하는 송강호는 공개 이후 꾸준히 호평을 받아가며 '명배우'라는 타이틀을 다시 확인했다. '부산행'으로 올해 '천만배우'로 이름을 올린 공유도 이 작품에서 의열단의 리더로 변신해 전혀 다른 리더십을 발산했다. 유일한 여성단원이지만 그 존재감에서 밀리지 않는 연계순 역의 한지민도 청순한 이미지 대신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제시했다.

여기에 엄태구, 신성록이라는 든든한 조연진들도 한몫했다. 일본 경찰 하시모토로 분한 엄태구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일제에 충성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신성록은 조희령 역으로 의열단의 든든한 자금책 역할을 수행했다. 거기에 특별출연인 이병헌은 짧은 분량이지만 그 등장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강우석 감독의 4년만의 복귀작 '고산자:대동여지도'

'고산자'는 강우석 감독이 4년 만에 들고 온 작품이다. 첫 기획단계부터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라는 부분에서 과연 어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낼지 기대를 모았다. 공개된 결과물은 과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절경을 카메라를 통해 속속들이 기록해 관객들에게 '눈정화'를 시켜줄 것으로 보였다. 백두산을 비롯, 한반도의 사계절을 그린 '고산자'는 그것만으로도 '티켓값'을 떠올리지 않을 작품으로 거듭났다.

또한 '고산자'는 '은교' '촐라체' 등을 집필했던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색을 거치기는 했으나 박범신 작가는 "믿을 수 있는 감독"이라고 강우석 감독의 감각을 호평했다. 소설 '고산자'에 상상력을 부여해 김정호 선생의 숨결을 되살린 박범신 작가와 그런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영상화를 통해 더 극적으로 빚어낸 강우석 감독의 만남은 '고산자'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산자' 역시 배우들의 조합이 빛나는 작품이다. '혈의 누'로 사극에 도전하고 '화정'으로 사극연기의 정점을 찍었던 차승원이 누더기 옷을 걸친 채 국토를 세세하게 기록하는 김정호 선생으로 분했다. 강우석 감독이 "현장에 왔을 때부터 김정호 선생이었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차승원은 김정호 선생의 정신을 자신에게 아로새겨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또한 흥선대원군으로 출연하는 유준상은 그런 그와 팽팽하게 맞서며 '지도'라는 소재에 보다 집중시켜줬다. 바우 역의 김인권은 차승원과 '역대 최고의 케미'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연기를 모두 선사했다. 최초로 '김정호의 딸'이란 설정을 들고 온 '고산자'에서 순실 역을 맡은 남지현은 계속 자신을 떠나야만 하는 아버지 김정호의 의지를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그런 아버지의 뒤를 지켜봐야만 하는 딸의 애잔함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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