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영화] ‘동주’ 시대를 역행한 흑백이 아름다운 이유

기사 등록 2016-02-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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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영화 ‘동주’는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흑백을 통해 관객들의 정서를 압도한다.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흑백 영화란 다소 과감한 선택이 영화의 질감을 한층 더 두텁게 한다.

외국에서는 영화의 의도에 따라 흑백 사용 여부가 꽤 자유로운 편이다. 코엔 형제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로 흑백 영화를 선택했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노아 바움백 감독도 연출 데뷔작인 ‘프란시스 하(2012)’로 흑백의 미를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홍상수 감독과 몇몇 예술영화를 제외하면 흑백영화는 몹시 드문 편이다. 영상에서 아름다운 색의 조화를 좋아하는 국내 관객들에겐 고전영화, 예술영화를 제외하면 흑백영화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동주’는 과감하게 흑백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결정할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동주’는 색을 사라지게 한 대신 질감을 되살렸다.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그때의 그 질감을.

흑백으로 영화를 제작하면 일장일단이 있다. 영상에서 색의 조화를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을 수단은 사라진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빛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표현된다.

이것은 각각 미술팀과 기술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된다. 미술팀은 작품 속 소품이나 의상에 색을 입히는 과정 대신 그 질감을 더욱 뚜렷하게 살려야 한다. 반대로 기술팀은 영상의 색 온도, 즉 빛의 색을 맞추는 과정 대신 인물의 윤곽과 명암을 살리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통해 화면 속 피사체의 윤곽이 몹시 뚜렷해지며 이에 따라 피사체의 작은 움직임도 영상에 포착된다. 그 결과 관객들은 영상 속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이준익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작품에 의도를 넣으면 다른 의미로 폭력일 수 있다”고 배우들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 의도하지 않은 의도가 흑백 영상 속 두 사람의 섬세한 움직임을 담아내며 과거를 재현하는 데 일조한다. 오는 17일 개봉할 ‘동주’가 관객들의 마음에 어떤 불꽃을 지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메가박스(주)플러스엠)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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