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제훈, 선과 악의 경계 그 어디쯤에서 빛나는 연기

기사 등록 2016-05-05 01:36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김성연기자]선과 악이 공존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말은 아마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스크린에서 빛나는 배우 이제훈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 말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에서 친구들과의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는 고등학생 기태를 연기한 이제훈은 이듬해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에 설레이는 순진무구한 대학생 승민 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4일 개봉한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로 돌아왔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최근 삼청동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제훈은 자신이 연기한 홍길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아 보였다.



"언론시사회 때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화를 즐겁게 봤어요. 작년 4월에 촬영을 끝냈고 1년만에 개봉을 하게 된 건데, 영화 자체가 후반작업이 길었던 작품이에요. 기자분들 앞에서 영화를 보는 게 배우로서 굉장히 떨리는 순간인데 영화를 보고 나서 스스로 만족했고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관객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굉장히 기대되요. 독창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반겨주시고 좋아해주시지 않을까요?"

조성희 감독과 이제훈이 의기투합해 만든 '탐정 홍길동'은 아닌게 아니라 굉장히 새롭고 신선했다. 영화 속 시대와 배경이 모호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연출자의 의도가 그대로 묻어났다는 판단이 더 옳다. 이제훈은 조성희 감독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탐정 홍길동'의 세계관에 그저 홍길동의 옷을 입고 신나게 연기를 하는 모습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탐정 홍길동'의 개봉을 앞뒀던 이제훈이 드러낸 자신감은 바로 거기서 나올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맨 처음 받았을 때 대사들도 그렇고 장면들에서 만화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역할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죠. 그런데 그 이전에 과연 이 이야기가 영화로서 어떻게 구현이 되고 촬영될지 궁금했어요."

그런 이제훈의 우려를 해소시킨 것은 조성희 감독에 대한 신뢰였다. 이제훈은 "전작인 '늑대소년'과 그보다 앞서 독립영화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에서 보여준 조성희 감독님의 작품 세계관이 굉장히 놀라웠었어요"라며 "오래전부터 같이 작업을 해봤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었죠. 이번 '탐정 홍길동'이 그런 조성희 감독님의 세계관을 장편 상업 오락영화의 확장판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홍길동이란 이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잖아요. 이름을 예시로 들 때 홍길동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정작 우리 주변에 홍이란 성에 길동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누구나가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런 인물이 유령처럼 느껴졌었어요. 그리고 고전소설 속 홍길동이 의적단에 속해있는 거시알던가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며 악당들을 물리치는 모습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모티브들이 다 '탐정 홍길동'에 녹아있거든요. 그 점이 가장 재밌었어요."

'탐정 홍길동'에서 이제훈이 그토록 빛났던 이유는 비단 그가 메인 타이틀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드라마적인 이야기 구조와 작품 속에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지의 여부"라고 대답했던 그가 만화적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허황된 이야기를 쫓는 '탐정 홍길동'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해왔던 작업과 상반된 스타일의 연기를 도전해서 해낼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컸기 때문이라고. 그런 면에 있어서 '탐정 홍길동'은 이제훈에게 "배우의 방향성을 다른 측면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배우가 되기 이전부터 영화를 봐왔을 때,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을 보고 나서 기분 상태 차이가 너무나 심했어요. 저는 수많은 영화를 보고 자라면서 꿈을 키운 사람이거든요. 영화는 더욱 더 많은 도전과 실험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었고. 그렇기 때문에 '탐정 홍길동'이란 영화가 나온 것에 대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이제훈은 '파수꾼'의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을 '탐정 홍길동'에서 다시 만나게 된 사연도 털어놓았다. 그는 "굉장히 감개무량했죠. '파수꾼'에서는 개런티도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견디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만나게 됐다는게 참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감탄하듯 말했다.



"영화를 만들고 싶고, 찍고 싶고, 연기를 하고 싶고라는 마음이 들게하는 출발점이 독립영화라고 본다"는 이제훈은 "독립영화의 포션을 키우는 데 있어서 일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까지 얘기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채워가기 바쁜 배우가 독립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씨네필의 기질이 다분해보였다.

"작품을 할 때 마다 마지막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심정으로 진실되게 그 역할을 마주하고 연기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사고를 당해 연기를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 있을 때, '내 인생을 뒤돌아 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라고 물어봐요. 그런 마음가짐이 마치 벼랑 끝에 서있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항상 이 작품하면 다음 작품이 있겠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과장이라고 들릴 순 있겠지만 매 작품의 캐릭터가 정말 저에겐 전부거든요. 그런 후회되지 않는 캐릭터, 작품을 만드는게 자존심인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배우라는 직업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기도 힘들지 않을까요"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연기자 sean5347@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