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굿바이 싱글’이든 ‘스틸 싱글’이든, 김혜수는 김혜수다

기사 등록 2016-06-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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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속보팀] 김혜수는 스타 중의 스타다. 1986년 데뷔해 31년째 톱배우의 자리를 지킨다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어떤 구설수도 없이, 한 결 같이 높은 호감도를 유지한다는 건 더더욱 말이다. 그간 그의 이미지가 진짜가 아닌, 오로지 관리된 이미지에 머무르는 것이었다면 결코 이렇게 지켜낼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 김혜수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는 건 그래서 더욱 설레는 일이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 얽힌 비화는 물론 배우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편안하게 털어놓으며 탑배우 다운 진면목을 입증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김혜수의 이미지는 결국 그의 본질로부터 나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혜수는 먼저 ‘굿바이 싱글’은 물론 그동안 지나온 작품들을 선택해 온 기준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얘기를 하느냐, 그 이야기에 내가 공감하고 동의하느냐가 가장 먼저다. 또 연기자로서 수행해야 할 캐릭터에 배우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느냐, 어떤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작품이며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라며 뚜렷한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어떤 영화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아쉬운 지점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결과적으로 이런 이야기와 진심을 나누고자 했는데 대다수의 분들이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우리가 모자랐던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끄럽진 않아도 진심이 전달된다면 좋겠어요. 그걸 하자고 하는 거니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다시피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혜수. 이번 ‘굿바이 싱글’ 역시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보다도 훨씬 선배 입장에서 함께 작업을 했으니 작품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의 입김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저는 그렇진 않아요. 포지셔닝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 촬영, 제작, 배우, 미술 다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 자신의 일에 충실해야죠. 다만 영화는 공동 작업이니 함께 힘을 모아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래했다, 아니다는 일할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렇듯 겸손하면서도 연기자로서의 내공이 물씬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무렵 과거의 김혜수는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그는 “우연히 하게 됐고,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 내가 하는 일이 배우고 연기가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다. 영화, 음악 얘기하는 특별한 어른들 사이에서 학교에 안 가는 게 괜히 나도 어른이 된 것 같아 신났고, 유명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 비현실적인 순간이 신기했다. 이런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황의 시간을 거쳐 배우로서 김혜수의 전환점이 된 때는 언제였을까.

“터닝포인트라는 건 실제로는 어느 한 순간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하나의 이유만으로 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 많은 사람들의 영향, 자극이 있었을 테고 다만 그런 것들이 외적으로 두드러진 어떤 포인트는 있었을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제 변화에는 사람들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환기하고 배운 것도 있지만 작품 이전에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고 영향 받은 게 훨씬 큰 것 같아요. 일하면서, 사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와 닿아서 전환점이 되는 게 아닐까요?”

우문에도 현답을 제시하는 보석 같은 이야기에 김혜수란 배우의 이미지는 역시 그가 가진 진정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신은 과연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미지라는 건 굉장히 복합적인 건데 결국 전략적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가상의 존재와 저라는 인간이 만나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무관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디까지나 실제 김혜수와 작품 속 김혜수는 별개의 인물입니다. 연기 외적으로 인간 김혜수에 대해 쌓아가는 이미지의 포인트는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걸 만들어나가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단 연기를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혜수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한 결 같이 높은 그에 대한 호감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김혜수는 자신이 그런 이미지라는 것에 대해 더 놀랍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드러나고 소통하면서 그렇게 한 결 같은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통제하고, 의식해서 보여주고, 전략적으로 하는 건 너무 힘들고 피곤하지 않나”라는 그의 솔직한 답변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 가는지 모르고 진행됐던 인터뷰의 아쉬운 마무리를 앞두고 내심 가장 궁금했던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김혜수는 이제는 ‘굿바이 싱글’하고 싶을까, 아직은 ‘스틸 싱글’하고 싶을까. 다소 뜬금없는, 순전히 김혜수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에서 발현된 질문에도 그는 ‘역시 김혜수’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자리를 퇴장했다.

“그건 생각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보편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많이 늦은 건데 나는 스틸 싱글이길 원해도 마음이 동하면 굿바이 하게 되는 거고, 너무 굿바이 하고 싶어도 마음이 안 되면 할 수 없고 그런 거잖아요. 저는 제 마음을 그렇게 거역하는 편은 아니에요. 한 번뿐인 인생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건데요, 왜?”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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