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창용의 사극돋보기]'대박', 조선 후기 정치를 바꾼 사건 '이인좌의 난'
기사 등록 2016-03-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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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새롭게 시작한 '대박'의 관전포인트는 장근석의 연기변신과 함께 '이인좌의 난'이 될 전망이다.
28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왕인 숙종과 영조 시대를 다룬 작품이지만 기존의 숙종 영조를 다룬 사극과는 다르다. 시기가 미묘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치마폭에 둘러싸인 나약한 왕 이미지를 가진 숙종은 혼인을 구실로 조정을 불고기판 갈듯이 바꿔버리는 정치력을 가진 강력한 군주로 등장한다. 마치 '나는 곧 국가다'라며 절대권력을 휘두른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를 연상시킨다.
반면 사도세자의 아버지, 정조의 할아버지 이미지를 가진 영조는 소년에서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결코 왕이 될 수 없었던 신분의 왕자에서 적장자 출신 형을 제치고 왕이 되기까지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그 모습은 향후 왕이 된 이후 영조가 보여준 모습을 설명하는 모티브가 될 전망이다.
사극의 단골 숙종, 영조가 등장하지만 기존의 숙종, 영조 사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역사적 인물은 이인좌다. 이인좌는 영조에게 있어 아픈 이빨보다 더 아프고, 성가신 인물일 것이다. 그가 일으킨 반란이 영조의 정통성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인좌는 관찰사 이운징의 손자로 왕실의 피를 이어받은 인물이다. 출신은 남인이었지만 소론 당파와도 교류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노론의 지지를 받은 영조가 즉위를 하면서 소론이 정계에서 배제되면서 남인의 불만이 커졌다.
이인좌는 정희량, 이유익, 심유현, 박필현, 한세홍 등 소론 과격파와 갑술환국 이후 정계에서 밀려난 남인들을 규합해 밀풍군 이탄(소현세자의 증손)을 왕으로 추대하고 정권쟁탈을 도모했다. 이인좌는 대원수라 칭하고 선봉에 섰다.
이인좌와 소론 과격파들이 반란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영조가 선왕이자 형을 독살하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이유였다. 이인좌가 경종의 위패를 모신 것도 이때문이다. 난을 일으킨 이인좌는 무기를 싣고 청주에 진입해 충청병사 이봉상 등을 살해하고 청주를 점령했다.
이후 각처에 격문을 돌려 반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이인좌와 반란군은 서울로 북상해 목천, 청안, 진천을 거쳐 안성, 죽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성, 죽산 전투에서 도순무사로 오명항이 이끄는 관군에 패한 후 이인좌가 체포됐고, 이인좌는 친국을 당한 뒤 대역죄로 능지처참됐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영조가 즉위하면서 소론이 정계에서 소외됐다고 하지만 영조는 소론을 배제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영조를 지지한 노론 세력이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조는 소론 인사들을 중용했다.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오명항은 물론 암행어사의 대명사로 알려진 박문수도 소론 인물이었다.
또한 소론 전체가 영조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영조를 극심하게 반대하는 과격파와 그렇지 않은 온건파가 존재했다. 이인좌의 반란군이 북상을 하자 영조는 이를 오명항에게 진압 임무를 맡겼다. "소론이 일으킨 난이니 소론이 진압하라"는 것이었다.
오명항과 박문수의 활약으로 이인좌의 난은 진압됐지만 이인좌가 죽은 뒤에도 경상도 일원에서는 반란이 계속됐다. 때문에 남인의 본거지였던 영남 지역은 반역향으로 찍히게 되고, 영조는 대구 감영 앞에 '평영남비' 즉 영남을 평정한 것을 기념하는 비를 세우기도 했다.
한편 영조는 역시 반란으로 흉흉해진 지역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 암행어사를 파견했다. 그 인물이 바로 암행어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문수다. 그 역시 소론 인물이었다. 영조는 나름 노론과 소론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강경파 소론은 이인좌의 난 이후에도 지독하게 영조에게 대들었다. 어떤 선비는 과거 치르는 시험지에 '영조가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글을 써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죽으려고 애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나주벽서사건으로 국문을 당하던 신치운은 "나는 갑진년 이래로 게장을 먹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영조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갑진년은 경종이 승하한 해이며 경종이 영조가 바친 게장과 곶감을 먹고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루머를 영조 앞에서 떠들어댄 것이다.
정통성에 시비가 걸린 영조는 이인좌의 난에 의연하게 대처했다. 소론 인사가 일으킨 반란을 소론 인사에게 진압을 맡긴 것은 물론 몽진을 권하는 대신들의 권유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괄의 난' 때 도망가기 바빴던 인조와 단적으로 비교된다.
조선왕조 역사에서 여러가지 반란이 있었지만 왕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한 반란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왕의 폭정, 탐관오리의 수탈로 인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이인좌의 난은 영조의 콤플렉스를 자극한 사건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조는 이인좌의 난을 통해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인좌의 난 이후에도 역모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럴 때마다 영조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영조는 물론 정조도 탕평책을 펼치며 모두를 아우르려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노론의 편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이인좌의 난은 영조 이후 노론이 조정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시발점이 된 사건이며 이후 노론은 김조순의 안동 김씨가 세도정치의 서막을 열기 전까지 조선 정치사에 중심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
[사진=SBS 제공]
여창용 기자 hblood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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