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시간이탈자' 조정석 "결과가 어떻든 늘 언제나 도전하고 싶습니다"
기사 등록 2016-04-1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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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배우 조정석의 연기는 무척 특별하다. 그만큼 연기하는 배우들은 있어도 그처럼 연기하는 배우는 본 적이 없다. 연기의 리듬감이나 특유의 존재감은 조정석이란 배우가 스크린에 등장한 후 금세 신뢰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연기하는 모습만큼 독특했다. 다른 배우들처럼 말을 능숙하게 많이 하지도, 그렇다고 생각에 잠긴 채 짧게 끊지도 않았다. 약간의 생각 끝에 치고 빠지는 듯한 그의 화법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시간이탈자’는 다른 스릴러들과 다르게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강점이 있어요. 완성본 역시 그런 스릴러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 부분을 쫀득하게 흘러가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죠.”
그는 ‘시간이탈자’에서 은정(임수정 분)의 연인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지환으로 출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교사로서의 친근함, 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 여자를 잃었을 때의 아픔과 절실함으로 굵직하게 표현해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
“지환은 눈에 보이는 감정선이 큼직큼직해요. 알콩달콩, 불안함, 추격, 상실감 등 그 큼직한 감정들을 따라가다보니 연결이 되는 느낌을 받게 됐죠. 그래서 저는 매순간 충실하자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번 작품에서 ‘조정석의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보다 ‘이야기에 잘 묻어났으면 좋겠다’가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평범한 음악선생님의 모습으로 출발해서 그런 감정선들이 모이면 더 극대화 되지 않을까’라는 지점에서 시작했죠.”
1983년과 2015년을 오가는 ‘시간이탈자’에서 그는 1983년의 시대상에만 머물렀다. 그렇지만 꿈을 통해 2015년의 건우(이진욱 분)과 소통하게 되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그는 임수정과 이진욱에 대해 “정말 좋은 배우들이죠”라며 말을 꺼냈다.
“(임)수정씨는 원래 좋아했던 배우 중 한 명이었어요. 수정씨의 되게 담백한 연기가 좋거든요. 은정과 소은 역을 하는데 그게 아예 ‘지킬 앤 하이드’처럼 전혀 다른 인물이면 차라리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듯 다른 건 무척 어렵죠. 임수정씨는 그걸 해내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베테랑이다 싶었죠. 인간 임수정 역시 정말 멋있어요. 처음에는 도도한 여배우의 아우라를 상상했는데 만나보니 이걸 웬걸, 되게 소탈하고 투명한 사람이었어요. 진욱씨의 매력은 무게감과 깊이감이 있는 눈빛이에요. 그가 뭔가 좇으면 관객도 같이 좇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건우와 잘 어울리는 배우에요. 그 점이 정말 멋있죠.”
1983년에 등장하는 진환을 맡은 만큼 조정석은 영화에서도 복고적인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세련된 코트 차림인 이진욱과의 비교에도 그는 웃으며 “과거에 잘 어울리는 남자인가 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 항상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에도 ‘과거도 잘 어울리는 남자’로 세뇌하고 있어요(웃음). ‘과거가’ 아니라 ‘과거도’로요. 이질감 없이 그 시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좋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어요.”
그는 ‘시간이탈자’의 개봉을 앞두고도 뮤지컬 ‘헤드윅’으로 무대 위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 뮤지컬로 배우 데뷔를 했던 그였기에 “공연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어요”라는 대답에서 그의 진심 어린 ‘연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의 제 모습을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매년 1작품씩 해야지, 그런 마음이 있어요. 10년 만에 ‘헤드윅’을 하게 된 건 그만큼 의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죠. 무대 위에서 뭔가 발산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아니면 무대 감각를 단련해야 한다라는 식의 목표 때문은 아니에요. 영화 전작들을 봐도 자기 연기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싶은 걸요.”
그는 그렇게 ‘열일’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워나갔다.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로 매년 드라마, 영화로 꾸준히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선보였던 조정석은 “열심히 해야죠”라고 단호하게 자신의 노력을 기본으로 삼았다.
“제가 열심히 해야 이런 영화에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이건 ‘만족하는 사람이 어딨냐’는 말과 상통해요. 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기에 배우는 현장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계속 다양한 장르를 쌓아가고 싶어요. 무언가 하고 나면 그것과 또 다른 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걸요. 요즘은 느와르해보고 싶어요. 남자들만의 이야기, 수컷들의 향연 같은. 실패가 됐든, 성공이 됐든 늘 언제나 도전하고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선택이기에 결과는 부차적인 것이죠.”
이렇게 배우가 잘 어울리는 조정석이지만 이전에는 자신이 무엇이 돼야할지 고민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워낙 연기에 탁월해보이는 그이지만 “평범한 회사원을 꿈꾼 적도 있어요”라는 놀라운 대답을 건넸다.
“꿈이라는 게 꼭 직업과 연관되는 건 아니니까 어린 아이들에게도 ‘꿈’과 ‘직업’은 엮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등학교 때 평범한 회사원을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 기타리스트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안 맞았을 거 같아서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두루뭉술하게 했었죠.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 잘 챙겨주고, 한 가정을 멋지게 보필할 수 있는 가장이 되고 싶어요. 자식들에게, 어렵겠지만, 존경받고 싶어요. 그게 진짜 멋진 아빠가 아닐까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조정석은 그 열정만큼 속이 깊은 사람임을 전하고 있었다. 매순간 작품을 위해 뛰어가는 그이지만 영화 ‘시간이탈자’에 걸맞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이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 질문에 잠시 생각하더니 무척 인상깊은 답변으로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대견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 제대로 선물한 게 별로 없더라구요. 열심히 살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저에게 선물해주고 싶기도 합니다. 미래의 저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을 것에요. ‘지금의 제가 있기에 내가 있구나’ 생각하며.”
[사진=이슈데일리 남용희 기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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