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다큐멘터리, 드라마 이상의 현실을 그리다...'자백'으로 이어진 계보

기사 등록 2016-10-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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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작품들이 극장가를 흔들 것이라곤. 코미디영화로 오랜만의 흥행을 기록 중인 ‘럭키(감독 이계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자백(2016, 감독 최승호)' 역시 여느 저예산영화 못지 않은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전까지 상영관 문제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일명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3년간의 취재를 담아낸 '자백'은 최승호 PD를 비롯, 언론인들의 취재 정신이 완성시킨 다큐멘터리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사건과 그것을 뒤쫓는 언론인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해외에서부터 시작된 '드라마틱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잇는다.

과거 다큐멘터리는 '현실'과 '사실'을 담아내는 장르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이클 무어의 출연과 함께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지평선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명백하게 화자가 주제를 전하는 '볼링 포 콜럼바인(2003, 감독 마이클 무어)'에서 마이클 무어는 단순히 사실과 인과관계를 추적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논리를 확고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몽타주, 텍스트를 활용해 미국 총기 문화의 허황됨을 세계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그의 행보는 '화씨 9/11(2004, 감독 마이클 무어)'로 정점을 찍었다. 그는 제 57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고, 예술로 분류되는 '영화'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차지하는 지분을 다시금 입증했다. 모사가 아닌 해석, 마이클 무어는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

영화계는 그의 등장으로 영화의 영역을 '상업 영화' '예술 영화'라는 구조에 '다큐멘터리'라는 영역을 만들어야 했다. 영화 '원스(2006, 감독 존 카니)'의 글렌 한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는 이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원스 어게인(2011, 감독 닉 어그스트 페르나·카를로 미라벨라·데이비스 크리스 답킨스, 원제 스웰 시즌)'으로 전해 가상의 이야기를 아예 현실로 확장을 시켰고, 한국 역시 '워낭소리(2008, 감독 이충렬)'가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졌다.


그렇게 다큐멘터리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국내외로 다큐멘터리 장르는 그것이 어떤 이야기를 담는지, 혹은 제작자의 시선이 어떤지에 따라 천지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칭 포 슈가맨(2011, 감독 말릭 벤젤룰)'은 미국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은 가수 로드리게즈가 어떻게 남아공에선 전설적인 존재가 됐는지를 그 자체로도 극적인 이야기에 애니메이션 등의 기법을 섞어 표현해냈고, '액트 오브 킬링(2013,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신혜수)'은 군부정권의 폭력과 그것이 남긴 정신적인 상흔을 다시 재현하는 방식으로 고발했다.

반면 '위대한 침묵(2005, 감독 필립 그로닝)'은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는 방식으로 그 성스러움을 드러냈고, '더 코브(2009, 감독 루이 시호요스)'는 첩보전 버금가는 작전을 펼쳐 일본의 돌고래 학살을 세계적으로 폭로하기도 했다. 두 작품의 대조적인 소재만큼 풀어내는 방식도 상이했지만 두 작품 모두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또 다른 획을 그었다는 건 그만큼 다큐멘터리의 경계선이 확장됐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영향력은 국내에도 유입돼 극장가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최근 개봉했던 '망원동 인공위성(2013, 감독 김형주)'은 1인 매체, 1인 제작 등이 보편화된 현실 속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동시대의 꿈과 스트레스를 전하기도 했고, '철의 꿈(2013, 감독 박경근)'은 울산 조선소에서 배가 제작되는 과정을 단순히 '카메라에 담는 것' 이상으로 미장센을 극대화시켜 '영화적인 기교'를 구사했다는 평까지 받았다. '논픽션 다이어리(2013, 감독 정윤석)'는 일반적인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구원파 살인사건과 삼풍 백화점 붕괴사건을 짚어내 시대정신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 역시 다수 탄생했다. 상영만으로도 국제적인 부산영화제의 대격변을 야기한 '다이빙벨(2014, 감독 이상호·안해룡)'은 언론인 이상호가 필사적으로 완성시킨 다큐멘터리고, 이 작품은 이후 '업사이드 다운(2015, 감독 김동빈)' '나쁜 나라(2015, 감독 김진열)' 등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계보를 이었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방점은 지금 상영 중인 자백이 찍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국가적 단위의 부조리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있는 그대로 고발하는 방식이나 거기에 가미된 작가적인 시선은 ‘드라마틱 다큐멘터리’의 이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사실 ‘자백’이 완벽하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프레임이 씌워진 작품들은 언제나 그 본질보다 그 프레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백'의 성공은 적어도 이런 다큐멘터리의 계보를 더 활발하게 이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백'은 동시간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 '계보'에 추가할 이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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