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영화읽기]‘탐정 홍길동’ 이질적 이미지로 현실을 써내려간 ‘조성희 월드’

기사 등록 2016-05-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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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친숙할 수밖에 없는 ‘홍길동’. 그러나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이하 탐정 홍길동)’의 홍길동은 더 이상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의적이 아니다. 거창한 말이 필요 없이 첫 장면부터 범죄자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그는 이른바 ‘조성희 월드’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로 봐도 무방하다.

2009년 8회 미쟝센 단편 영화제에서 단편 ‘남매의 집’으로 남다른 감각을 선보여온 조성희 감독은 이후 ‘짐승의 끝’ ‘늑대소년’까지 그 감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많은 감독들이 상업영화로 넘어오면서 자신만의 특색을 잃는다지만 조성희 감독만큼은 오히려 그 개성이 극대화돼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 잡는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던 ‘늑대소년’ 역시 조성희 감독의 센스가 돋보인다. 아름다운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와 화사한 비주얼을 선보였던 이 작품은 미소년이지만 늑대로 변할 수 있는 철수(송중기 분)처럼 이중성이 드러난다. 한 인간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몰아세울 수 있는 현실을 비틀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늑대소년’이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보여진다면, 반대로 ‘탐정 홍길동’은 그 이질감을 다시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사회를 뒤흔든 의적이 뒤틀린 탐정으로 거듭날 때, 조성희 감독은 그 간극을 비운의 서자로서 가졌을 그 본질, 사실상 부모가 없다는 공허함에서 찾아내 채워낸다.



또한 ‘늑대소년’의 이야기가 자연의 전원적인 비주얼로 전해졌다면 이번 ‘탐정 홍길동’은 반대로 무척 폐쇄적이고 음습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전혀 다른 톤을 보이는 두 작품이지만 결국 ‘조성희 월드’라는 점을 만끽할 수 있는 건 ‘현실과 다른 이질감’이 영화 내내 저변에 깔려있어서이다.

끊임없이 충돌하는 이질감은 조성희 감독의 가장 큰 추진력이다. 밀짚모자에 한복을 입은 홍길동이 아니라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쓴 홍길동이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그 기반에 대중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비틀고 그 틈새로 자신의 색을 채우는 조성희 감독 특유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선과 악이 희미하고 시대가 뒤섞인 듯 혼재된 영상 속에서 배우 이제훈이 홍길동으로 발탁된 건 그의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악당보다 더 악랄한 웃음을 짓는 모습에선 ‘파수꾼’의 기태가, 때로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진실을 파헤칠 때는 ‘시그널’의 박해영이 보인다. 이 모호한 이제훈의 얼굴이야말로 ‘조성희 월드’의 방점을 찍는 역할을 한다.

순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을 통해 가장 순수한 감정과 본질을 표현해내는 ‘조성희 월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상업 장편 영화 두 편으로도 일종의 브랜드로 정착한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이 과연 대한민국 관객들의 심장을 뒤흔들 저력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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