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환의 영화 초이스]'동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기사 등록 2016-02-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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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아름다운 비극이다. 이 영화는 일제치하 암흑의 시대를 살아가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치열함과 고뇌를 섬세하게 담아냈기에 그렇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며 사촌 관계다. 중요한 건 이들이 주권이 빼앗긴 시대를 생각하며 통탄하고 가슴 아파한다는 것. 이 슬픔을 송몽규는 독립운동으로 드러내며 윤동주는 시로 승화시킨다.

'동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몰랐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선생의 삶을 다뤘다. 그래서 문화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다. 어떤 관점에선 왜 이제서야 이들의 삶이 영화화 됐는지 안타까울 만큼 이 작품은 숭고하기 때문이다.

흑백으로 제작된 장면들도 더욱 심금을 울린다.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윤동주의 초상을 떠올리면 흑백 이미지기에 이 영화는 그 잔상을 묵묵히 그려냈다. 그러나,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그 묵묵함이 보는 이들을 한층 더 먹먹하게 만든다. 시는 원래 시끄럽지 않듯이 '동주' 역시 조용하되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촌철살인.



물론 윤동주와 송몽규의 청년시절엔 서툼도 다툼도 있다.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진지하고 심각한 청년이었겠는가. 이준익 감독은 시대의 비극이 한 개인의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영화 속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보는 이들을 몰입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어렵고 고상한 위인로서의 모습보다 가깝고 친밀한 젊은이로서의 모습이 관객들을 이들의 삶 속으로 훨씬 더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별 하나에 윤동주가 있다. 또 별 하나에 송몽규가 있다. '동주'에는 조국을 잃은 아픔 속의 시를 쓴다는 걸 부끄러워한 윤동주의 뜨거운 가슴이 있다. 더불어 독립을 염원하며 젊음을 다 바친 송몽규의 눈물이 있다. 뜨거운 가슴과 눈물이 만나서 밤 하늘의 별이 됐다. '동주'를 본 관객들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이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까. 이는 최상의 감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감정을 설령 똑같이 통감하진 못하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이들의 정신을 생각할 순 있을 것이다.



'동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을 이해하려는 차원이 아닌 느껴보려고 할 때 비로소 '동주'는 당신의 마음 속 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뜻의 다른 표현, '동주'는 윤동주의 시처럼 다가오는 영화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한 구절처럼 이 영화에는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진다. '동주'가 올 상반기 극장가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사진=루스이소니도스)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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