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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칼럼] '응답하라 1997' 정은지의 이중생활

기사 등록 2012-10-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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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지난 2011년 ‘요정돌’로 데뷔한 에이핑크의 은지, 은지가 대한민국을 복고열풍으로 이끌었던 tvN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 시원으로 변신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만 소유한 줄로 알았던 은지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정은지 연기를 잘해도 너무 잘했다. 이렇게 떠나보내긴 너무 아쉬운 ‘응답하라 1997’을 되돌아보며 은지가 직접 촬영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힌다. 일명 ‘정은지의 이중생활’ 지금부터 들어본다.//편집자주

ㄱ- 기억나니? 1997

‘응답하라 1997’의 배경이 된 1997년에 나는 다섯 살이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가 너무 어렸을 때인데 H.O.T와 젝스키스를 기억못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 H.O.T.와 젝스키스 선배님들의 인기는 어린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문방구며 길거리, 학교 등 선배님들의 얼굴이 프린팅 된 양말, 노트, 지우개 등이 도배돼 있었다.

또 다섯 살의 어린 나는 어린이 집에 가기 싫어서 자주 울었던 기억밖에 없다. 나는 엄마랑 함께 있는 것을 엄청 좋아했는데 자꾸 엄마랑 떨어져서 어린이집에 가라고 하니까 노란 봉고차가 엄청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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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나는 성시원과 얼마나 닮았을까?

내가 ‘응답하라 1997’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나랑 너무 성시원의 모습 때문이다. 시놉시스를 보고 나랑 성격부터 취향까지 똑같은 성시원을 내가 연기하면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나도 시원이처럼 성격이 정말 털털하다. 데뷔 전 친구들은 나한테 ‘남자’라고 했을 정도니까. 중학교 때 한창 변성기가 왔을 때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아빠가 ‘누구냐, 왠 남자애가 우리집에 있느냐’고 물어보신 적도 있다. 어렸을 때 엄마 친구분들은 나의 털털한 면을 보고 ‘남자애가 태어났어야 했는데’라고 놀리신 적도 많다.

그러나 나와 성시원이 모두 비슷하진 않다. 성시원과 나 정은지는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 부분에서 다른 것이 많다. 시원이는 무슨 일을 하든 대차게 엄마, 아빠에게 대들고 자기주장을 편다. 나도 물론 내 의견을 굽히지 않고 엄마아빠한테 이야기는 하지만 도사견처럼 덤비진 않는다. 난 엄마를 제일 좋아하는 마마걸이고 아빠도 재밌으신 분이어서 일방적으로 내 의견을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시원이는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편인데 나는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에 머릿 속으로 가지치기를 많이 한다. 상대가 상처를 덜 받으면서도 내 생각을 잘 받아들일수 있도록 말이지.

ㄷ, 되돌아가고 싶을만큼 좋았던 순간은?

2009년 12월 27일. 이 날은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정식으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 노래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는데 의미가 너무 담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상도 받고 엄마한테 상품권도 안겨드리니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 때의 모든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때 말고 되돌아가고 싶은 지난 날이 또 있다. 바로 학창시절! 나는 어려서부터 워낙에 선머슴처럼 하고 다녀서 또래 여자애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다녔던 적이 없다. 또래 여자애들처럼 예쁘게 꾸미고 다녔으면 내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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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리얼한 출산연기, 욕연기, 아이돌로서 망설임은 없었는지?

나는 이 장면의 대본을 받았을 때 ‘이 장면을 희화화 시키지 않고 제대로 보여드려야할텐데’라는 걱정이 제일 먼저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출산이 여자가 경험하는 고통스럽지만 경이로운 촉복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찾아보고 매니저 오빠를 상대로 출연연기 연습도 열심히 했다. 차에서 의자를 일자로 눕혀놓고 영상 보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내가 극중에서 욕하는 장면들은 친근함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부산쪽에서는 친한 사람들 끼리 ‘아 마새끼야’ 등 던지듯이 주고받는데 이 단어들을 표준어로 옮겨놓으면 욕 같은 것들이 많았다. 부산에서 이런 표현들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극중 욕하는 장면들은 부산의 일상 생활 속에서 들었던 것을 많이 참고했다.

ㅁ- 마지막 회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응답하라 1997’ 마지막회 하던 날이 추석이라 회사 식구들과 단체 한복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테블릿 PC로 모니터를 봤다. 회사 식구들도 다 같이 봤는데 출산장면과 인국오빠의 키스신에서는 모두들 눈을 질끈 감으시거나 경악을 금치 못하셨다. 다들 ‘너가 그러고도 아이돌이냐’, ‘에이핑크 맞냐’ 등의 반응들이 태반이었다. 막내 하영이는 카카오톡으로 키스신을 캡쳐해서 보내면서 ‘다시 봐도 충격’이라고 문자를 보내줬다. 이런 반응들을 보고 ‘아직도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응답하라 1997’의 여파가 크구나‘라는 생각에 어찌나 흐뭇하던지.

ㅂ - 복고는 나의 운명!

내가 에이핑크로 데뷔할 때 S.E.S와 핑클 등 1세대 걸그룹들을 연상케하는 콘셉트로 데뷔했다. 우리 노래 중에 ‘마이마이(MyMy)’, ‘허쉬(Hush)’, ‘부비부(Bubibu)’ 도 복고풍이 가미 된 곡이고 우리 데뷔 콘셉트, 안무도 현대스럽게 세련된 동작보다는 90년대 무대를 느끼게 하는 동작들이 많다.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에이핑크 멤버들은 ‘복고’와 운명인 것이 틀림없다.

ㅅ - 소환하고 싶은 은지의 복고 코드는?

내가 학창시절에 인기가 많았던 것들은 포캣 몬스터, 디지몬 어드밴처, 도라에몽, 무한도전, 동방신기, 텔레토비, 웨딩피치 등이었다. 특히 ‘무한도전’의 ‘하나마나송’이 친구들 사이에서 정말 유해이었다. 체육대회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공식 응원가쯤 됐었으니까.

ㅇ- 성시원의 연관검색어 윤윤제. 성시원에게 윤윤제란?

윤윤제는 성시원을 여자로 만들어준 하이힐 같은 존재다. 시원이는 윤제가 없을 때 그냥 평범한 소녀지만 윤제가 있으므로 시원이의 매력이 조금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제가 있음으로 시원이는 여자가 됐고 어른이 됐다. 하이힐은 어른들의 상징이니깐 시원이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윤제에게 ‘성시원의 하이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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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 - 정은지가 성시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응답하라 1997’ 오디션에 합격 한 후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선배님이 연기하신 털털한 삼순이를 많이 참고하며 연기연습을 했다. 윤은혜 선배님이 출연하신 ‘궁’도 찾아봤다. 그리고 부산이 배경이 됐던 ‘바람’이라는 영화도 많은 도움이 됐다. 내 스스로가 성시원과 정은지는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몸에 성시원을 동화시키는 것에 제일 주력했던 것 같다.

ㅊ- 은지의 첫사랑은?

내 첫사랑은 중학교 2학년 때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 친구는 생긴 것은 평범했는데 공부도 엄청 잘하고 친구 관계도 원만했다. 놀 땐 놀고 공부도 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고백을 했고 그 친구도 처음에는 놀라더니 나중에는 자기도 내가 좋다고 대답해줬다. 현재 그 친구와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오랜만에 첫사랑을 떠올리니까 왠지 감회가 새롭고 쑥스럽기도 하다.

ㅋ- 키스신을 찍은 소감과 그와 관련한 바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처음에는 키스신을 촬영하기 전에 너무 떨리고 나름대로 긴장도 많이 했었다. 키스신을 찍고 어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는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인국 오빠가 뒤에서 보고 있는데 ‘너무 떨려요’ 라고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 키스신을 찍고 두 번째 뽀뽀한 후, 그 때부터는 진짜 덤덤하게 입술 박치기가 됐던 것 같다. 표정연기에 신경쓰고 감독님께 지시받은 것을 소화해내기 바빠서 점차 뽀뽀라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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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 -시원에게는 토니가 있었다. 정은지의 우상은...
김건모, 거미, 윤미래 선배님은 나의 영원한 우상이다. 김건모 선배님은 노래에 어떤 감정을 담아야 하는 지를 노래만 듣고도 느낄 수가 있다. 어렸을 때 김건모 선배님의 8집 카세트 테이프를 산 적이 있었다. 그 노래가 ‘불효’라는 곡이었는데 태어나서 노래를 듣고 운 것은 처음이었다. 감정을 담고 그 노래를 공감할 수 있게 알려준 내게 참 고마운 선배님이시다.

목소리만으로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거미 선배님은 끊임 없이 노력하셔서 여러 가지 모습 보여주셔서 가수로서의 내 청사진이다. 가수는 누구나 목소리만으로도 사랑을 받는 것이 꿈일 것이다. 물론 겉모습과 나의 성향 등 모든 것들을 보고 정은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하지만 가수 정은지의 바람을 말하자면 내 목소리만 듣고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지금 우리 에이핑크 팬분들도 내 얼굴보다는 목소리를 더 좋아해주신다.

윤미래 선배님은 정은지 인생의 롤모델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여성래퍼시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뮤지션으로 남녀노소 윤미래 선배님을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또 사랑도 예쁘게 하시고 가정도 잘 꾸려나가셔서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ㅍ -꿈꿔왔던 프러포즈가 있다면?

나는 프러포즈는 여자가 받을 수 있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응답하라 1997’ 시원이의 말대로 풍선이 터져 나오고 악단에서 노래를 연주하고 뭐 이런 거창한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만 진솔하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프러포즈는 없을 것 같다. 타이거JK 선배님이 ‘승승장구’에 출연해 윤미래 선배님께 청혼하신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노란 고무줄을 주면서 ‘이것을 나중에 다이아몬드로 바꿔줄께’라고 하셨다는데 꼭 다이아몬드로 바꿔주지 않더라도 그 한마디와 마음가짐이면 충분히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ㅎ -히스토리

얼마 전 내 오디션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영상은 못보고 캡처해놓은 사진만 봤는데 내가 무언가 하고 나서 무척 수줍어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 사실 나는 그 때 너무 긴장해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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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현장은 항상 웃음을 참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성동일 선배님의 애드리브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웃음을 잘 참는 편인데 성동일 선배님과 나의 개그코드가 잘 맞아서 NG가 많이 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된 노지연 언니. 동창들과 함께 모여있는 호프집 장면에서 지연언니가 내 옆에 앉았고 그 때 이야기를 잠깐했는데 편하게 느껴지고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로 언니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얼마 전에도 지연언니 생일이어서 함께 만나서 밥도 같이 먹었다. 언니와 사회생활을 비롯해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는다. 지연 언니는 귀엽게 생긴 것과는 달리 털털한 성향이 짙다.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나와 비슷해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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