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영화대전3] 한국영화 '사도' '서부전선' vs 외화 '메이즈러너2' 승자는?
기사 등록 2015-09-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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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최근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영화 강국다운 역량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추석 무렵 개봉 영화들에서도 한국 영화의 흥행이 점쳐지고 있다.
먼저 지난 16일 개봉한 ‘사도(감독 이준익)’가 송강호와 유아인을 영조와 사도세자로 내세우며 추석에 가장 알맞은 분위기인 정통 사극을 펼쳐 보이고 있다. ‘괴물’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흥행보증 수표인 송강호와 ‘완득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후 최근 ‘베테랑’의 천만 관객 몰이 주인공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유아인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두 주연만으로도 이미 대중의 시선은 압도된 상태다.
지난 2013년 ‘관상’에서 다소 가벼운 캐릭터인 천재 관상가 ‘내경’을 맡았던 송강호는 이번 두 번째 사극 연기에서 그와는 반대되는 어둡고 무거우며 한없이 엄격한 왕으로 변신했다. 송강호는 조선시대 중흥기를 이끈 성군이지만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되는 아버지 ‘영조’의 복합적인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유아인은 강압적인 아버지 ‘영조’와 갈등하며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세자 ‘사도’로 분해, 사도와 비슷한 나이로 그에 완벽 빙의하며 역사 속 인물의 격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최대한 팩트에 가깝게 담아내 추석, 관객들의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체감하게끔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 또 하나의 가슴 아픈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안겨준다. 24일 개봉한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이다. ‘서부전선’은 농사를 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휴먼 드라마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두 사람이 쫄병으로 등장해 서부전선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고군분투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그려냈다.
‘실미도’에서 조국을 위해 끓어오르는 투지와 열정 넘치는 연기로 지난 2003년 처음으로 천만 신화를 달성했던 설경구가 이번에는 40대 남한군을, 지난 2013년 ‘화이’에서 범죄자 아버지 ‘석태(김윤석 분)’ 밑에서 그를 원망하지만 점차 괴물로 거듭났던 여진구가 북한군 탱크병을 맡아 두 배우는 세대를 뛰어 넘는 새로운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서부전선’은 최근 발생한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과 화제성이 맞물려 그간 한반도 전체가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재조명 해보며 뜨겁게 차오르는 민족애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추석에 진행될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도 화제의 접근성이 있어 ‘서부전선’은 추석 시즌에 특히 주목 받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외화 한 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메이즈러너’의 두 번째 이야기인 ‘메이즈러너: 스코치 트라이얼(감독 웨스 볼)’이다. 이 영화는 기억이 삭제된 후 살아 움직이는 숨막히는 미로에 갇혀 탈출해야 하는 의문의 전개로 판타지를 펼치게 된다. 주인공들이 갇혔던 미로에 미스터리 조직이 관여된 것을 알고 미로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4명의 러너들을 그린 이번 후속작은 한층 거대해진 스케일의 미로를 선보인다.
하지만 ‘메이즈러너’의 주인공이자 4명의 러너들인 딜런 오브라이언(토마스 역)과 토마스 생스터(뉴트 역), 카야 스코델라리오(트리샤 역), 이기홍(민호 역)은 대중에게 익숙치 않은 배우들로, 한국에서 두 번째로 얼굴들을 보이고 있음에도 그들은 생소한 이질감을 주고 있다.
딜런 오브라이언과 이기홍은 가장 눈에 띄는 핵심 인물들임에도 연기경력이 1~4년 사이로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렇다 할 대표작도 없는 상태다. 그나마 토마스 생스터가 ‘러브 액츄얼리’의 꼬마 샘으로 유명했지만 '메이즈러너'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모을만한 대단한 활약을 펼치지는 않는다. 유일한 홍일점인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영국 드라마 '스킨스‘로 얼굴을 좀 알린 상태지만 이 드라마를 모르는 대다수의 일반 대중에게는 역시나 생소한 인물로 비춰진다.
젊은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 경력 때문인지 이들의 ‘케미’는 2편에서도 영 어색하기만 하다. 자신들을 옥죄어 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러너들은 각자의 장점으로 협동심을 발휘해 목숨을 건지는 기지를 발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각자가 저 살기 바쁜 ‘런닝맨’이 될 뿐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동료 하나가 죽어도 짧은 애도를 표하며 그저 탈출구로 달릴 뿐, 가슴 뜨거운 우정을 그리 깊이 있게 보여주진 않는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어색하고 건조하게 그려진 책임은 감독에게 돌아가기에도 충분하다. ‘메이즈 러너’ 감독의 이름 역시 참 생소하다. 웨스 볼 감독은 지난 2002년 ‘어 워크 인 프로그레스’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해 또 한 편의 애니메이션인 ‘루인’을 2011년에 연출한 후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본격적인 할리우드 영화는 ‘메이즈 러너’ 하나를 처음으로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웨스 볼 감독과 제작사 20세기 폭스는 지난해 반짝 인기 몰이를 한 1편으로 ‘메이즈 러너’ 장사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었는지 2편에 이어 후속작을 3편까지 제작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1편부터 다소 늘어진 템포와 더불어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사소한 장면들로 극을 이끌어가 다수 관객들은 꽤나 지루하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러너들의 스피드함이 생명인 이 영화를 늘어지게 연출한 점은 곧 주제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처럼 초반 매니아들에게 받은 인기로 후속 장사를 하는 오류가 잇따라 범해져서는 안 되겠다. ‘메이즈 러너’의 불완전한 작품성이 ‘사도’ ‘서부전선’의 추석 시즌에 걸맞는 가족과 감동 코드의 장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불투명한 면이 없지 않다. 올 추석, ‘메이즈 러너’를 비롯한 외화들이 한국 영화의 흥행 물살 속에서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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