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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의 영화가 사랑한 사진] 올드 보이(Old boy) -말하고 싶은 사진과 말하고 싶지 않은 사진

기사 등록 2011-08-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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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석원위원] '올드 보이'(Old boy)는 1997년 일본 후타바샤 출판사에서 발간된 스토리 작가 ‘스치야 가론(Tsuchiya Garon)’, 만화가 ‘미네기시 노부야키(̒Minegishi Nobuaki)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목과 약간의 설정만 빌려올 뿐 영화 '올드 보이'는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진행된다. 한국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공동경비구역 JSA'이후, '복수는 나의 것'으로 국내 평단 및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미스터리하면서도 진한 인간 내음을 풍기는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범인을 찾아가는 기존의 스릴러들과는 달리 ‘왜’를 의문의 핵심으로 가져가면서 마지막에 충격적인 반전을 주는 매력적인 영화다.

-말하고 싶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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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의 누나(수아)가 죽기 전 마지막 사진. 이 사진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죽는 사람치고는 얼굴 표정이 너무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만의 생각일지 몰라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죽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관능적(?)으로 표현했을까? 그것은 첫 번째, 아마도 아직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라는 것과 매력적인 여자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며, 두 번째는 이우진이 자신이 사랑하는 누나 이수아를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더욱 더 잘 포착 했을 것이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근친상간)를 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영화의 스토리를 추적해 보면, 오대수는 다른 학교로 전학가기 전날 학교에 놀러왔다가 이우진과 그의 누나 이수아가 학교의 허름한 창고와 같은 과학실에서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우진은 이수아를 사진 찍고 있었다.

한참동안 사진을 찍고 있던 이우진은 갑자기 치마를 들추려고 했다. 이수아는 약간의 반항을 하였지만 잠시 후에 동생이 자신의 속옷을 벗기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브래지어를 벗고 자신의 가슴을 드러낸다. 자신의 동생이 가슴을 애무하는 장면을 손거울을 통해서 지켜보면서 서서히 거울을 돌리는데 창문에서 엿보고 있는 오대수를 발견하게 된다. 보는 사람과 보여진 사람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오대수는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상황이 여기에서 끝나면 다행이었을 것을 그는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이 소문은 와전되어 '임신했다'는 엉뚱한 사실로 극화된다. 마치 그녀는 아무에게나 몸을 파는 창녀처럼 소문이 퍼진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합천댐에서 동생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하게 되는데 “나 후회 안 한다. 너도 후회 안 하지.”라는 말을 하다가 동생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서 죽기 전에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남긴 후에 합천댐에 뛰어든다. 이러한 장면은 아래 사진에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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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아의 행위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불러일으킬까?
이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죽는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셔터를 누룰 수 있을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은 할 필요가 없다. 나름대로의 논리성과 그 장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본 다음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영화적인 리얼리티가 존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쨌든 동생의 카메라에 찍힌 이수아의 사진은 자신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는 ‘자기애(自己愛)’의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또한, 첫번째 사진을 통해서 다른 의미로서의 증거의 기능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오대수와 이우진은 둘이 만나서 지난 일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장면 중에 아래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사진3.jpg

그 내용은 “임신한 사실을 감추려고 죽은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했으나, 이우진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당신의 혀가 우리 누나를 임신하게 한거야.”, “내 이 이우진의 자지가 아니라 오대수의 혀가”라는 말을 했는데, 어떤 남자와 성 관계를 가졌다는 이상한 소문을 듣고 정말로 월경이 멈추고 임신을 하게 됐다고 하면서 임신한 사실을 감추려고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아무에게나 몸을 파는 여자로 보여진 것에 대해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며 이우진은 “누나와 나는 다 알면서도 사랑했다.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라고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다. 오대수가 증거로 보여준 사진은 이우진에게는 추잡한 행위의 종말로 보여주는 증거로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는 가슴 아픈 추억으로 작용을 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애잔한 모습인 것이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사진이 아니다. 떳떳하게 누나와 사랑을 했었다고 말하고 싶은 사진인 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사진

말하고 싶은 사진에서 “누나와 나는 다 알면서도 사랑했다.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란 말은 이 글에서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보내준 사진 앨범은 오대수에게는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사진인데, 그 앨범의 첫 장면에는 오대수와 그의 아내와 딸이 함께 단란하게 찍은 사진이 보이고, 그 딸이 성장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앨범을 넘기면서 그 사진 속의 여자는 미도로 변해 있었고, 자신과 함께 길거리에 찍혀있는 장면 등이 들어 있다.

영화 속에서 미도와 오대수가 서로 사랑해서 방에서 성 관계를 갖는데, 앨범에서는 그런 직접적인 사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대수는 미도한테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런 와중에 미도에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어떤 아저씨가 보라색 상자를 가져와서는 그 안에 있는 사진을 보라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대수는 더욱 격렬하게 미도에게 절대로 사진을 보지 말라고 말을 하고, 그런 부탁을 하는 대가로서 자신의 혀를 가위로 잘라 버린다. 혀를 자른 이유는 이우진의 말처럼 쓸데없이 혀를 놀려서 다른 사람(이우진, 이수아)을 고통스럽게 한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와, 오대수 자신이 이 사진을 본 것을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복합적인 의도가 함께 들어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혀를 자른다고 사진을 본 기억까지 잘라낼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보조적인 장치로 최면술을 통해 기억까지 지워버린다. 오대수가 지우고 싶었던 것은 미도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에 관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결국 오대수가 별 생각 없이 말한 사소한 이야기가 확장되어서 본인을 비롯해서 이우진과 이수아가 서로 고통을 받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란 용어로 설명을 할 수가 있다. 그것은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tz)가 1961년 생각해낸 이론인데, 이것이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해 여러 학문 연구에 사용되었다. 즉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뜻한다.

김석원 (문화 평론가/ 미디어 아트 박사,ksw5053@naver.com)